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등 출석요구 더 안해, '녹음파일'도 불채택이정미 "대통령 출석여부 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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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변론기일에 대한 연기 여부를 오는 22일 변론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최종변론기일이 연기될 경우 사건 최종 선고 시점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임기를 넘어갈 수도 있어 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일 대심판정에서 열린 15차 변론에서 "3월 2일이나 3일로 최종변론을 연기해달라는 변호인단의 의견서에 대해선 일단 일정을 판단해보겠다"며 "안종범 전 수석은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보이고, 최순실씨의 증인 신문 출석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다음 변론에서 연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당초 최종변론을 24일로 정했지만 대통령 측은 ▲증인 신문 일정과 ▲최종변론서 작성에 시간이 필요한 점 ▲박근혜 대통령의 재판장 출석 여부 검토 등을 위해 일정 연기를 요청한 상태다. -
◆ "증인 채택 안해"..'속도' 유지하는 헌재
헌재는 이정미 대행의 임기 내인 13일 전까지 선고를 마무리짓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헌재는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선 더 이상 소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정미 대행은 이날 출석이 예정됐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최상목 전 청와대경제비서관이 나오지 않자 "증인 채택을 취소한다"며 "김 전 실장은 '핵심 증인'이 아니고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했으며, 최 전 비서관도 '핵심 증인'이 아니고 방기선 전 행정관의 증언으로 질문 사항의 대부분이 겹친다"고 직권 취소 이유를 말했다.
이 대행은 박 대통령 측이 "김기춘 전 실장은 오는 24일에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하자 "이미 두 번이나 출석 요구를 했고, 대통령 측에서도 이번에 나오지 않을 경우 증인신청을 철회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나"라고 선을 그었다.
헌재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 대한 증인신청도 기각했다. 헌재는 "고영태를 다시 소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고영태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해당 파일을 일부 듣긴 했지만, 고영태와 최순실의 관계는 또 다른 사건이고 헌재의 사건은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보는 것"이라고 증거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
◆ 대통령 출석시 증인신문할까?
이날 재판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 문제를 두고 변호인단과 청구인단, 재판부가 열띤 신경전을 벌였다.
이동흡 변호사는 "박 대통령은 증거조사가 완료된 후 최종 변론에 출석해 신문을 받지 않고 '최종 의견 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적인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청구인단 측 황정근 변호사는 "증거조사 이후에도 재판부와 청구인단은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며 "피청구인은 신년 기자간담회와 인터넷 방송 인터뷰에서 선별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핵심이 빠졌다고 답답해 한다"고 주장했다.
양 측간 논쟁이 심해지자 재판부는 잠시 논의를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청구인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정미 대행은 "헌재법 49조에서 소추위원은 변론에서 신문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만약 출석한다면 소추위원단이나 재판부가 신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행은 변호인단을 향해 "다음 기일 전까지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
한편 이정미 대행은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단의 변론권을 보장하지 않고 재판을 마무리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재판 종결 직전 준비한 서면을 들고 일어서며 "점심식사 이후에 변론을 이어갈 수 없겠느냐"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대행은 "오늘 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다"고 말을 잘랐다.
이에 김 변호사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변론을 하겠다. 오늘 준비해왔다"며 "왜 변론을 못하게 하는가"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이 대행은 "재판 진행은 재판부가 하는 것"이라며 "다음 기일에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중환 변호사는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변호사가 변론하겠다는 내용은 재판 진행 절차에 관한 것으로 안다"며 "변호인이 변론하겠다는 걸 판사가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재판부의 진행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재판부터 정기승 전대법관과 장창호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새롭게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