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누진제 6단계·누진율 11배, 미국은 최고 4단계·4배… '한국만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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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바른사회 시민회의는 16일 '전기료 누진제, 어떻게 바꿔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바른사회 시민회의는 16일 '전기료 누진제, 어떻게 바꿔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며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0년대 초반 1차 석유파동 당시 절전을 위해 처음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45년 전에 도입된 누진제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의 가격 형평성 문제, 과도한 누진율도 문제로 지적한다.

    바른사회 시민회의는 16일 '전기료 누진제, 어떻게 바꿔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남정임 철강협회 팀장 ▲윤원철 한양대 교수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는 6단계, 누진비율은 11.7배로 구성돼 있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 복잡하고 누진율도 높은 수준"이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 ▲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김대욱 교수는 "최근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누진제는 2단계부터 4단계로 누진율은 2배부터 4배, 일본은 3단계로 1.4배, 중국은 3단계에 1.5배 정도로 누진단계와 누진배율이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김대욱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택용 누진제도는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절전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의 요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욱 교수는 "최근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가전제품의 대형화로 인해 가정용 전기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누진구간이나 누진비율은 2007년 이후 전혀 변화가 없었다"면서 "최근에는 무더위가 지속됨에 따라서 전체 가정의 대부분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금폭탄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욱 교수는 "누진제는 원칙적으로 원가주의 원칙, 공평의 원칙, 공정 보수주의 원칙에 따라 책정되어야 하지만 어느 하나 올바르게 지켜지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후 전기요금제도는 요금 책정의 원칙에 충실하게 개편해야 하며, 특히 주택용 요금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욱 교수는 "특히 기존의 복잡한 용도별 요금체계를 단순히 만들어 전압별 요금체계와 같이 원가에 충실한 요금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택용 누진요금제의 누진구간과 누진배율의 완화는 필수적"이라며 "누진요금을 적용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누진단계와 누진비율을 2~3배 내 에서 적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토론은 남정임 철강협회 팀장이 맡았다. 남정임 팀장은 산업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사이에서 제기되는 '형평성 문제'에 대해 해명했다.

  • ▲ 남정임 철강협회 팀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남정임 철강협회 팀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남정임 팀장은 "과거 개발 시대에는 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용 요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환율급등과 유가상승으로 발전원가가 높아졌지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정임 팀장은 "이후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원가 이하 전기요금을 홍보함에 따라 '전기요금이 싸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정임 팀장은 "산업용 전기요금 판매단가가 낮은 것은 공급원가가 낮기 때문"이라며 "2015년 산업용 판매단가는 kWh당 107원인 반면 주택용은 124원이다. 한전에서는 용도별 '원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는 한전이 발표하는 용도별 '판매단가'만을 가지고 산업용이 싸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정임 팀장은 "전기라는 상품은 저장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공급하는 용량, 사용시간대, 거리 등에 따라 각각 다른 원가를 가지게 된다"면서 "전기 원가를 결정하는 3대 요소에는 공급 전압, 사용패턴, 송전거리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정임 팀장은 " 산업용은 고압으로 받기 때문에 배전 투자비가 저렴하고 배전 손실률도 낮다. 예를 들어 1톤의 물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한꺼번에 물탱크에 받는 것과 생수병에 나눠 받는 것은 원가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남정임 팀장은 "전력을 사용하는 패턴이 일정한 경우 발전소 건설 투자비를 낮출 수 있고 발전기의 가동률을 높이는 장점도 있다. 산업용 전력은 타 용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용패턴이 일정하기 때문에 저렴한 것"이라며 "이런 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산업용 전력 공급비용이 다른 사용분야에 비해 22.2원/kWh 저렴하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남정임 팀장은 "일부에서 주택용에 누진제 적용하고 있으니 산업용에도 누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주택용 누진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며, 산업용 전기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생산요소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토론은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맡았다.

  • ▲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지난 11일 정부는 '장기 이상 폭염에 따른 주택용 누진제 요금 경감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택용 전기요금 부과 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지적하며 토론을 시작했다.

    윤원철 교수는 "정부의 이번 전기요금 경감 방안이 7~9월에만 한시적으로 시행된다는 것은 내년 여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정부와 한전은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원철 교수는 "현행 6단계, 최대 누진폭 11.7배의 누진체계를 다른 나라처럼 2~3단계로 축소하고 누진단가 또한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누진단가의 조정은 무조건 인하가 아니라 전반적인 전기요금 현실화와 용도별 형평성을 고려하여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원철 교수는 "특히 누진제 변경에 따라 금전적 부담이 가중되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별도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지금처럼 가격지원이 아닌 소득지원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격지원은 전기요금의 왜곡을 심화시켜 사회적 손실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안했다.

    윤원철 교수는 "상업용과 산업용 요금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일부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상업용과 산업용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용에 비해 상업용과 산업용의 요금 현실화 정도, 상대적인 공급비용 구조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상업용과 산업용 전기의 요금 조정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을 맡은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누진세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너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 ▲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주홍 사무총장은 "현재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절감대책이 나왔지만 이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누진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홍 사무총장은 "단순한 가격인하가 필요한 게 아니라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의 홍보도 필요한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 한전에서 시행했던 '스마트 그리드(전력망에 정보기술을 더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정보를 공유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 하는 기술)'에 대해 소비자들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가정마다 다른 소비패턴을 반영한 전기 절약 방법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홍 사무총장은 "누진세가 처음 시작됐을 때의 배경이 1970년 석유파동 때라면 에너지 정책도 이번기회에 개편이 돼야 한다"면서 "가정용 전기뿐만 아니라 산업용 전기의 요금체계 등도 함께 낱낱이 파헤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