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보수집회, 청년층 참여 눈에 띄게 늘어

‘태극기 시위’ 맨 앞에 선 청년들 “정치권, 언론의 마녀사냥에 염증”

태극기 물결, 안국역에서 낙원상가까지 이어져...집회 측 추산 50만명

강유화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12.17 23: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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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민주주의를 불태워도 대한민국은 반드시 살아납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을 비롯한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촛불 대신 태극기 물결이 거세게 일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집회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태극기를 들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억지 탄핵 무효'를 외치면서, "언론이 균형감을 상실했다"며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언론의 편향된 행태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날 탄핵반대 집회에는 50여개 애국단체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 및 일반시민이 참여했으며, 규모는 경찰 추산 3만3천명, 집회 측 추산 50만명이다.

참여 인원에 대한 집계 차이가 워낙 커서, 정확한 수를 산정할 수는 없지만, 비선실세 국정농단 초기, 박사모 회원을 주축으로 수백명에서 1천여명 정도가 모여 소규모로 열렸던 탄핵반대 집회의 규모가, 최근 2주 사이 최소 10배 이상 급증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날도 광화문 촛불에 반대하는 태극기의 물결이, 안국역부터 종로3가 낙원상가까지 길게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애국집회에도 어김없이 태극기가 등장했다. 현장은 '대통령 탄핵 원천 무효'를 외치는 시민과 이들이 들고 온 태극기로 가득 찼다.

이날 열린 애국집회에는 새누리당 소속 김진태, 이우현 의원도 참여했다.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판단'을 강조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광화문 촛불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한 심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며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촛불의 눈치를 보면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국회에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장에서 터져나온 '국회 쿠데타'라는 표현은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가짜 썩은 보수들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발언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과 불신도 가득했다. 

특히 이번 발언은 문재인 전 대표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으로부터 사전 결재를 받았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나와, 보수 성향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 시민들의 분노는 국회뿐 아니라 검찰과 언론에까지 닿아 있었다. 

시민들은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밝힌다는 명분 아래, 박근혜 대통령 성형설, 청와대 인신공양설 등 저속한 추측성 보도를 쏟아낸 언론과, 촛불집회 민심의 눈치를 보는 검찰의 무원칙한 태도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기자도 취재 도중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한 시민은 "여기 와서 이렇게 보고도 기사 한 줄 제대로 나가지 않을 바에는 취재도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또 다른 시민은 "일부 언론은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단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나라 걱정해서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기사에 꼭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본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면서 벌인 '장미꽃 퍼포먼스'는 보수집회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자녀의 손을 잡고 40대 학부모는 "나라가 걱정돼 나왔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줄 국가는 정상국가였으면 좋겠다. 법도 질서도 사라진 나라를 보며 아이들이 무얼 배우겠느냐"며,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보수단체 집회에서는 마주치기 힘들었던 청장년층은, 어느새 시가행진을 주도하는 핵심층이 돼 있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청장년층에게 말을 걸면, 주변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지만, 이날은 상황이 달랐다.

한 20대 남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건 아니다. 최순실을 너무 신임한 것에 대한 도덕적 질타를 받을 수는 있어도, 아직 법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나오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데 법적인 이유가 없는 탄핵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 20대 여성은 "이게 맞는 것 같다. 문재인씨가 보수를 다 태워버리겠다고 한 발언을 보며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20대 남성은 "국정공백이 걱정된다. 친구들끼리는 이런 이야기 못한다. 당장 왕따 당한다. 여기서라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애국청년 대표로 나선 20대 직장인 이민규씨는 "임기 말의 박근혜 대통령을 마녀사냥으로 몰아 인민재판을 하고 있다. 대통령 즉각 퇴진하라고 선동해 국가품격을 실추시키고 있다. 최순실 비리가 박 대통령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민규 씨는 "검찰은 대통령에 대한 어떤 조사도 없이,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그러나 드러난 죄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청년들이 중립적 시각으로 시국을 객관적·이성적으로 봐야 한다. 한쪽 눈 가리고, 한쪽 귀를 막으며 듣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객관적인 진실에 따라 대통령 박근혜가 '물러나야 할 지도자'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전 집회 연설자로 나선 권영해 전 국방부장관은 "언제든 필요하면 자기 입맛대로 법을 만드는 국회는 입법부가 아니라 악법 제조기다. 조사도 끝나지 않고, 죄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불법을 자행한 국회는 해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해 장관은 "최근 국회가 황교안 총리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까지 만들고 있다. 탄핵 1호는 국회가 돼야할 것 같다"고 했다. 

