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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 개혁보수신당(보수신당)이 현역 국회의원 29명으로 출범했다.
새누리당 의원 29명은 27일 의원회관에서 분당선언식을 갖고, 새누리당의 분당과 보수신당의 출범을 선언했다. 신당창당추진위원장은 정병국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공동으로 맡게 됐으며, 신당의 대변인으로는 장제원 의원과 오신환 의원이 선임됐다.
이로써 국회는 1990년 민정당·민주당·공화당의 3당 합당 이후 26년 만에 4개의 원내교섭단체가 병립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제4원내교섭단체인 신당은 이날 권성동 법사위원장, 이진복 정무위원장,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탈당함에 따라 3개의 상임위를 보유하게 됐다.
보수신당의 창당부터 함께 하게 된 '창립 공신' 29명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꿴 구슬이라고 표현할만하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21일 의원회관에서 탈당을 결의한 의원 수는 35명이었으나, 막상 이날 분당선언에 함께 한 의원은 29명으로 6명이 줄어들었다.
그 중 김현아 의원은 비례대표라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는 관계로 새누리당 잔류를 선택했다. 김현아 의원 본인은 의원직 상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탈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나, 동료 의원들과 보좌진의 적극적인 만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5명은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나경원·강석호·박순자·윤한홍 의원이다.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인 강석호 전 최고위원은 내년 초에 있을 2차 탈당을 주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순자 의원은 이주영 의원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중립·중도 성향 의원 모임의 일원인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최종 행선지를 지켜본 뒤 3차 탈당을 전후해 거취를 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심재철 부의장과 나경원 의원은 신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게 아니라, 이른바 '좌클릭'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신당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안을 마음대로 발표하면서 이같은 의구심은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돌출행동'에 흔들린 사람은 심재철 부의장과 나경원 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김재경·장제원 의원은 이날 분당에 최종적으로 함께 몸담기는 했으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행보에 의구심을 갖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원 의원은 탈당계와 원내교섭단체 등록 서류에 서명을 거부해, 전날 한때 동반 탈당 의원이 27명 아래로까지 내려갔다. 비상이 걸린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 위원장은 의원회관을 함께 일일이 돌며 설득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성토하는 동료 의원에게 "나도 많이 참고 있다"며 "일단 함께 당을 뛰쳐나간 뒤에는 토론을 통해 바로잡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장제원 의원이 어제(26일) 밤 늦게까지 김무성 대표와 수 차례 통화한 뒤에야 (탈당을) 최종 결심했다"고 귀띔했다. 결단이 늦어 관련 서류에 서명할 시간이 없었던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탈당계를 제출할 때 황영철 의원과 함께 가서 현장에서 탈당계에 즉석 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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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경위를 뒷받침하듯 장제원 의원은 전날 저녁 9시 30분에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결심의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론은 새로운 보수의 길로 가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관계자는 "새로운 '보수'의 길에 방점을 찍은 것을 눈여겨봐달라"며 "장제원 의원이 오신환 의원과 함께 공동으로 대변인을 맡기로 한 것도, 오신환 의원이 유승민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측의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돌출행동으로 규모가 막판까지 크게 요동쳤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전 대표가 참을성 있게 서 말의 구슬을 꿰어 출범한 보수신당은 향후 보수정당의 정통성을 놓고 새누리당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창당추진위원장을 맡게 된 정병국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낭독한 분당선언문에서 새누리당에 잔류한 친박계를 향해 날카로운 공세를 가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정치는 책임지는 것인데, 친박패권세력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기득권을 연장하려 했다"며 "헌법 수호를 위한 동료 의원들의 노력을 배신과 패륜으로 매도하며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통정치에 의해 저질러진 사상 최악의 헌법 유린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을 비호하며 국민 앞에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였다"며 "친박패권세력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망각했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단언했다.
또,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적극적으로 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재창출 노력은 보수정당의 정통성 싸움과 불가결하게 맞물리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당 사이에서의 보수정당 정통성 싸움은 결국 다가올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국민의 기대를 모으는 후보를 세워내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결판이 날 것이라는 게 여권 안팎의 중론이다.
이 때문인지 주호영 위원장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안보 문제를 파고들었고, 정병국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해 공격하기도 했다.
주호영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국체 보존을 위해 안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안보는 국민이며, 안보무능은 국정무능"이라고 강조했다. "안보에 있어서 어설프고 감성적인 접근을 배격한다"고도 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법 위에 사람이 군림하는 인치(人治)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체제이며 정의를 무너뜨리는 체제"라며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세력은 자칫 온 국민이 피땀 흘려 발전시켜온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를 싸잡아 비판했다.
나아가 "탄핵정국을 맞아 일부 세력은 법치주의의 기본을 망각하고, 과격한 운동권 세력의 사고방식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위험천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보수신당은 국민과 헌법이 대통령과 국회의원보다 위에 있는 진정한 법치국가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