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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계기로, 미국 일부 매체의 선거 관련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쓴 한 한국 언론의 안이하고 부실한 보도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자유경제원은 14일 '트럼프를 괴짜로 만든 한국 언론: 국민은 속았다, 미국 선거를 통해 본 한국 언론의 실상'이란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를 열고, 국내 언론의 취재 관행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날 좌담회는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현진권 원장은 "(국내 언론이 묘사한) 트럼프는 막말로 ‘미친 사람’이었다. 한국 언론 99.9%로 이구동성으로 트럼프를 괴짜로 만들었다. 일종의 선동 현상과 비슷했다"고 진단했다.
현 원장은 "지금 (한국 언론인들은) 일반 기업체 같으면 해고 대상이지만, 자성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결국 앞으로도 언론의 선동은 계속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누군가는 이 현상을 짚어야 한다는 생각에 언론의 문제점을 파헤쳐보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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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언론 모두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예측한 것과 다르게,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승리를 거머쥔 사실을 "'政言유착'이 빚어낸 과오"라고 분석했다.김인영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언론 모두, 정치 현상에 대한 보도를 넘어서 정치에 ‘개입’을 하고자 했다. 이것이 정언유착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언론이 보도의 역할을 넘어 정치에 개입했을 때 나타나는 편향성과 오판(誤判)이 끼치는 문제점을 보여줬다. 한국 언론에 주는 중요한 교훈"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인영 교수는 "미국 주류 언론은 트럼프를 미치광이로 만들고 그의 지지자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별종으로 취급하는 정치적 과장까지 드러냈다. 한국 언론은 트럼프가 제시한 정책만 제대로 읽어봤어도 그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 언론은 보도의 제1원칙이라 할 수 있는 '정확성'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 국민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지만, 반(反)자유, 반시장경제, 사회주의적 경향을 가지고 있는 미국 언론은 자신들의 성향과 맞는 힐러리를 지지하면서 그녀의 낡은 이미지는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그 결과 미국 국민들이 바라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언론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봤다. 그리고 한국 언론은 부정확하고 편향된 미국 보도를 그대로 옮기는 과오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김인영 교수는 "미국 언론은 대선이 끝난 뒤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한 실수를 인정했지만, 한국 언론은 힐러리를 지지한 유권자를 현명한 유권자로, 트럼프를 뽑은 미국인을 '앵그리 화이트'로 만드는 플레이밍을 계속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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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도 한국 언론은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언론의 이런 태도는 "우리 국민을 속이고 (자신들이 설정한) 프레임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 언론의 고질병과도 같은 선정적 보도관행, 부실한 팩트 검증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그는 "한국 언론의 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광우병, 세월호부터 최근 대통령에 대한 인격 비하적 보도행태까지, 우리 언론은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데 일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우리 언론의 보도가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렸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여론조사결과 지지율이 낮거나 하락한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모습을 그 예로 들었다.
김인영 교수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정언유착으로 인한 언론의 권력화, 편향성 극복을 위한 자정노력의 부족을 꼽았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언론이 합리성을 되살려 오류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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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인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는 "북한이 권력 독재면 남한은 언론 독재"라는 말로, 국내 언론을 촌평했다.그는 "북한에 있다 남한에 오니 한국의 자유가 언론의 자유에만 집중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장진성 대표는 "미국 정치를 조작할 수 있다는 한국 언론의 오만함이 보였다. 해외 언론도 좌우 성향 언론의 대립이 분명히 있지만, 기사 내용에 대한 중립 원칙은 지킨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객관성을 배제하고 기자의 주관적 취재 내용을 독자들에게 일관되게 강요한다. 언론 기초와 상식에서 탈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뉴욕 타임즈에 갔을 때 기사를 쓰기 전에 반드시 변호사에 자문을 구한다는 말을 들었다. 취재대상의 인권을 고려하고 법적판단까지 거쳐 기사를 올린다는 말이다. (이런 모습은) 한국 언론과 비교된다. 이제 (국내)언론을 맹신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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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미국 대선 보도에서 한국 언론이 트럼프 당선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지식이 없는 한국 언론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정의했다.한정석 위원은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는 말이 있는데, 미국 언론은 원래부터 정파적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미국 메이저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을 알면서도 우리 나름대로 소화를 하지 못했다"라며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언론사 국제부의 취재능력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한정석 위원은 "해골과 다름없는 한국 언론사의 국제부가 문제다. 국내 언론은 번역작가를 통해 국제 기사를 양산한다. 한국 언론은 우물 안의 개구리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정석 위원은 "한국 언론은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철학과 그 철학이 한국과의 관계에 미칠 기본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진보 언론은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오바마는 善이고, 트럼프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은 "미국 안에서는 민주당의 정책을 ‘사회민주주의에 입각한 리버럴 파시즘’이라고 분석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구글의 리서치와, 인도의 AI도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한국 언론은 몰랐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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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국 대선 보도를 통해 나타난 국내 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여론조사를 이용한 '경마식 보도'에 매몰 된 언론의 관행"을 꼽았다.황 교수는 "단순 지지율만 본다면 (트럼프와 힐러리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그러나 언론은 여론조사에 의한 보도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지난 총선을 생각해보면 한국 언론도 새누리당이 200석을 얻어, 개헌선까지 간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미 많은 지적을 당하고도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여론의 격차라는 것이 극단적으로 벌어질 수 없다. 세계 어디에 가도 여론을 조사했을 때 한쪽이 일방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환경이 도래했다. 여론조사를 일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너무 용감하게 보도를 한다"고 했다.
황 교수는 "여론조사기법에 한계가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언론이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잘못을 되풀이 하는 이유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여론조사 보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