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촛불 “이재용 구속”...대한문 태극기 “우리가 국민혁명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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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의 찬·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양 측은 2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과 건너편 광화문광장에서 각각 10차, 13차 집회를 열었다.
수은주가 영하권을 맴돌면서 집회 규모는 지난주와 비슷했다. 다만, 태극기집회를 주도하는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집회 및 행진이 거의 마무리된 이날 밤, 시청 앞 서울광장에 텐트 30동을 기습 설치하면서, 장기 농성전에 들어갔다.
탄기국의 텐트 설치는, 2년 넘게 광화문광장 한쪽을 점거하고 있는 세월호 천막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알려졌다. 탄기국 회원 A씨는 "서울시가 우리 텐트를 강제로 걷어낸다면 즉시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러 갈 것"이라고 했다.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세월호 천막이 철거될 때까지 우리도 물러날 수 없다. 여러분들이 교대로 텐트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태극기 집회 측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농성 텐트를 설치하면서, 광화문 세월호 천막의 설치 및 유지·관리를 지원해 온 박원순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광용 대변인은 헌재를 향해 수위 높은 경고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그는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가 혁명의 주체세력이 될 것"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정 대변인은 아울러 특검을 겨냥해, "우리는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집회를 해왔지만 (특검은) 우리를 졸(卒)로 보고 있다. 우리가 왜 군복을 입고 섰는지 아는가. 우리가 바로 국민혁명군"이라고 말했다.이날 태극기집회 참가 인원은 주최측 추산 150만 명이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이 주도한 촛불집회 참가 인원은 주최측 추산 15만 명이다. 경찰은 양측의 집계 시비 논란을 피하려는 듯 참가 인원을 추산하지 않았다. 경찰은 질서유지와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서울 도심에 193개 중대 약 1만5,500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
◆ 문창극 "탄핵 원천무효, 헌재 믿어…국회 해산해야"오후 2시부터 시작된 태극기집회는 1차 집회 후 플라자호텔·한국은행·숭례문·중앙일보사를 지나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탄기국이 무대 한편에 마련한 '대통령에게 응원 엽서 보내기' 행사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종북좌파 인명진 OUT ▲억지탄핵 원천무효 ▲헌정유린 국회해산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흔들었다.태극기집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였다. 집회에 처음 모습을 보인 문 전 후보자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우려하면서, 헌재의 기각 결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문 전 후보자는 "지금 이 나라는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어둠의 세력들이 날뛰고 망국의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우리는 차마 그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나왔다. 민주주의는 촛불집회나 민중의 고함소리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법치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문 전 후보자는 국회와 언론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국회는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군중을 앞세운 군중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며, "증거도 없이 대통령을 탄핵하고 나아가 사법부를 압박하는 등 지금은 국회 독재시대"라고 비판했다.문 전 후보자는 그러면서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한 명이 곧 임기가 끝나는데, 남은 8명이 결정한다고 할 때 3명이 탄핵을 반대할 경우 기각된다"며, "설마 헌재에 단 3명의 의인이 없겠는가, 나는 헌재가 사법부의 권위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좌파 세력에게 국비까지 지원하는 것이 맞나? 오히려 그런 단체에게 지원했다면 그게 문제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김 의원은 김기춘·조윤선 구속에 대해선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된 후 담당 판사가 신상털기를 당했다고 하니, 이번 판사는 그게 겁이나서 영장을 발부한 모양"이라며, "그런 식이라면 나 같은 사람은 몇 년 동안 좌파들로부터 공격 당하고도 꿋꿋이 버티는데, 법관들은 며칠을 못 버틴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그는 '경제보다 정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특검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내 생각엔 특검을 해체하는 게 가장 정의로운 일"이라며 "특검은 집에나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대 청소년과 20~30대 청년들도 무대 위에 올라 '탄핵 기각'을 외쳤다.
마이크를 잡은 한 청년은 "어르신들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젊은 세대는 알아야 할 때"라며, "대한민국은 현재 거짓이 난무하고 법치가 무너지고 있는데, 법치가 무너지면 근본이 무너지고 근본이 무너지면 국가 운명과 미래가 무너지기 때문에 할아버지·아버지 세대가 후손들을 위해 나온 것"이라고 했다.그는 "젊은 세대는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우리가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가 (선배 세대들과 같이) 어른이 됐을 때 아이들에게 떳떳해야 하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청년들은 ▲근혜사랑 나라사랑 ▲종북좌파 북한가라 ▲떡검껌찰 해체하라 ▲거짓종편 언론선동 문구를 적은 방패 모양의 피켓을 선보였다.10대로 추정되는 앳된 얼굴의 한 학생도 "촛불집회를 선동하는 무리들의 실상을 이제 젊은 층도 알아야 한다"며, "저들의 촛불은 주한미군을 쫓아내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 저들이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피폭 때 촛불을 들었던가, 이석기 석방이 무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
◆ "퇴진행동, 촛불 가면 벗을 가능성 있어"최근 퇴진행동 내부에서 '비폭력 이미지를 표방하는 촛불집회를 지속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퇴진행동 측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A씨는 〈뉴데일리〉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퇴진행동은 태극기집회가 이렇게 커질 지 예상하지 못했고, 그 기세에 크게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12월24일을 기점으로 태극기집회가 흩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최근 규모에서 역전당한 뒤 내부 갈등까지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그는 "내부에서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더 악질인 황교안이 나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면서, "촛불 장사가 잘 된다면 모를까 앞으로 집회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A씨는 구체적인 상황변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광우병(시위) 때 처럼 그런 것"이라며 '폭력' 시위를 암시하기도 했다. 다만 A씨는 "이런 갈등이 퇴진행동 내 일부의 문제인지 전체적인 상황인지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퇴진행동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을 주제로 13차 설맞이 촛불집회를 열고, 헌재의 조기 탄핵 인용과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퇴진행동은 특히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재벌 해체 ▲황교안 대통령 직무권한대행 사퇴 등을 주장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 반부터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 SK·롯데 본사, 삼성 본관 앞 등을 돌면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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