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韓부패원인, 너무 많은 정부규제 탓…네거티브 시스템이 해답"
  • ▲ 자유경제원은 1일 자유경제원 리버티 홀에서 ‘김영란법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경제원은 1일 자유경제원 리버티 홀에서 ‘김영란법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 법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자유경제원은 1일 자유경제원 리버티 홀에서 ‘김영란법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발제를 맡고,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패널을 맡았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김영란 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간의 도덕·윤리 영역을 무시하는 인격을 손상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발제를 맡은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착취적인 법률은 나라를 망하게 하고 건설적인 법률은 나라를 흥하게 한다”면서 김영란 법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여부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현진권 원장은 “부정 청탁의 원인부터 진단해야 하는데 김영란 법은 원인이 아닌 결과에 대한 처벌만 하는 법”이라면서 “공직자에게 밥 사고 술 사는 가장 큰 이유가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진권 원장은 우리나라의 법 체계가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 즉 정부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일'만 정해주고 있는 점이 부정부패와 청탁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거의 모든 것을 국민들의 자율성에 맡기고, 특정 부분만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의 법 체계 아래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돼 굳이 공직자를 찾아가 청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진권 원장은 “부정부패가 사라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법률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부패행위의 원인인 규제철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진권 원장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행위를 모두 일일이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외국은 안 되는 것 외에는 다 되기 때문에 민간인들이 공무원을 만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진권 원장은 “규제철폐는 곧 대한민국 법 체계를 ‘규제우선주의(positive system)’에서 ‘자유우선주의(negative system)’로 바꾸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현진권 원장은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 사립학교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민간 영역의 행위를 공적인 법으로 처벌하는 과잉 입법으로써 잠재적 범죄자를 증가시킨다”고 비판했다. 

    현진권 원장은 “이런 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김영란 법 시행에 맞춰 신고 파파라치 학원까지 생긴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현진권 원장은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한다고 해도 하나하나 규명하기 위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진권 원장은 “김영란 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고충민원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법을 피해갈 수 있다”면서 “이는 정치인은 통제받지 않도록 제외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 ▲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김영란 법이 초래할 사회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연강흠 교수는 김영란 법이 만성적인 사회 불신, 개인 자긍심 훼손, 국가 이미지 손실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저급한 법”이라고 비판한다. 

    연강흠 교수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를 하지 말자는 제안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김영란 법과 같이 법률로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방법을 강제하는 처방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강흠 교수는 “사회가 모든 일을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칼자루를 쥐게 되는 것”이라며 “국회가 민간의 도덕과 윤리까지 구속하는 것은 ‘민폐법’을 양산하고 국회독재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연강흠 교수는 “(국회는) 법을 통해 국민의 생각과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법으로 통제하는 사회가 될까봐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연강흠 교수는 “도덕과 윤리를 법으로 통제하면 거기에 익숙해져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떳떳한가’라는 식의 도덕적 책임감은 둔감해질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자발적인 반성을 할 기회가 사라진다고도 했다.

    연강흠 교수는 “(김영란 법은) 인간관계를 해치는 법이 되고, 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자긍심들을 싹둑 잘라버리는 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부패를 법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국가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면서 “국격을 손상시키고 국가 이미진 손실의 여지를 주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김영란 법 시행으로 부패지수는 낮아질 수 있지만, 우리가 법을 시행하며 지불해야할 대가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삼현 교수는 “신고 남발로 인해 사회적 불신이 커질 수 있다”면서 “입법의 불명확성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포함, 이 법은 시행 과정 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삼현 교수는 “명확한 법 규정이 없어 법리상 명확한 행위에 대해 결과책임을 묻는 '죄형 법정주의'의 핵심원리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부적절한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전삼현 교수는 “가족관계 사이에도 법이 개입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제는 가족이 신고를 안하면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삼현 교수에 따르면 ‘김영란법’은 법률 대상자의 배우자가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라도 금품을 받으면 신고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전삼현 교수는 “가족의 존엄성마저 법률로 침해하고 강제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면서 “헌법 13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있다”고 지적했다.
     

  •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영란 법은 ‘헬조선’과 같이 우리나라를 ‘부패공화국’이라고 자조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조동근 교수는 “부패란 인류 시작과 함께 쭉 있어왔던 것”이라면서 “공공 세태의 한 측면이지 OECD 통계에 목숨을 걸고 척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교수는 “사회는 부패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지 척결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김영란 법을 보면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가 재현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동근 교수는 “김영란법에 반대하면 ‘부패 척결에 반대하는 거냐’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부패도가 높은 이유는 개인의 자유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개인의 자유부재가 사회적 부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조동근 교수는 “부패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 법이 없어 부패가 만연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교수는 “개인의 친분 관계를 국가가 규제할 수 있냐”고 반문하며 “인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법으로 차단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동근 교수는 “나비효과가 연상되는 3, 5, 10 규정은 우스꽝스러운 법조항”이라면서 “어려운 내수를 더 망가뜨려 소탐대실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조동근 교수는 “김영란 법은 곧 개그콘서트 소재가 될 것 같다”는 평가도 내놨다.

    조동근 교수는 “여론이 맞다고 하니 헌법 재판소도 합헌이라고 한 것은 취지가 좋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김영란 법 제정의 배경이 2011년 '스폰서 여검사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폰서 여검사 사건'은 여자 검사가 남자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 샤넬 핸드백 등 5,0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아놓고 “사랑의 대가였지 직무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무죄가 된 사건이었다. 

    최준선 교수는 “김영란 법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공무원, 언론인, 교직자의 경우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금품 수수조차도 받으면 무조건 비난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준선 교수는 “한국인에게는 밥 한 끼 먹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밥 한 끼 먹으면서도 불편해야 하는 김영란 법은 우리 사회의 본성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최준선 교수는 “김영란 법의 내용은 윤리 문제에 가깝다”며 “윤리의식 고취는 민간기구를 통한 도덕재무장 같은 캠페인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는 “김영란 법은 사례금 기준을 최고 100만 원으로 규정했다”면서 “아무리 강연료를 후하게 주고 싶어도 100만 원을 넘을 수 없게 만든 사회를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준선 교수는 “김영란 법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의 지지가 높아 폐기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타당성과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법이기 때문에 곧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진권 원장은 이날 세미나 마무리 발언에서 “남녀 공무원이 사귀다 헤어지면 이별 선물로 공직박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는 농담 한 마디로 ‘김영란 법’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