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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포털 스스로가 뉴스기사 배치와 편집권을 가지고 있어 여론 형성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고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는 포털의 '언론 권력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자유경제원은 2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언론인가 검색사이트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는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맡았다. 우원재 리버티타임즈 편집장,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와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포털의 언론사 역할'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대처할 미디어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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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 부원장은 "포털은 네티즌이 다른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한다"면서 "검색엔진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도록 도와주는 기본적인 기능에서 점차 뉴스, 방송, 스포츠, 오락, 쇼핑, 블로그, 카페 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고 설명했다.최승노 부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붐이 일면서 많은 검색엔진이 나타났지만 점차 그 수가 줄었다"면서 "모두가 사라지고 현재는 포털의 대명사로 통하는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다. 네이버는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만족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포털 서비스 사용자가 많을수록 포털 기업은 더 많은 광고수입을 얻을 수 있다. 절대 강자의 자리를 차지한 네이버에 광고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광고수입 격차가 큰 것은 소비자 선택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하지만 네이버와 그 외의 포털은 언론 기능을 활용해 광고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언론 기능이 포털의 주요 사업부문이며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타 언론사와 경합관계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다른 언론사와 월등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상반기 네이버의 광고매출은 약 1조 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상파 3사 광고 매출의 2배 수준이다. 네이버의 연간 광고매출은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네이버는 신문사와 방송사를 포함하는 엄연한 ‘언론사’다. 하지만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되다 보니 신문사·방송사와는 달리 관련 법규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서 "기존의 신문사·방송사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신문사·방송사가 역차별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하지만 네이버는 뉴스와 방송을 편성서비스하는데도 언론사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언론 기능을 하고 있는 포털은 떳떳하게 언론사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정부는 각종 법규와 위원회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지상파 채널의 대부분이 정부 소유의 방송으로 채워져 있으며, 상당수의 케이블 방송과 신문사까지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반면 새로이 만들어진 인터넷 미디어는 스스로 언론의 기능을 저버리고 있다"면서 "포털은 언론의 기능을 하면서도 책임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매체는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건강하게 발전하는 사회는 소통문화를 만드는 미디어가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스스로가 언론 권력으로 군림하기보다 소비자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자세를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앞으로의 미디어 정책은 정보통신의 발달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해 미디어의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네이버가 국내 최대의 뉴스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어울리는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충고했다.
첫 번째 토론을 맡은 우원재 리버티타임즈 편집장은 '포털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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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 편집장은 "뉴스 소비의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전 세계적으로 저널리즘의 위기가 찾아왔다"면서 "인터넷 등장 이전 뉴스 독자들은 선택이라는 측면에 있어 비교적 수동적인 입장에 있었다. 독자들이 기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각 매체의 편집장이 기사를 골라 지면에 할당했고 독자는 그 기사들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우원재 편집장은 "그런데 인터넷 뉴스의 등장은 이 환경을 급격하게 바꿨다. 수많은 기사들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흩어져있고 독자들은 '클릭'을 통해 능동적으로 기사를 선택한다. 수많은 기사 사이에서 눈에 띄어야만 소비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라며 "기사들은 기사의 질보다는 헤드라인 같은 겉포장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슬픈 현실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우원재 편집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2년 3,914개였던 인터넷 신문이 그 다음해 4,916개, 2014년에는 5,950개로 급증했다. 현행법상 인터넷 신문은 5명의 기자만 데리고 있으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다"면서 "이토록 낮은 인터넷 언론 진입 장벽은 운영할 능력과 자격이 불충분한 사업자들을 끌어들인다. 광고 수익을 올리려는 장사꾼들이 인터넷 언론에 판을 치다보니 저널리즘이 지켜질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재 편집장은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매체들조차 포털에 게재돼 노출되는 실정이기 때문에 언론의 권위는 오래 전 땅바닥에 떨어졌다"면서 "기사의 질은 급격히 떨어졌고 국민들이 더 이상 언론의 정확성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인 '기레기'가 유행어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우원재 편집장은 "포털사이트는 이 같은 기사들을 검토하고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송출해주는 편집장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유감스럽게도 현재 포털사이트는 이런 중대한 역할에 대한 자각이 없다. 자격을 갖추지 않은 유사 언론들을 검증 없이 받아들이고 이들이 내보낸 기사를 무분별하게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원재 편집장은 "결국 이 시스템을 뜯어고칠 수 있는 건 포털사이트밖에 없다"면서 "기사가 송출되기 전 저널리즘의 관점으로 평가해 사전 필터링을 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분위기는 크게 변할 것이다. 유사언론을 색출해 해당 사이트의 포털 기사 검색을 해지하거나 노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물론 포털과의 제휴 심사 기준을 강화하여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우원재 편집장은 "현재 포털이 취하는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해서라도 장기적 이익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배포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토론을 맡은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언론 역할을 하는 포털의 역사'에 대해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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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 평론가는 "뉴스 편집권을 놓고 벌어진 포털의 언론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역사가 꽤 길다"면서 "2004년에는 기자협회보 칼럼으로, 2006년 여의도 연구원과 같은 기성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의 이슈로 떠오르는 등 꾸준한 비판을 받았다"며 말문을 열었다.이문원 평론가는 "이 문제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포털의 언론 권력화 문제가 개선된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제 언론 기능을 하고 있는 포털은 떳떳하게 언론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발제자의 말에 동의한다"고 평했다.
