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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또다시 국가정보원 무력화에 나섰다.
국정원을 개편하겠다고 했으나, 국내 정보수집 및 수사기능 폐지를 주장해 사실상 해체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5일 "국정원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보기관으로 쇄신하겠다"며 "국정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 기조연설에서 "훨씬 강한 안보 능력과 정보력을 갖춘 정보기관(한국형 CIA)으로 거듭나게 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그동안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깊숙하게 개입했다"며 "국민사찰, 정치와 선거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4대 범죄에 연루되고 가담한 조직과 인력은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겠다"며 "간첩조작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국내 정보활동의 빌미가 되어왔던 국정원의 수사기능을 없애겠다"고 했다.
국정원 권한의 대폭적인 축소에 따른 대공(對共)수사권 약화에 대한 우려를 의식했는지 "국가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대공수사권을 경찰이 갖게 되면 간첩·좌익사범 등을 수사하고 체포한다는 본연의 기능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경찰은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비해 기밀보안이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대공수사의 경우, 인지수사(범죄의 단서를 직접 찾아서 조사)와 달리 첩보를 중심으로 비밀리에 진행되는만큼 정보누출은 곧 검거 불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검경의 수사권-기소권 문제와도 연계되는데다 국가보안법도 바꿔야 하는 등 간단히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결재'를 비롯해 안보관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던 문재인 전 대표가 이참에 국가보안법도 손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 산하로 옮기겠다는 것은 세월호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해양경찰청을 해체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4년 해양수산부의 외청이었던 해경은 사실상 해체됐다가 2015년 국민안전처가 생기면서 산하의 '해양경비본부'로 편입됐다.
해양경비본부장은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를 상실해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보고하고 지휘를 받게 됐다. 지휘계통이 늘면서 업무 신속성도 떨어진 셈이다.
또한 과거 해경의 수사범위는 바다와 관련되면 육상에서 발생한 사건도 수사할 수 있었지만, 편입 후에는 발생장소가 바다 위일 경우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
해경이 겪었던 수사·정보기능의 축소가 대공수사권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공수사권 경찰 이전과 관련, "정보위에서 비밀리에 보고를 받고, 비밀리에 움직이는 이유가 왜 있겠는가"라며 "그런 부분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국정원 개편과 함께 "권력기관을 대개혁해 국가시스템을 바로잡고 반듯하고 공정한 나라의 기틀을 세우기 위한 약속을 하겠다"며 청와대 개혁, 검찰 개혁 등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검찰 개혁과 관련,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갖도록 하겠다"며 경찰 수사권 독립을 약속했다.
또한 대통령 일과 24시간 공개, 인사추천 실명제 도입,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격하 등을 청와대 개혁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전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향후 검찰의 수사권은 대폭 축소되고 경찰이 막대한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