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소련제 9K-111 카피한 ‘불새-2호’, 하마스 등 무장단체에 대량 판매 정황
  • 북한이 최근 하마스 등 분쟁지역 무장단체에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등을 대량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2016년 2월 북한의 대전차 미사일 훈련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최근 하마스 등 분쟁지역 무장단체에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등을 대량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2016년 2월 북한의 대전차 미사일 훈련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화벌이가 어려워진 탓일까. 최근 북한이 분쟁지역 무장단체에게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등을 대규모로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3일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소형 무기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하마스, 팔레스타인 인민저항위원회(PRC) 등에 대전차 미사일을 수출한 것으로 보이며, 그 경로는 이란, 수단, 이집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피터 웨저먼 SIPRI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은 유엔 제재를 위반, 소형무기와 구식 무기기술을 6~7개 나라에 계속 수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란과 시리아는 최근 몇 년 동안 정기적으로 북한 무기 수입국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허점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하마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대량 판매했다는 소식은 SIRRI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인 지난 1월 24일 이스라엘 군사전문매체 ‘데브카 파일’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데브카 파일’은 정보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 3주 동안 북한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불새-2호’가 리비아에서 시나이 반도와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는 땅굴을 통해 가자 지구에 있는 하마스에게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데브카 파일’은 북한이 하마스에 수출한 ‘불새-2호’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 러시아제 9K-111 파곳(Fagot)을 복제 또는 개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日‘교도통신’ 또한 이집트 정부가 2016년 8월 이집트 항만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북한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적발해 압류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 북한이 하마스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9K-111 파곳 미사일. TOW 미사일과 흡사하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북한이 하마스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9K-111 파곳 미사일. TOW 미사일과 흡사하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9K-111 파곳 미사일은 길이 1.1m, 폭 12cm, 무게 12.5kg에 최대 사거리는 2.5km이며, 유선 유도방식이다. 과거 서방국가들이 널리 사용했던 TOW 미사일과 유사하다.

    9-K111 파곳 미사일은 1970년부터 생산된 구형 대전차 미사일이기는 하지만 하마스 등과 같이 자금력이 부족한 테러조직 또는 무장단체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400mm의 장갑 관통력을 갖고 있어, 중무장한 서방 전차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스라엘 메르카바 전차 등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北관영매체들이 지난 몇 년 동안 해마다 대전차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을 선전하고 있으며, 2016년 2월에는 김정은이 직접 ‘반땅크 유도무기(대전차 미사일) 시험 사격’을 지도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면서 북한의 이 같은 선전은 대외과시뿐만 아니라 무기 수출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어 “한국 국가정보원은 2016년 7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연간 1억 달러를 넘었던 북한의 무기 수출이 88%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계속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에도 제기됐다”면서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빈 틈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또한 제임스 클래퍼 前국가정보장(DNI)이 2016년 2월 美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을 수출, 확산시키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북한 무기 수출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 보도와 스웨덴 SIPRI 보고서, 이스라엘 군사전문매체 등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북한은 다른 나라에 무기를 수출할 길이 막히자 무장단체나 반군조직 등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3세계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나 반군조직은 무기를 구입할 때 일반적인 국가에 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무기를 가장 비싸게 구입하는 조직은 마약조직과 테러조직이다. 북한이 이들에게까지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