이문원 평론가는 "포털이 한국 언론 전체를 빨아들이게 된 원인은 단순하고 어리석은 것이었다"면서 "우리 언론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하나둘 '닷컴'을 설립했다. IMF 외환위기와 함께 떨어져가는 신문 판매부수를 우려해 새로 설립된 인터넷 닷컴에 수입 압박을 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문원 평론가는 "그러나 당시 신문은 인터넷 환경으로의 전환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광고주들조차 신문에 광고를 싣는 게 더 익숙했다. 이때 닷컴사들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포털이었다"고 말했다.
이문원 평론가는 "포털은 각 언론사들에 기사를 전재하는 조건으로 전재료를 제시했다. 당시 그 정도 수익에도 목말랐던 닷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포털뉴스로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문원 평론가는 "사실 우리는 이미 포털 권력화를 막을 기회가 한번 있었다. 2004년부터 이미 문제가 되기 시작했던 포털의 언론 권력화가 10년이 넘도록 주저앉아 있는 상황을 보면 참담하다"면서 "실제로 2004년 9월 신문법 개정안이 추진될 당시 포털은 신문법상 인터넷 언론으로 명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문원 평론가는 "그러나 당시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포털은 언론에서 제외해 달라'는 주장을 폈고, 실제 법안이 통과될 때 포털은 제외됐다"면서 "당시 포털이 언론에서 제외된 이유는 광대한 포털에 비해 당시 인터넷 매체들이 발전하기 취약한 구조였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문원 평론가는 "이런 실수가 오늘날과 같은 포털의 언론 권력화를 만들었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언론 역할을 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는 언론다운 책임감을 가지고 그에 맞는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을 맡은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뉴스 전문포털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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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편집위원은 "현행 검색포털의 뉴스 공급 방식에는 책임성이 없다. 본인들은 언론사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오보에 대한 수정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문제는 이러한 오보가 포털의 블로그나 카페 등을 타고 무한히 확산돼 '사실화'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뉴스의 생산자뿐만 아니라 뉴스 유통자인 포털에도 언론에 준하는 책임이 주어질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한정석 편집위원은 "포털의 책임감 결여는 네이버 '지식 검색'이 말해준다. 초기 네이버 지식 검색은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의 숙제 질문이나 궁금증이 상위를 차지한다"면서 "전문가들은 더 이상 네이버를 통해 지식을 얻으려 하지 않고 구글, 그것도 영문 구글로 이동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정석 편집위원은 "이처럼 포털의 자가 생산적 지식과 콘텐츠 제공방식이 지닌 문제점은 뉴스 콘텐츠의 선정과 배열에서도 그대로 드러닌다"면서 "소비자 선택 중심의 기사 제공은 인터넷 상에서 대중들이 선호하는 선정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진실보다는 소재가 갖는 충격과 낚시성 제목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한정석 편집위원은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네이버를 놔두고, 가치 지향점이 비슷한 언론사끼리 대안적 뉴스 유통을 모색하는 뉴스 신디케이션(특정 목적 달성을 위한 연합 형태의 조직)을 추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전문 뉴스포털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현재의 언론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정석 편집위원은 "현행 언론법으로 정해놓는 언론사 등록 외에 뉴스 신디케이션법을 추가해 언론 컨텐츠의 유통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면서 "뉴스 신디케이션 사업자는 회원 언론사들의 공동 출자로 설립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광고주들의 출자도 가능하게 열어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정석 편집위원은 "포털의 경우 검색으로 신디케이션 뉴스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되므로 원칙적으로 포털의 뉴스 편성·유통은 금지된다. 단 포털 사업자가 언론업을 겸업한다면 신디케이션에 뉴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정석 편집위원은 "이와 같은 규칙을 지켜 뉴스를 송출한다면 뉴스 신디케이션은 독자적인 언론 포털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뉴스 신디케이션은 저작권을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가 광고주와 회원사, 독자 모두를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