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우월하다고 믿는 가치""혼자가 아닌 다같이 북치고 장구쳐야"… 박지원 '원맨쇼' 정조준
  •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28일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28일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뉴시스 사진DB

    과거 영웅이 세상을 바꾸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소수의 영웅보다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대의 민주주의' 혹은 '민의'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4·13 총선은 거대양당체제를 무너뜨렸고, 촛불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34표로 가결했다.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지칭한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내달 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원맨쇼'를 종식하고 무너진 당내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끌어왔던 박지원 원내대표도 전대 출마가 유력하다. 문병호 전 의원과 김영환 전 사무총장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정동영 의원도 막판 고심 중이다. 

    황주홍 의원은 28일 "이제 '헌정치'를 국민의당에서 퇴장시켜야 한다. 아니, 헌정치를 한국 정치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황주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전당대회에서마저 당의 얼굴과 간판을 새롭게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 당은 유권자들로부터 끝내 외면받고 조기 대선 국면에서 불쏘시개 기능에 한정돼 실종되거나 소멸할지도 모른다"며 지도부의 전면적인 교체를 촉구했다. 

    황주홍 의원은 "우리 당 지도부는 '리딩 파티'니, '선도 정당'이니 하며 근거 없는 오만과 허세에 빠졌다"며 "노련한 경륜과 능수능란한 개인기만을 믿고, 38명 의원 모두의 지혜를 진지하게 묻고 토론해서 중지를 모으는 민주적 과정을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편의주의의 사도가 된 것 같은 지도부의 일원에서는 자신을 공공연히 '헌정치인'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우리 당을 '누구누구의 당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스스로를 '헌정치'로 규정하던 박지원 원내대표를 거듭 비난했다. 

    국민의당은 거대양당구도 타파와 탄핵 정국을 주도했다고 자임하고 있다. 총선 직후에는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던 호남 의석을 석권하고, 정당지지도 26.74%를 기록하며 제1야당을 제치고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은 물론 호남에서조차 지지도가 민주당에 크게 밀리고 있다.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출현으로 국회가 4당 체제로 전환하면서 제3당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당이 이같은 위기에 처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현 실태가 바로 당의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황주홍 의원은 "잘못했다는,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특히 지도부는 입만 열면 자화자찬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기이한 정경을 조금만 성찰한다면 국민의당이 지금까지 잘했다는 저 강변은 결국 국민들이 잘못했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며 "잘하고 있는 국민의당을 잘못했다며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야말로 잘못된 것이라는 어이없는 궤변이 된다"고 지도부를 힐난했다.


  • ▲ 국민의당 황주홍(좌) 의원과 박지원(우) 원내대표가 지난 8월 의원총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황주홍(좌) 의원과 박지원(우) 원내대표가 지난 8월 의원총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당초 국민의당은 민주당(舊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親文) 패권주의의 만행을 비난하며 탄생했다.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치렀던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은 패배만을 기록했지만, 문 전 대표는 끝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 등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닫았다. 

    이같은 '문재인 체제'의 무책임·무기력·무대책을 강력히 비판했던 황주홍 의원은 국민의당에 와서도 '박지원 원맨쇼'를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8월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향해 "원맨쇼 그만하시라"고 쏘아붙였다. 10월 한 의원총회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개인일정으로 일찍 자리를 떠나자 "우리 당의 모든 결정권과 모든 논의가 그분 한 분에게 사실상 독점되어 있다시피 한데, 그 위치에 있는 분이 안 계시니, 여기서 얘기를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고 직격했다. 

    황주홍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촛불 축제여야 한다"며 "자기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을 결국 국민들이 탄핵했던 것처럼, 이제 막강 권좌에서 무소불위의 당권을 휘둘러온 지도부를 탄핵하게 될 것"이라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박근혜 대통령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어 "12월 9일이 이 나라 최고 권력 탄핵일이었다면 1월 15일은 우리 당 독선 지휘부에 대한 탄핵일이 될 것"이라며 '박지원 체제 불식'을 강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정치가 아니라 38명 모두가, 15만 당원 모두가 함께 북치고 장구치는 그런 정치를 시작해야 수권정당의 문은 서서히 열릴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주홍 의원은 전날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전남도당위원장을 공식 사퇴했다. 과거 더불어민주당(舊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전남도당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당무 혁신을 통해 권리당원 2만 명 이상을 모으기도 하는 등 '새정치'를 실현한 인물로도 평가받았다. 

    지난해 12월 유성엽·문병호 의원과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안철수 신당'에 합류,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에 참여하는 등 '원년 멤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