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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경쟁하고 그 경쟁이 끝나면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정권을 교체할 것이다."
민주당 경선 선두주자 문재인 후보가 지난 14일 여의도 민주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명경선 선언식'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러나 문 후보의 이 발언은 순회경선에 돌입하기도 전에 빛을 잃었다. 지난 23일 우석대학교(전주 소재)의 태권도학과에서 문 후보 지지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중앙일보의 <전주 A대학 "문재인 지지 행사 학생 동원" 사실…선관위 조사 착수>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학과 측은 학생 동원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혹이 불거지자 '제보자 색출'과 '말맞추기' 정황까지 드러났다.
우석대 태권도학과 160여명은 지난달 12일 전주 완산구 인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전북 통합 지지모임인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 참석했다. 버스 대절 등을 통해 이뤄진 이번 동원은 학과장과 교수들의 인솔 아래 진행됐다.
학과장은 "학생들이 전북포럼 출범식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동원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존재했다. 학생들은 모임 시작 전인 오후 2시쯤 "SNS에 문재인 뭐시기 올리지 마세요" 등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게 중앙일보의 보도다.
이와 관련 전북 선거관리위원화는 우석대 조사에 착수했다. 버스 대절을 통해 특정 정치인 지지 행사에 동원한 것 등이 선거법상 불법 기부행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문 후보 측은 "문제가 있으면 당 선관위 등에 고발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밝힌 상황이다.
문 후보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으나, 자칫 눈덩이처럼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새로운 전북포럼' 모임의 대표가 안도현 시인이 우석대학교의 교수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문재인 캠프에서 '전북경선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즉 안 교수와 해당 학과 측 모종의 관계가 형성됐을 것이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후문이다. 더욱이 우석대학교에는 문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린 양정철 전 참여정부 홍보기획비서관이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논란의 불똥이 문 후보 측근들에게 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요즘 대학생들이 학점 관리 등 매우 바쁜 사람들 아닌가. 이번 (학생 동원 논란은) 조직적으로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도에 나오는 대학과 연관 있는 분들이 실제 문재인 캠프에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캠프의 한 측근은 "(이번 논란은) 캠프 관계자들이 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이번 사건은 자발적 지지 모임 당시 발생한 일이다. 때문에 캠프가 공식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논란의 불똥이 문 후보 측근들에게 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사실만 얘기하자. 다만 캠프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을 끊었다.
한편 학생 동원 논란으로 빈축을 산 문 후보를 향한 정치권의 질타도 빗발치고 있다. 김병욱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구태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엔 전주의 한 대학교 학과에서 문 후보를 지지하는 행사에 학생들을 단체로 참석시켰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공정경선이 더 이상 훼손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묵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취업을 걱정하며 학업에 충실해야 할 대학생들을 구태한 동원정치의 현장에 내몰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계속 공정선거가 훼손되고 있는 상황을 당 지도부가 진정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관계자의 책임과 엄중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