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을 바로 본다 ①] 대선과 맞물려 엄정한 평가 어려워

반기문 10년의 업적, 국내외 평가는 극과 극… 왜?

유엔총회 "프로페셔널리즘과 헌신적인 봉사에 경의" 만장일치 채택
美 하원 이례적인 찬사에도… 국내에서는 '정치적인 폄훼 작업' 한창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12.19 21: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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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부터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에 출입하기 시작해, 구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을 담당했으며, 2016년 2월부터는 국민의당으로 출입처를 변경해 4·13 총선을 치렀습니다. 2016년 하반기부터는 2년 만에 출입처가 여당으로 바뀌었으며, 새누리당을 거쳐 지금은 바른정당을 중점적으로 취재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기문을 바로 본다》
① 반기문 10년의 업적, 국내외 평가는 극과 극… 왜?
② 반기문, 기후변화에 맞서 인류저항군을 이끌다
③ 반기문, 인도주의의 등불 든 10년의 임기
④ '기름장어' 비판에도… 반기문, 더 안전해진 세계
⑤ 시대를 넘어 세계를 조망한 반기문의 '넓은 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0년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유엔은 차기 사무총장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전 포르투갈 총리를 이미 선출했다. 사무총장 업무를 인계인수하면서 언론과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는 반기문 총장을 상대로 국내외 언론 매체들도 다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기문 총장처럼 국내외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은 드물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유엔은 어떠한 역할을 모색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반기문 총장이 어떠한 이정표를 남겼는지 해외 매체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다.

냉전 종식 직후인 1992년 유엔사무총장이 된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는 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가 막을 올렸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역대 유엔사무총장 중 유일하게 5년 단임으로 임기를 끝마치는 굴욕을 겪었다.

후임자인 코피 아난은 조심스런 행보를 택했다. 그는 냉전 시기 비대해졌던 유엔 조직의 구조조정을 시도하면서 연임에 성공해 10년 임기를 채웠다. 그러나 임기 후반부는 측근의 부패 의혹과 비리 추문으로 얼룩졌고 레임덕에 빠졌다. 결국 9·11 테러와 그에 뒤이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코피 아난 재임기에 세계는 훨씬 위험한 곳이 됐다.

이들의 뒤를 이은 반기문 총장의 임기 10년은 유엔의 새로운 역할과 이정표를 제시하는 시기였다. 반기문 총장은 전지구적인 기구인 유엔이야말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에 대항할 최적의 단체라고 판단했다.

1997년 교토 의정서 이후 10년 가까이 표류하던 기후변화협약은 지난해 파리 협정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파리 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한 반기문 총장의 노력 덕분에 기후 변화에 대항하는 인류의 반격은 결실을 맺었다.

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 기후변화라면, 인류 개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인권에 반하는 여러 가지 관습들이었다. 이들 관습은 종교적·민족적인 이유로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에 걸쳐 여성·어린이 등 소수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었기에 이에 대응할 기관 또한 유엔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주목한 반기문 총장은 재임 기간 내내 소외받는 소수자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와 관습 상의 이유로 박해받는 여성의 인권 신장에 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탓에 반기문 총장의 10년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해외에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유엔 기구가 스스로 반기문 총장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9월 개막한 제71차 유엔총회는 반기문 총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근 만장일치로 반기문 총장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피터 톰슨 유엔총회 의장은 성명에서 반기문 총장이 "프로페셔널리즘과 지칠 줄 모르는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유엔을 이끌었다"며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전지구적인 조치 마련을 가능케 했던 리더십 △지속가능발전 의제 채택으로 세계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 △양성평등 등 인권 부문에 대한 흔들림없는 지지 등을 업적으로 꼽았다.

아울러 "인류의 근본적인 인권을 진전시키고 후세를 위해 지구를 보호한 업적들은 주목할만 하다"며 "평화·안보·지속가능발전·인권 분야에 있어서 우리가 맞이한 도전의 극복을 염두에 두고 유엔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특별한 기여를 한 것에 대해 열렬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서도 반기문 총장의 임기 만료에 즈음해 이례적으로 특별한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발언이 나왔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8일(현지시각) 하원 본회의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반기문 총장은 10년의 임기 동안 경제·안보·인권에 대한 헌신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며 "국제적인 분쟁과 인도주의적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유엔의 확고한 과제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염병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등 세계적인 위협에 대처한 반기문 총장의 리더십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기여했다"며 "그는 세계의 인권 증진을 위해 쉼없이 노력했는데, 특히 여권 신장과 양성 평등을 장려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북한 김정은정권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포괄적인 인권보고서를 펴내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도 싸웠다"며 "(인권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학대에 대한 양심의 충격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반드시 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고 강조했다.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인 유엔에서의 10년 간의 활동에 대한 찬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10년 간의 헌신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려는 반기문 총장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폄훼 작업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18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기름장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역대급 간보기가 시작됐다"고 비난했고,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튿날 "국면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니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허투루 붙은 것이 아닌 것 같다"고 가세했다.

이러한 비난을 자세히 뜯어보면, 정작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재임 중의 성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 없이 "한 게 없다"라든지 "무능" 정도로 두루뭉실하게 비판하면서, 국내 정서와 감정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을 끄집어내는 수순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 최인호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기문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박 4일 동안 유엔을 방문했을 때 무려 일곱 차례나 만났다"고 비난했다. 지금이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당하는 등 '최순실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됐기에 "만났다"는 사실 자체로 비난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전세계적인 국제 기구의 수장이 된 인물이 고국의 국가원수가 방문했을 때 "많이, 자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비난을 받을 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비난들은 반기문 총장이 내달 중순 귀국한 뒤 정치 행보를 하지 않을까 싶어 견제하는 것인데, 그 출처가 어디인지 국민들이 짐작 못할 바가 아니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전북도의회에서 "국민의당이 탄핵반대세력으로 몰리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엄청난 인터넷 세력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5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반기문 총장을 평가해달라는 외신의 요청에 대해서도 "혹시 (대권) 경쟁자가 될지 몰라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의례적인 덕담조차 경계할 정도인데, 그를 추종하는 '엄청난 인터넷 세력들'이 이 신호를 해석하지 못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의 정치 행보와 관계없이 이미 이뤄놓은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업적은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하는데, 특정 유력 대권주자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업적과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마저 춤을 춰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 스스로도 지난해에는 반기문 총장을 향해 "우리가 만든 유엔사무총장"이라며 "언젠가 총장 임기를 끝내고 돌아온다면, 함께 하려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고까지 했다.

국내 정치 사안과 맞물려 있으니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지만, 향후 정치 행보를 한다면 대권주자로서의 역량은 역량대로 엄정히 평가하고, 이미 10년 간의 헌신을 끝낸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공과는 공과대로 따로 평가할 일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10월 김원수 유엔사무차장을 만난 자리에서, 반기문 총장이 만일 대선에 뛰어들 작정이라면 △청년실업 △양극화 △고령화 △개헌에 대한 해답을 갖고 귀국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차피 유엔사무총장의 업적만을 가지고 국내 대선 무대에서 뛸 수는 없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꼽은 국내의 핵심 화두들에 있어서의 경쟁력을 장차 보여줘야 한다"며 "이른바 '경쟁자'들도 과민반응으로 무작정 폄훼에 나설 것이 아니라,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업적에 대해서는 엄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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