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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제안한 '냉면 회동'에 반색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0일 서울 수락산에서 서울 권역의 지역위원장들과 둘레길 걷기에 나서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추후에 냉면을 먹으면서 (JP로부터) 더 자세한 말씀을 듣겠다"고 회동에 응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JP는 전날 자신을 예방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청구동 자택에서 만나 "안철수 전 대표가 지금은 좀 미숙한 게 있는데 앞으로 더 노력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국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확실히 설명하고 매일 국민을 설득하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민을 확실하게 설득하지 못하면 국민은 뭘하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명월관이 냉면을 잘하던데 내일(20일) 안철수 대표도 데리고 가서 같이 냉면을 먹자"고 '냉면 회동'을 즉석 제안했다.
금귀월래(金歸月來)하는 것으로 유명한 박지원 위원장은 당장 주말에는 지역 일정이 있다고 난색을 표하면서도 "명월관은 김대중 대통령도 갈비를 좋아해서 잘 가던 곳"이라며 "안철수 대표를 꼭 같이 모시고 가겠다"고 화답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날 "냉면을 먹으면서 말씀 듣겠다"고 한 것은 전날 JP와 박지원 위원장 사이에 가계약(假契約)됐던 '냉면 회동'에 확약을 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처럼 안철수 대표가 버선 발로 뛰어나가듯 JP와의 '냉면 회동'에 반색하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JP는 현존하는 정치인들 중 권력의 풍향에 가장 민감한 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금까지 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네 명의 대통령 탄생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고,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선출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JP와 박정희 대통령은 '혁명 동지'의 관계다. 노태우 대통령에게는 2인자로서 지켜야 할 자세를 전수해 전두환정권에서 눈밖에 나지 않고 무사히 권력을 승계할 수 있도록 도왔다.
3당합당 이후 민정계와의 권력 암투를 벌이던 김영삼 대통령은 공화계를 이끄는 JP가 손을 들어준 것이 대통령으로 가는 길의 결정적 대목이었다. 'DJ절대불가론'까지 나돌던 김대중 대통령이 4수 끝에 대선 고지에 등정한 것도 DJP 연합을 한 '셰르파' JP의 존재가 없이는 말그대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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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JP는 지난해 박영옥 여사와 사별한 이후 체력이 극도로 쇠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박지원 위원장과의 회동에서도 "올해엔 내가 죽을 판"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P가 몸을 일으켜 안철수 전 대표와 '냉면 회동'을 하자고 직접 제안한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가 아직 건재할 뿐만 아니라, 정국의 동향에 따라 얼마든지 치고나갈 기회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JP표 인증마크'를 찍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가 격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로서는 함박웃음을 감출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JP와의 회동을 계기로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서 뛰어내릴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통보수·원조보수로서의 JP의 이미지는 무시할 수 없다. DJP연합은 이러한 JP의 이미지로 인해 안정희구세력이 DJ의 집권에 안심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JP와 '냉면 회동'을 함으로써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등 좌파(左派)로 경도된 듯한 국민의당의 이미지를 중도로 바로잡아오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사드 문제에 있어서 안철수 전 대표는 결과적으로 완전히 무시당한 '국민투표' 제안을 성급하게 꺼내드는 등 첫 발걸음을 잘못 내딛으면서 스탭이 꼬여버렸다. 이 시점에서 JP와 '냉면 회동'을 한 뒤 "국가원로의 고견을 겸허히 듣겠다"며,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서 뛰어내릴 기회를 엿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전 대표가 지금은 좀 미숙한 게 있다"며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국민은 뭘하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JP의 말은 폐부를 깊숙이 찔러오는 맛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당 내에서도 '우리가 사드 문제에 대해서 이상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뭔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때에 JP가 먼저 '냉면 회동'을 제안해준 것은 안철수 전 대표로서는 정말로 고마운 일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