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철수에 몰린 중도보수 지지층, 더 늦기 전에 잡아야 한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불안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북한 핵시설 동향을 근거로 북한이 김일성의 105주기인 오는 15일을 전후해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핵 항공모함인 칼빈슨호를 호주 대신 서태평양에 배치하고 해병 1사단을 태평양 지역으로 배치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북한 선제타격론도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국민의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당론 변경에 다소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사드와 관련한 입장은 분명하게 정리가 됐다.

    지난 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다음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이제 대선기간이니, 대선후보 중심으로 당이 한 방향으로 가게 하겠다"고 당론 변경을 공언했다.

    안철수 후보는 경선 과정 중에도 수차례에 걸쳐 "국가 간의 합의는 다음 정부에서도 존중해야 한다"며 "북핵이 대한민국 안보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안보를 위해서는 동맹국과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안철수 후보가 강하게 밀어붙이자, 당내 지도부의 기류도 기존의 반대에서 '찬성'쪽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당초 사드 반대 당론 채택을 주도했던 박지원 대표는 지난 10일 "찬반이 있지만 좀 더 검토해보겠다"며 "후보 의사를 존중하는 쪽으로 말하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11일 저녁 JTBC와의 인터뷰에서도 "후보가 원하고 있고, 우리도 여러 가지 사태가 변경되고 있기 때문에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북한 김정남 암살 테러 직후 주승용 원내대표가 "북한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많이 약해졌다"고 사드 당론 재검토를 주장하자 "개인 견해"라고 일축했던 것과 비교하면 진전됐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드 반대파였던 정동영 의원도 지난 7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정당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며 "안철수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 견해를 수정할 수 있다. 그 부분은 조화롭게 의견을 모아가면 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현재 사드 배치를 놓고 대선후보인 안철수 후보와 당론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다른 당으로부터 집중 공격받을 빌미도 여전히 안고 있다.  


  •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최고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최고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전날 경기도 포천에서 "야당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며 사드 배치조차 반대하다가, 이제와 선거를 앞두고 다급하니 마치 찬성하는 양 이야기한다"며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당선되면 김정은을 만나러 북한에 간다 했고, 안철수 후보는 자기 당에서도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최고위회의에서 "안철수 후보가 보수표를 얻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 같다"며 "박지원 대표는 당론을 바꿀 것인지 말해달라"고 압박했다.

    오는 1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처음으로 열리는 5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를 향해 '사드 당론' 문제가 집중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공세에 안철수 후보가 "대선후보 중심으로 당이 한 방향으로 가게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곤란한 상황을 맞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당이 해야 할 일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상당수의 중도·보수층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추세다. 이는 안보 분야에서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보다는 '자강안보'와 '한미동맹 강화' 등을 강조한 안철수 후보가 그나마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노린 것 아니냐는 비난에 혹시나 주저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도 없다. 정녕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안철수 후보의 주장처럼 외교·안보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기존의 입장만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호남 민심을 우려하지만, 대다수는 대한민국 일반 국민들의 뜻과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국가 중대사를 위해 국민을 앞장서 설득하는 것 역시 당과 의원들의 몫이다.

    얼마 전 광주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사실 사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물론 국가에서 정부에서 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사드에 대해 적극 찬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사반대도 아닌, 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오늘 4·12 재·보궐 선거와 중앙선대위 구성 등 현안이 정리되면 사드 당론 변경을 위한 의원총회를 지난 2월에 이어 재차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승용 원내대표가 개별적으로 의원들을 만나 사전 조율에 나선다.

    대선까지 27일 남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날짜로 거론되는 15일까지는 3일이나 남았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안철수 후보의 뜻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의총을 열어 당론을 변경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