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김제동의 '애국소년단' 일본콘서트.. 선정적 막말·괴담 난무 '물의'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 선언'을 하고, 국가 수장으로서의 전권(全權)을 내려놓으면서 그동안 정권과 대척지간에 섰던 이들이 이제껏 밝히지 못했던 각종 비화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한때 '정권 언저리'에 있던 인물들의 폭로는 '최순실 파헤치기'에 올인한 언론 보도들과 맞물려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일부 인사들이 상식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막말'을 퍼붓고 있다는 데 있다. 객기(客氣)가 지나치면 살기(殺氣)를 부르는 법. 일부 유명 인사와 방송인들이 본질과 상관없는 과거사를 폭로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나서면서 이들의 발언이 거꾸로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세상을 소란케 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 섹스 테이프가 나올 겁니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와 방송인 김제동은 지난 25일 오후 일본 와세다 대학 오오쿠마홀에서 '애국소년단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애국소년단'은 두 사람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으로, 다음 뉴스 펀딩을 받아 국내외 유수 대학을 돌며 '릴레이 강연'을 벌이는 중이다.

    (주최 측 추산)약 1,500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주진우 기자는 "대통령이 뭘하는지 약을 하는지 굿을 하는지 알수 없는 상황에도 국가가 잘 돌아가는 걸 보면 '우리나라는 굉장한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작부터 거침없는 언변을 토해냈다.

    이명박처럼 강을 파고 석탄공장을 사들이고 그래도 국가가 잘 돌아갔는데…. 무당 굿판을 해도 대통령이 뭘하는지 약을 하는지 굿을 하는지 알수 없는 상황에도 국가가 잘 돌아가는 걸 보면 우리나라는 굉장한 나라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희망을 가져봅니다.


    주 기자는 "그러나 솔직히 희망이 잘 안생긴다"며 "비아그라 나오고 마약 성분 나오고, 계속해서 섹스 관련된 테이프와 마약 사건이 나올 것"이라고 밝혀 차후에도 충격적인 비화나 비리들이 계속해서 공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비아그라 나오고, 마약 성분이 나오고, 앞으로 더 나올 것이거든요. 아, 섹스와 관련된 테이프가 나올 겁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마약 사건이 나올 거예요. 여러분들이 보신 사람들 중에서 마약 사건이 나올 겁니다.


    밑도 끝도 없이 "섹스 테이프가 나올 것"이라고 예언(?)한 주 기자는 "다음에는 병역비리와 대규모 개발 사업 비리, 대규모 국방 비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단했다.

    그 다음에는 부정입학이 있었죠. 그리고 병역비리가 나올 겁니다. 그리고 나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나올 겁니다. 최순실·박근혜와 관련된…. 그리고 대규모 국방 비리가 나올 겁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최순실·박근혜 비리의 10분의 1만큼만 알고 있습니다. 검찰은 거기에서 10분의 1만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잘 굴러갑니다. 여러분처럼 깨어있는 분들 때문에….


    주 기자는 머지않아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병역비리나 대형 개발사업·국방 비리가 터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어떠한 근거나 단서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말뿐인' 주 기자의 폭로는 이어졌다.

    주 기자는 "故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에서 차관을 들여올 때나 대기업에서 뭘 수입할 때 아예 커미션을 떼고 스위스 계좌에 묻어둔 돈이 있다"는 믿기 힘든 주장까지 늘어놨다.

    '박근혜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원칙과 신뢰였는데요. 그 원칙은 돈이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퍼진 게 돈 때문이었습니다. 돈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섬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남겨 놓은 유산이 최소한 10조원이 넘을 거예요. 숨겨놓은 재산이 몇조가 될 겁니다. 그리고 엄청난 돈을 외국에 빼돌려서 갖고 있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에서 차관을 들여올 때 무기로 들여온다든가, 대기업에서 뭘 수입할 때 아예 커미션을 떼고 스위스 계좌에 묻어뒀습니다.


