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작 자신 주변 적폐는 방치" 문재인, 뒤늦게 유감 표명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문자폭탄 양념' 발언 파장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패권 발상", "적폐 그 자체"라며 문 후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문 후보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제 지지자 가운데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자폭탄을 보내 의원님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다"며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제대로 몰랐는데, 지지자 중 과도한 행위들이 있었다"며 거듭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자신의 열혈 지지자들이 비문(非文)계 의원들에게 욕설 문자를 보내거나 '18원' 후원금 입금 등의 집단행동을 벌인 것에 대해 당 의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문자폭탄 논란을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우리 후보 간 가치 정책을 가지고 TV토론 등을 통해 다소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부분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그런 정도의 논쟁은 치열한 경선에서 오히려 필요한 일이고, 이를 통해 우리 당의 가치와 정책도 훨씬 폭넓어지고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 후보는 지난 3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MBN과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18원 후원금, 문자폭탄, 상대후보 비방 댓글 등이 문 후보 측 지지자 카톡방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게 드러나기도 했다'고 자적하자 "그런 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 정치권 안팎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문 후보의 '문자폭탄 양념 발언’에 대해 "문자폭탄은 양념이 아니라 반드시 청산해야 할 패권주의 적폐 그 자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자폭탄은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친문패권주의의 극단적 발로"라며 "대권병에 빠져 정작 자신 주변에 만연한 적폐는 방치한 채 대한민국 적폐 청산을 말하는 것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라고 힐난했다.

    특히 정 대변인은 문 후보의 사과에 대해 "문 후보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단순한 유감 표명으로는 부족하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려면 친문 패권주의 세력의 해산 내지 그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대전 중구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전·충남·충북·세종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문 후보를 향해 "자기에게는 단맛내는 양념일지 몰라도 안희정·박영선·박지원에게는 독약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자기들의 패권, 친문(친문재인)에게만 단맛 내는 양념을 칠 것으로 자기에게 반대하는 세력에게는 쓴 양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문 후보는 대통령이 돼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비난했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문 후보는 봉하마을 방문 배경에 대해 "오늘 아침에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역대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돼서 19대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제 마음과 자세를 좀 새롭게 가다듬고자 참배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꿈꾸셨던 사람사는 세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정권교체 이후 국정운영을 통해 사람사는 세상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