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청렴·反부패 강조 하더니…언론·사립학교 포함 민간영역 침해
  • ▲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김영란 法 제대로 만들기 위한 개정 방향 토론회'가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김영란 法 제대로 만들기 위한 개정 방향 토론회'가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직 사회의 청렴을 명분으로 만든 김영란 법은 오는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과연 법률 전문가들은 '김영란 법'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실은 19일 오전 '김영란 法 제대로 만들기 위한 개정 방향 토론회'를 국회의원 회관 세미나실에서 공동으로 열었다. 

    토론에는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도태우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변호사,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 허재우 국민권익위회 청렴총괄과 과장 등 법률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다.

  • ▲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초선 비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초선 비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강효상 의원은 개회사에서 “김영란 법은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비리근절이라는 좋은 취지로 마련됐지만 19대 국회 말에 충분한 검토없이 갑자기 통과됐다”면서 “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언론계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인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고 직군과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강효상 의원은 “김영란 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국회의원·정당·시민단체 등이 부정 청탁의 창구로 남을 수 있는 문제도 있다”면서 “김영란 법의 이해충돌방지 조항의 삭제도 질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효상 의원은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던 국회가 나서 결자해지 해야만 한다”면서 “부정부패는 끊어내되 위헌적 요소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환영사에서 “(한국은)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 국제 사회의 진단”이라고 지적하고, “부정청탁 금지, 국회건전 신뢰 좋은 뜻인 것은 분명하고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과제이지만 법이라는 것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일 공동대표는 “훌륭한 의도라도, 잘 짜인 법이 아니라면 당리당략에 밀려서 악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병일 공동대표는 “대학 교수들이 시간당 얼마 받아야 하는지까지 법에 포함됐다”며 “지식경제 사회를 외치면서 공권력이 지식 시장의 가격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식과 담론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 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 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첫 발제를 맡은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 교수는 "김영란 법은 공직사회의 부패근절을 넘어 적용대상을 확대함으로써 법의 목적과 내용이 일치되지 않는 문제를 만들었다"면서 "법의 체계 적합성을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김상겸 교수는 김영란 법이 도입된 근본 이유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겸 교수는 “청탁이라는 것은 청탁 받는 대상이 이를 실현해줄 권한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면서 “청탁이라는 것은 권한을 가진 고위 공직자로 대상이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교수는 “김영란 법은 그 적용 대상이 일반화됐다”면서 “민간 부패라는 말을 쓰는데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 비리,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비리, 건설수주에서의 담합 행위 등 민간 부분의 부정행위는 부당한 위법 행위이지 부패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패라는 것은 공적 권한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가 자신이나 청탁받은 누군가의 사익을 위해 일하는 게 부패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겸 교수는 김영란 법에 사립학교와 언론인이 포함된 것을 두고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의제기 할 수 없다"면서도 "헌재가 언론계와 교육계의 공적 기능을 강조, 사회적 영향력이나 파급효과를 언급한다고 해도 사립학교 교직원이나 민간 언론인이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상겸 교수는 "김영란 법은 물귀신 작전에 불과하다"면서 "대상만 확대했기 때문에 오히려 목적이 흐려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상겸 교수는 "공직자가 아닌 사립학교 관계자, 언론인은 언론관계법, 사립학교법 등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 "공익을 내세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겸 교수는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은 ‘명확성 원칙의 위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교수는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 공직자 본인이 신고해야 하는 불고지죄를 두었기 때문에 가족을 신고해야 하는 경우 양심의 자유의 침해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김영란 법은 손볼 수 없을 만큼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면서 "김영란 법을 폐지하고 처음 2013년 제시됐던 정부 법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삼현 교수는 "정작 이해충돌방지규정이 삭제되고 권력자의 범위에 추가로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포함시켜 투망식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법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전삼현 교수는 2013년 정부 안에 있던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되살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해충돌방지 규정'이란 권력자가 자신의 권한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권력 행사를 하는 것을 뜻한다. 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자기와 이해관계에 있는 직무에 종사할 수 없음을 뜻한다.

    외국의 경우 고위 공직자는 취임 3년 전부터 해온 업무와 관련성 있는 업무를 맡을 수 없다. 자신의 딸과 친동생을 국회에 데려와 가족 채용 논란을 일으킨 일부 국회의원과 같은 사례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란 법 원안은 '공직자가 직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는 설명이다. 

    전삼현 교수는 “애초 정부안은 국회윤리법이나 부패방지법으로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권한 남용하는 것을 막지 못해 이해충돌 방지법으로 해소하자는 의미였다”면서 “공직자들의 보이지 않는 권한 남용을 저지 하려고 만든 법이 오히려 부정청탁에만 메인 법이 됐다”고 꼬집었다. 

    전삼현 교수는 “오히려 국회 법사위 통과하면서 법이 변질이 됐다”고 안타까워하며 “중요한 이해충돌 규정을 빼고 민간인을 대거 포함시킨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영란법을 부정하지 않지만 법의 본래 목적을 구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부작용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란 법의 합헌 결정은 최선의 상태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합헌은 ‘최악은 아니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영수 교수는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고 극약 처방이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라며 '김영란법'을 비판했다. 