    그러나 주 기자는 "취재 결과 (이같은 거액 은닉설이)사실임을 확신하고 있지만, 증명할 순 없다"는 모순된 주장을 이어갔다.

    스위스 계좌에 묻어뒀습니다. 그 계좌의 돈은 상당부분이 움직이지 않고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저는 취재 결과 확신하고 있습니다. 증명할 순 없습니다. 아직은….


    '아님 말고식'의 무책임한 주장은 계속됐다.

    주 기자는 "(최순실 측은)DMZ 군사보호구역에서도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며 이들이 관광과 통일 관련 사업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안 나온 얘기 중에 하나만 말씀드리면, 올림픽·창조·문화융성, 이게 다 대통령의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였습니다. 관광사업, 통일사업도 그렇습니다. DMZ 군사보호구역, 거기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한달 있으면 관련 보도가 나올 겁니다. 돈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주 기자는 2007년 발생했던 '육영재단 폭력사건'도 건드렸다.

    주 기자는 "당시 육영재단을 박근령이 갖고 있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동생한테 깡패를 보냈고 이에 박근령도 조직을 동원하면서 자매간 싸움이 벌어졌는데, 이걸 정리한 사람들이 문둥병환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때 깡패들을 정리한 게 문둥병환자들이었습니다. 두목이 임두성씨였는데 나중에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았습니다.


    주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뽕쟁이'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약쟁이'였던 것은 맞고,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일삼은 '뻥쟁이'인 것은 확실하다"며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고소를 당했던 사건을 예로 들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소를 당했습니다. 제가 (저축은행)로비스트 박태규란 사람을 대통령이 만났다는 증언을 듣고 공개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박태규의 운전기사에 의하면, "박태규가 박근혜를 만났다더라…" 이게 (고소를 당한)심플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났거든요. 심지어 박태규도 "(대통령을)만났다"고 말했습니다. 검사는 그걸 갖고 저를 구속하려고 했습니다. 과연 박 대통령이 박태규를 만났다는 걸 검찰이 몰랐을까요? 눈앞에서 거짓말을 합니다. (최순실에게)연설과 홍보에만 도움을 받았다는 말도 거짓말이었잖아요.


    이처럼 주 기자의 발언 수위가 높이지자 김제동은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주진우 기자의 개인적 의견"이라며 "절대로 애국소년단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농을 쳤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저런 기자가 한명쯤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라며 주 기자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애국소년단의 공식 의견이 아니고 주진우 기자의 개인적 의견이었습니다. (웃음) 하지만 대한민국에 저런 기자가 한명쯤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타 기자 분들이 열심히 취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든든한 일이죠.


    얼마 전까지 "영창에 갔다온 적이 있다"는 말로 곤욕을 치렀던 김제동은 이날 콘서트에서 또 다시 '확인불가'의 무용담을 늘어놔 눈길을 끌었다.

    김제동은 "원래 자신은 먼저 뭘 하겠다고 나선 적이 없고, 대부분 기사에 나온 뒤 그런게 아니라고 해명을 했을 뿐"이라며 과거 국정원 직원을 만났었던 일화를 꺼내들었다.

    2010년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앞두고 국정원 직원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분이 "앞으로 방송도 계속 해야 하지 않겠느냐. 웬만하면 1주기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VIP께서 걱정을 많이 하신다면서….


    김제동은 "그때 당신들이 가지말라고 해서 내가 안 가면 협박을 당한 셈이 되는 것이고 이게 나중에 밝혀지면 더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그래서 '협박보다는 협의가 낫지 않겠느냐'고 추도식 참석 의사를 밝혔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잘들으시라. 당신들이 가지마라, 그런다고 진짜 안 가면 내가 아닙니다. 그렇게 살기는 싫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가지 않은 게 밝혀지면 나는 '협박'을 당한 겁니다. 그런데 내가 가면 '협의'가 된 겁니다. 협박보다는 협의가 낫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했더니, "VIP가 걱정이 많으십니다"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VIP 걱정이나 하시라"고 말을 했죠.


