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명령'이지만 "국민의당 손잡을 경우, 호남 거부감이 문제"
  • ▲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2일 국회에서 대연정 토론회를 제안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2일 국회에서 대연정 토론회를 제안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대권주자들을 향한 '대연정 토론회'를 제안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제안의 이면에는 60일이라는 '초단기 대권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반문(반문재인) 연대 구축을 위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급해진 발걸음이 있다는 관측이다.

    남경필 지사와 정운찬 전 총리는 12일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대권주자들을 향해 대연정 토론회를 제안했다.

    두 사람은 "탄핵 인용 결과에 승복해 분열과 갈등의 혼란을 추스르고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며 "일방의 이념과 진영만을 대변하는 정치가 아닌, 모두를 포용할 협력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작은 '협치'와 '연정'"이라며 "이념과 진영 논리를 넘어 새 시대를 염원하는 정파와 정치인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협치와 연정은 누구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통합을 위한 대연정 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제안된 '대연정 토론회'는 차기 대선이 단순한 '패권교체'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친박패권주의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영수로 하는 친문패권주의는 이것이 마치 자신들의 승리인양 되레 더욱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연정(大聯政)이란 그 속성상 조금이라도 결이 다른 세력은 편가르기해 배척하는 패권주의와는 어울릴 수 없다. 애초부터 대연정 자체가 나치와 스탈린주의가 발호해 전전(戰前) 바이마르공화국 체제를 뒤엎었던 독일에서 '방어적 민주주의'의 일환으로 발전해온 개념이다. 그 성격상 당연히 패권주의는 배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경필 지사는 공동회견 뒤 취재진과의 문답 과정에서 "대연정 토론회에 참여하는 것과 (대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패권을 제외한 대연정이 옳다"고 밝혔다.

    특히 남경필 지사는 "탄핵에 반대하면서 승복도 반성도 않는 정파는 대연정 토론회에서 제외하는 게 옳다"고 말했고, 정운찬 전 총리는 "탄핵에 반대했거나 국정농단에 일부 참여했다면 반성하고 와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탄핵에 반대했으면서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승복과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구제불능 친박',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표현한 '양아치 친박'의 경우에는 대선 반문연대의 결과물이 될 '대선 뒤 대연정'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 된다.

    이는 당연한 말이다. 패권으로서 패권을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요컨데 자유한국당 친박계는 헌재의 결정으로 종래의 패권주의에 대해 '반성'할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에, 반성을 조건으로 대연정에 함께 할 수 있지만, 성찰할 계기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친문패권은 대연정에 참여할 자격미달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지난 9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의 만찬 회동에서 연대를 공공연히 입에 올리지 말라고 면박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신라호텔에서 열린 백상 장기영 전 한국일보 사주의 탄생 100주년 기념세미나 도중 영빈관 정원으로 자리를 옮겨 극비 환담을 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과 박지원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지난 9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의 만찬 회동에서 연대를 공공연히 입에 올리지 말라고 면박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신라호텔에서 열린 백상 장기영 전 한국일보 사주의 탄생 100주년 기념세미나 도중 영빈관 정원으로 자리를 옮겨 극비 환담을 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과 박지원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한편 정운찬 전 총리는 이날 남경필 지사와의 공동회견이 "바른정당 입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실 어디가 (입당하기에) 매력적이냐고 바로 이 시점에 묻는다면 (바른정당이) 제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오는 17일에 대선 경선후보 등록을 마감하는 것과 관련해 "문을 닫으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사실상 마음이 떠났음을 시사하며, 자신의 거취를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고 부연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반문연대 형성을 위한 기초적인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저에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은 정운찬 전 총리의 바른정당 입당을 위해 영입 조건을 막판 조율 중이며, 이 과정에는 김무성 의원의 핵심 측근인 바른정당의 충청권 의원과 호남권 의원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학용 의원과 박순자 의원이 지난 8일 남경필 지사 지지 선언을 하고 캠프에 합류했는데, 이 또한 김무성 의원의 의중이 있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한민국에 정말 위험한 세력의 집권만은 막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바른정당 안팎을 넘나드는 큰그림을 그리며 분투하는 중"이라며 "대선일이 사실상 5월 9일로 확정됐기 때문에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문연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실제로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무성 의원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당장 국민의당의 참여부터가 문제다. 반문연대에는 야권의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국민의당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탄핵 인용 결정 전날인 9일 김무성 의원과 만찬 회동을 가진 박지원 대표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박지원 대표는 김무성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이랑 같이 하겠다는 소리 좀 그만하라"며 "그런 소리를 하면 우리 둘 다 죽는다"고 일침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대표도 반문연대에 관심이 없을 수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호남 민심'은 반문 정서가 여전히 강하기는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절대명제가 '정권교체'인데, 국민의당이 범(汎)보수 진영과 손을 맞잡을 경우 표심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누구보다 호남 정서에 밝은 박지원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반문연대를 형성해 '문재인 대 안철수'로 1대1 대결 구도를 형성하려면, 국민의당과 범보수 진영이 손을 맞잡는 게 아니라 안철수 전 대표를 위해 일방적으로 출마를 드롭(Drop)해주는 모양새가 필요한데 이것이 정치현실상 연출될 수 있을지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협상을 통한 연대가 아닌, 제도적으로 일방이 다른 일방을 위해 '드롭'하는 시스템이 바로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가 목소리를 높여온 '결선투표제'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되고 대선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관측이라 이 난관이 어떻게 극복될지가 미지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등 여론 전문가들도 복수 매체에 출연해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등과 손을 잡으려 하면 호남에서 거부감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반문연대 형성의 난관으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