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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이른바 '돼지흥분제' 논란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이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만 유독 '사과'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사퇴하면 대선의 선거 구도상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대선후보 정치분야 토론회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돼지흥분제') 문제에 대해 사퇴 입장을 밝힌 적이 없으며 사과하라고만 요구하고 있다"며 "홍준표 후보가 사퇴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선거에 불리하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돌직구를 꽂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사건 당사자인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가장 먼저 "성폭력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국민들의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준표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강간미수의 공범인 홍준표 후보가 즉각 사퇴해야 맞다"고 가세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성폭력 모의가 외신에 보도되면서 국격이 실추됐다"며 "홍준표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민주당 문재인 후보만은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혹시 홍준표 후보가 사퇴하면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쏠려 대선에서 역전패할까봐 우려한 것이 아니냐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지적한 것이다.
심지어 이 사실 자체는 홍준표 후보조차 거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사퇴 요구를 거들고 나서자 홍준표 후보는 웃으며 "내가 사퇴하는 게 안철수 후보에게 많이 도움이 되는 모양"이라고 했고, 이에 안철수 후보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사퇴하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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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 사이에서 직접 거론이 돼서 화제가 됐지만 '홍준표 후보의 낙마는 문재인 후보의 악재'라는 말 자체는 정치권에서 완전히 새로운 문제 제기는 아니다.
지난 21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박광온 공보단장이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돼지흥분제' 논란과 관련해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은 즉시 국민 앞에 정중히 사죄하길 바란다"고 논평했을 때부터 되레 또다른 논란이 촉발됐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튿날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은 모두 돼지흥분제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만 수위를 낮춰 겨우 사과만 요구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의 표를 빼앗아가기를 바라는 문재인 후보와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장진영 대변인도 "(사건과 관련해) 박광온 공보단장이 정중히 사죄하라고 한 게 전부"라며 "홍준표 후보가 사과했으니 '이제 덮고 가자'고 할 셈이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적에 대해 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한 차례 거론했다. '돼지흥분제'가 아닌 '성완종 리스트'를 문제삼았고, 직접 사퇴를 요구하기보다는 "다들 사퇴하라고들 하더라"는 간접화법을 사용했다.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가 위키리크스 폭로 문건을 바탕으로 '일심회 간첩단' 관련 추궁을 이어가자 "'성완종 메모'에 나와 있으면 홍준표 후보는 유죄냐"며 "이 자리에서 그런 말할 자격이 가장 없는 사람이 홍준표 후보다. 다들 사퇴하라고 하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이에 발끈한 홍준표 후보가 "그러면 문재인 후보는 왜 성완종 회장을 두 번 사면해줬느냐. 맨입으로 해줬느냐"며 "사퇴를 내가 하긴 왜 하느냐"고 반격했다. 이러한 반격에 대해서도 문재인 후보는 "그만하라"고만 점잖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논란이 된 '돼지흥분제' 사건과 관련해 공격이 이어지자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런 일이 있었으니 정말 후회하고 용서를 바란다고 자서전에 썼는데, 12년 전에 공개돼 고해성사까지 한 것을 또 문제삼는다는 것은 참 그렇다"면서도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을 못 막았다는 것을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