    이날 김제동은 주 기자와는 반대로, '폭로'를 자제하는 대신, 새로운 '정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중 대부분이 '청년층'인 것을 감안한 듯, "중학생에게도 교육감 투표권을 줘야한다"는 식의 포퓰리즘성 발언들을 쏟아냈다.

    저는 '중1'이 되면 교육감 투표권을 더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촛불집회에 나오는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셨습니까? 과연 어른들의 선택보다 못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 장담하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뽑는 교육감보다 (중학생들이)더 나은 교육감을 뽑지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고1'이 되면 대통령 선거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수) 그래야 대통령과 교육감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할 겁니다. 왜? 표가 있으니까. 더 나아가서 저는 태어나자마자, 우리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24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고 돼 있거든요. 헌법엔 연령제한이 없어요.


    김제동은 뜬금없이 '전시작전권 회수'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에게 주눅들지 않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예로 들며, "이런 것이 진정한 자주적 동맹 관계의 모습이다. 이제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반도 내의 문제 만큼은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광화문이 어디냐고 물으면 우리 어르신들은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가면서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전혀 못해?"라고 자꾸 물으십니다. (웃음) 그런 게 진정한 자주적 한미동맹입니다. 한미동맹은 공고히 하되 한반도 내의 평화적 주도권 만큼은 저희가 쥐겠다는 겁니다. 내 몸 정도는 내가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게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전시작전권 환수이고요. 진정한 자주적 동맹 관계입니다.




  • "이땅을 어지럽히는 미친애들이 사라지는 거야"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저들의 폭로에도 분명 공적인 '순기능'이 있을 거라고…. 물론 현 정권의 치부와 허구성을 백일하에 폭로시킨 장본인이 다수의 '제보자'들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특정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로가 반드시 '능사'라고는 말할 수 없다.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성 짙은 폭로는 또 다른 의혹과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폭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잘못된 여론과 인식이 확산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나아가 특정 이슈를 빌미로 다른 사안까지 싸잡아 '저들의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태도도 옳지 못하다.

    한때 모든 게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제는 모든 게 박근혜 탓, 모든 게 최순실 탓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과연 그럴까? 국정 전반이 특정인의 농간(弄奸)에 휘둘린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더욱이 정권 비판의 구호 아래 슬그머니 '이석기 석방' 구호를 끼워넣는 것은 대단히 기회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내란선동죄로 복역 중인 통합진보당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가 광화문광장에 나돌기 시작하면서 야당마저 '이석기 석방' 운동에 동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정권심판론'을 외치며 선거판에 뛰어들었던 '나꼼수' 멤버 김용민이 8년 전의 '말실수'로 미끄러진 전례를 벌써 잊었는가? 세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파멸'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날 주 기자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좋으냐"며 "이땅을 어지럽히는 미친애들이 사라지고 우리는 그냥 희망한 미래를 맞이하면 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저들의 바람처럼 현 정권의 실세들이 물러간다고 희망찬 미래가 올지는 의문이다. 하물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주역들이 지금처럼 선동·선동에만 매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다가올 '미래의 모습' 역시 뻔할 수밖에 없다.

    이제 얼마나 좋습니까?

    이땅을 어지럽히는 미친애들이 사라지는 거야.

    지금까지 있었던 괴로움, 상처, 우울함, 이런거 버리시고. 한국은 여기까지 왔고, 더 잘될 겁니다. 희망적으로 보시면 될 겁니다.

    지상 최대의 미친 지도자를 겪었습니다. 김어준이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사기꾼 지나갔더니 미친년 왔다. 사기꾼도 보내고 미친년도 보내고…. 우리가 우리를 믿고, 여러분을 믿고 그냥 가시면 됩니다. 우리는 희망찬 미래를 그냥 맞이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