    장영수 교수는 김영란법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적용 대상의 오점을 먼저 지적했다. 

    장영수 교수는 "비교 집단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구체적으로 공적 성격을 가진 민간 영역 가운데 왜 언론인은 되고 변호사는 되지 않는가 같은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교수는 김영란 법이 잘 지켜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장영수 교수는 “법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도 않고 그저 법만 만들어 놓는다면 죽은 법이 된다”면서 “적용 대상이 많아지게 되면 애초 개혁 대상인 공직자들의 윤리도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영수 교수는 “기존에도 공직자 윤리법이 있었는데 계속 공직자 비리가 있었던 것은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모든 것을 실시할만한 인력과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권익위에다 수백만 명을 확인하고 감시 통제하는 법적 권한만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직자 외에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 공직자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 도태우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변호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도태우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변호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도태우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변호사는 “청탁 금지법 제5조 2항 제3호의 삭제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청탁금지법 제5조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이 명시됐다. 제5조 2항 3호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 사업 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 건의하는 행위일 경우에는 법 적용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 

    도태우 변호사는 "선출직 공무원, 정당, 시민단체에게만 합법적인 청탁 권리를 허용하는 바람에 청탁금지법이 청탁 특권법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이 부분은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면서 "공익적 목적이라는 모호한 규정을 통해 정치인들을 청탁금지 조항에서 빼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권익위가 내놓은 해설집에서는 '시민단체 등 이익단체 등으로 공인된'이라고 명시했지만 어떤 규모의, 어떤 시민단체인지 특정하지 않았다”며 “각종 부정 청탁이 급조된 단체를 거쳐 합법적으로 세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중앙일보 논설을 인용하며 “다른 이들의 손발은 꽁꽁 묶고 자기들 300명 국회의원은 마음껏 민원을 할 수 있게 뒷문을 열어 놓은 것”이라며 "극히 자의적이고 혼란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는 “헌법 재판소의 본분을 잊은 결정이었다”면서 “법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도덕적 가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테두리를 만들어 지키라고 제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여해 교수는 “법을 고민하다가 힘들 때 '등'을 넣어서 해석을 판사들에게 던지는데 김영란 법이 딱 그런 모습”이라며 “법으로 정하기 힘드니까 시행령과 대통령령으로 위임시키자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여해 교수는 이날 김영란법의 3·5·10 제한이 오히려 이전보다 느슨한 공무원 행동강령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류여해 교수에 따르면 공무원 윤리 강령에는 이미 식사는 3만 원, 경조사비는 5만 원으로 명시돼 있다고 한다. 선물은 아예 금지돼 있다. 그러나 김영란 법은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한도를 새로 만든 것이다. 

    류여해 교수는 “김영란 법은 공무원 행동 강령보다 더 올려서 만들어 낸건데 ‘지키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지금껏 공무원 행동 강령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류여해 교수는 “헌법 41조부터 나오는 국회의원 직무 조항에도 청렴의무는 정해져 있다”면서 “민원 청탁이 금지돼 있고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것인데 (김영란 법은) 민원청탁하면서 합법적으로 선물을 받을 수 있게 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류여해 교수는 김영란 법에 포함시킨 언론인의 범주에 방송 작가들까지 들어가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방송 작가를 보면 봉급이 월 80만 원에서 100만 원 수준인데 이런 사람들까지도 규제 대상이 됐다”면서 “법은 처음 만들 때 신중 해야 하는데 대충 만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류여해 교수는 “공무원·고위공직자 정도를 대상으로 해야 할 법이, 이 사람 저 사람 넣다 보니 결국 누구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모호해졌다”면서 “이런 상황이니 국민들을 다 넣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여해 교수는 “일각에서는 농수산물 경제 위축된다면서 대상에서 빼달라고 하는데 김영란 법이 시행되는 이상 예외는 없다”며 “연고주의, 온정주의가 여태까지 많은 것을 망가뜨렸는데 아파도 참고 잘라낼 것은 잘라내면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류여해 교수는 김영란 법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법안에 대한 '입법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여해 교수는 “공직자 윤리법에 한두 줄 넣었으면 될 것을 괜히 비대하게 만들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면서 “법은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아닌 왜 만드는지, 왜 이게 필요한지 고민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성형입법이나 졸속 법안이 아닌 고민해 만드는 법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 ▲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쏟아지는 비판을 듣고 있던 허재우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총괄과 과장은 “청탁금지법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합헌 결정이 난 이상 이제는 법의 안정적 시행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9월 초까지는 최종 확정 시행령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재우 과장은 “처음 적용 대상은 순수 공무원으로 시작해 어느 정도 문화가 형성되니 후에 민간과 공적 영역까지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서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공적규율이 필요한 곳까지 포함시키면서 사학과 언론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재우 과장은 “물론 사학과 언론사까지 대상에 넣었는데 이는 간단치 않은 영역임이 분명하다”면서 “대상별로 구체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