-
지난 7월 31일 선거에서 당선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가 도쿄에 제2한국학교 부지 임대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고이케 지사의 발언은 2010년 한국의 일본인 학교가 더 넓은 부지를 제공받아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전한 것과 대조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들은 고이케 유리코 신임 도쿄도 지사가 “도쿄 한국학교 부지 임대 계획을 백지화 하겠다”고 밝혔다는, 지난 6일자 日 ‘도쿄신문’의 보도를 일제히 전했다.
고이케 도쿄도 지사는 지난 5일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관계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는 도쿄이고 일본이므로 우리나라가 주체가 돼 판단할 것”이라며 도쿄 한국학교 부지 임대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고이케 도쿄도 지사는 도쿄 내부에서 한국 학교 부지로 임대하려던 땅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 무엇을 지을 수 있는지 도(都) 담당자에게 연구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고이케 도쿄도 지사는 선거운동 때부터 “제2한국학교 부지 임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도쿄 한국학교가 북한과 연관이 있는 ‘조총련’계가 아니라 한국계인 ‘민단’ 학교라는 점 때문에 재일교포 사회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19일 도쿄 한국학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학교를 더 넓은 부지로 옮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연합뉴스’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도쿄 신주쿠 와카마쓰 초(町)에 위치한 한국학교에는 초·중·고교생 1,300여 명이 재학 중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일시 거주자, 영주권자는 물론 이중국적자, 일본 국적을 가진 교포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도쿄 한국학교가 1991년 생겼을 때는 초·중·고교생을 합쳐 700여 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 현재는 1,360여 명에 달할 만큼 재학생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때문에 고교 3학년의 경우 한 반에 45명의 학생이 있고, 초등학생들은 100명 이상이 입학 대기 중이라고 한다. 초등학생의 입학에는 3~6개월이나 걸린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도쿄 한국학교 측은 중·고교용 교무실, 자습실 하나씩을 없애 교실로 사용 중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30년이 다 되어가는 시설로 인해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 한국학교를 새 부지로 옮기자는 논의는 2014년 7월 서울을 찾은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前도쿄도지사가 재직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요청을 받은 뒤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마스조에 도쿄도지사는 이치가야(市ヶ谷)상고가 있던 도쿄 신주쿠 야라이 초(町) 부지 약 6,100㎡를 민단 측에 대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일본 내의 ‘혐한 세력들’이 “일본인을 위한 육아복지 시설에도 사용하지 않는 도쿄 땅을 왜 한국인에게 빌려주느냐”며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 결국 지금의 상태가 된 것이다.
-
재일교포 사회는 도쿄도의 ‘백지화 선언’에 한국 서울의 일본인 학교 사례를 예로 들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1972년 ‘서울재팬클럽(SJC)’이 강남에 설립한 일본인 학교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전했을 때 한일 간의 ‘정치적 논란’은 문제가 안 되지 않았었느냐는 하소연이다.
일각에서는 "도쿄 한국학교가 일본에 해를 끼치는 조총련계도 아닌데 왜 저렇게 격렬히 반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의 경우 2009년 서울 강남구 개포동 153번지 일대에 있던 일본인 학교 부지(1만 6,077㎡)를 서울시가 매입하는 대신 마포구 상암동 DMC 내에 있는 부지 1만 3,532㎡를 공급했다. 서울일본인학교는 2010년 7월 개교, 이전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