권 장관은 "옛부터 우리나라는 정부의 힘이 약할 때면 의병들이 일어났다. 이제 우리 민초들이 의병으로 일어나야한다. 대한민국이 촛불에 데었다. 이제는 주권을 가진 우리들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쓸데없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소요와 혼란은 정말 불필요하고 겪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어렵게 쌓아올린 한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고, 국가 경제에 손실을 입히는 현 시국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한탄했다.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문제가 생기면 성숙하고 침착하게 해결방법에 집중해야 할 것 아닌가. 계속해서 의혹만 양산하고 문제를 키우면 사회 불안과 불신이 깊어지고 혼란만 가중된다.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후진국과 같은 행태"라고 지적했다. 

정 전 아나운서는 "만약 대한민국에 국가의 경제, 사회 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회가 있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같은 저급하고 참담한 조롱거리가 되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국회를 향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 전 아나운서는 "북한 연방제 통일을 하겠다는 반국가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가지 않게 대한민국을 지키자"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는 "우리는 현재 비정상적인 언론과 싸우고 있다"며 언론의 편파적, 추측성 보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영환 대표는, 종편 채널 JTBC가 입수해 '최순실 태블릿 PC'라고 밝힌 문제의 PC 출처부터 명확히 밝히고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향해 "문재인은 탄핵 소추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민중혁명을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는 헌법을 파괴를 막아야 한다. 애국 시민이 국가 정상화의 촉매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으로 북한을 꼽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지 김정은 부하가 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상학 대표는 "유엔 북한인권법 찬반 투표에 앞서 김정일 승인을 받은 것도 모자라, 반인류범죄자인 김정은을 만나고 싶어 미친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라니 여기가 서울인지 평양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박 대표는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키면 혁명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이런 사람이 정권을 잡는다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짐승만도 못한 김정은에게 대한민국 조국을 조공하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런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양보를 할 수 없어 나왔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우현(경기 용인갑)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대통령에 칼 꽂은 의원들은 당을 떠나라"고 외쳤다. 

이우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만원자리 하나 받았습니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많은 비리가 있는데 탄핵된 적은 없다. 좌파진보가 주도하는, 태극기 하나 없는 촛불에 왜 우리 국민이 굴복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검찰과 언론, 정치권의 편향적 행태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오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본집회가 끝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해, 세움 아트스페이스 앞에 미리 준비한 붉은 장미꽃과 손편지를 두고 오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시민들은 세움 아트스페이스 인근에 마련된 장소에, 장미꽃과 손편지, 태극기 등을 놓으며 “박근혜 대통령님 우리가 있습니다.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 시민은 “우리 목소리를 좀 전달해 주세요. 우리도 국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임기 잘 마치고 내려오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오전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앞까지 행진해, 오후 2시 열리는 세종로 공원 집회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측과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앞을 막아서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경찰벽에 막힌 참석자들은 “왜 못가게 하느냐. 촛불집회 사람들에게는 광화문을 잘만 내주더니 왜 우리는 안 되느냐”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오후 2시 세종로소공원 집회에는 김진태 의원이 참여해 집회 열기가 더해졌다. 

김진태(강원 춘천) 의원은 야당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탄핵소추의결서가 부실하다고 지적하면서, "무조건 탄핵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다. 법 위반을 했더라고 헌법을 전면 부정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북한 인권결의안 투표 여부를 김정은 정권에 물어보는 게 탄핵사유"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지금 좌파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박근혜 대통령을 버렸다고 선동하는데 진짜 그런가. 그럼 여기 모인 애국 시민은 누구인가. 아직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버리지 않은 시민이 많다는 것을,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군중정치 앞에 모든 것이 마비됐다. 반체제 무리들은 군중집회를 동원해 국회를 겁박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결의하게 만들었다. 자유민주주의 정신이 마비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양동안 교수는 "정치가 마비되면, 경제 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할 주체가 사라진다. 민주국가 주인은 국민이지만, 지금은 국민을 군중으로 만드는 자들이 주인이 됐다"며, 사회 전체의 우민화(愚民化)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양 교수는 "애국시민은 국민의 분노 감정을 진정시키고,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체제 선전의 포로가 된 국민을 '선전 감옥'으로 부터 구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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