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및 결정에 재판관 9인의 견해 반영 안 되면,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현재 8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 중인 헌법재판소가, 공석 중인 재판관 정원을 충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의 평의와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과 관련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이 과거 ‘퇴임재판관 부작위 선출 위헌확인’(2012헌마 2호, 2014년 4월24일 결정) 헌법소원사건에서 밝힌 소수의견이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재판관 한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탄핵심판 심리와 평의를 강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면, 헌법을 수호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박한철 전 소장 후임 재판관이 충원될 때까지 심리를 중단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이정미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재 전원재판부는 변호인단의 항변을 배척하고, 지난달 말 변론을 종결한 뒤 마지막 평의를 진행 중이다. 박한철 전 소장 역시 재임 당시,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이 넘어가면 7명의 재판관만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8인 재판관 체제 아래서 심리를 마무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즉 박한철 전 소장이나 이정미 권한대행 등은, 재판관 한명이 공석인 상태에서도 탄핵심판 심리를 진행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박한철 전 소장과 이정미 권한대행은 위 ‘퇴임재판관 부작위 선출 위헌확인’ 사건에서,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낸 사실이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각하결정으로 종결된 위 사건에서 소수반대의견을 낸 재판관은 이정미 권한대행과 박한철 전 소장,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 등 4명이다. 이들은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재판관들이 토론 및 합의과정에서 견해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재판관들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서는 오랜 기간 재판관이 공석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결원이 생긴 상태에서의 헌법재판을 모두 위법으로 볼 수는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4명의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사건에서는 국회를 뜻함)이 정당한 사유 없이 상당한 기간 내에 공석인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하지 아니하면, 재판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헌법재판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 심리 및 결정에 재판관 9인 전원의 견해가 모두 반영될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받게 된다”고 판시했다.

    위 소수의견을 살펴보면, 이정미 권한대행과 박한철 전 소장 등은 ‘심리 및 결정에 재판관 9명 전원이 견해가 모두 반영될 수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된다면, 재판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받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논리를 따른다면, 대통령 지명 몫인 박한철 전 소장의 후임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탄핵심판은, 심판 당사자인 피청구인(대통령)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재판이다.

    나아가 ‘임시대통령’인 황교안 대행의 법적인 지위를 무시하고, 황 대행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야당 역시, 위헌적 탄핵심판을 야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석 중인 재판관이 충원될 때까지 심리를 중단한 뒤, 다시 변론을 재개해 공정한 재판을 보장해야 한다는 피청구인 측 변호인단의 항변이 법리에 어긋난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3년 만에 견해를 변경한 이정미 권한대행이나 퇴임한 박한철 전 소장 등도 그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 이정미 권한대행 등이 구체적인 해명 없이 탄핵심판 결정을 강행한다면, 헌법재판소의 공신력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그 결과가 헌정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각 재판관이 갖는 견해 혹은 판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대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정미 권한대행의 임기 만료일인 13일 이전 결정을 내리기 위해 평의를 서두르는 헌법재판관들의 태도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