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⑥]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

김정은 가장 무서워하는 것, 주민들에 진실 알리는 것

韓정부, 국제법으로 용인된 대북심리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 이해 불가

김석우 칼럼 | 최종편집 2017.05.08 16: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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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 이후 구서독을 여행하는 과거 동독주민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이 리아스(RIAS, Radio in American Sector)라는 라디오 방송국이다.
그들은 분단시절 동독의 언론보도가 거짓투성이의 선전선동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서베를린의 미국관할지역에서 방송하는 라디오를 애청하였다.
외부세계 소식뿐만 아니라 동독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실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분단 당시 동독지역의 폴란드와의 접경지역 중에서도 동북쪽과 동남쪽 모서리 지역은 서독의 방송을 들을 수 없는 난청지역이었다.
구 동독주민들 사이에서도 그들 난청지역 주민들을 바보들의 계곡(Tal der Ahnungslosen)사람들이라고 측은하게 여겼다.

분단시절 서독정부는 동독에 대하여 차관을 제공하는 경우 그에 대가로 인도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동독정권에 대하여 서독의 텔레비전, 라디오를 시청할 수 있도록 양보를 얻어냈다. 동독 주민들이 동독언론보다는 서독의 언론을 더 듣게 되었다.

그 결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독지역 주민들이 자유선거로 새 정권을 선출하고 이 정권이 서독정부와 평화적인 통일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북한 주민들도 선전선동이 아닌 진실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국가주권이 절대적이라는 구시대적 근거에서 개인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2월 7일 제출한 보고서에 따라 유엔총회와 인권이사회는 북한주민의 사상, 표현, 집회의 자유와 함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라고 북한정부에게 권고하고 있다.

동해바다에 조업하러 나가는 어부가 날씨예보도 알 수 없다면 풍랑을 만나 생명을 잃을 위험이 커진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한국방송이나 일본방송의 일기예보를 들어야 한다.
국내외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하여 외부의 소식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KBS의 사회교육방송은 북한주민들에게 필요한 진실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국내외 뉴스 이외에도 노동당 간부에게 드리는 강인덕 교수의 편지도 있었다.
탈북자 중에는 한국에 입국한 후에 강인덕 교수를 꼭 만나고 싶어서 찾아간 사람들이 많았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다음 사회교육방송을 담당하는 인원을 60명 규모에서 20명 선으로 감축하였다.
그리되면 제대로 된 방송을 기획해서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사회교육방송의 이름도 한민족 방송으로 바꾸고, 국내외 뉴스보다는 한국가요와 같은 예능프로를 중심으로 방송하였다.
북한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청취할 만큼 절실한 내용이 아닌 것이다.
아직도 KBS는 이 방송을 제대로 복원시킬 만큼 충분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좌파 노조의 강한 반대로 알려졌다.

민간 차원의 대북방송이 4개 운영되고 있다.
주로 미국 민주주의 기금(NED)과 같은 외부지원을 얻거나 시민사회의 모금과 재능기부를 받아 힘겹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 방송들은 한국의 중파나 단파의 주파수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과 같은 외국의 단파를 이용해서 대북방송을 하고 있다.
예산의 절반을 외국의 주파수 사용료로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지역에 도달하는 전파의 강도가 300khz이하로 미약해서 청취하는 북한주민도 힘겹게 듣고 있다.

2010년 탈북한 50대 남성은 “라디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안테나를 입에 물었다. 북한에서 방송을 듣는다는 것은 그냥 듣는게 아니라 온몸으로 먹는 것이다. 얼마나 소중한 소리인지 여기서 방송 만드는 사람들이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국민통일방송(이광백 대표)에게 증언하였다.

그래서 한국의 여유분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을 하지만 주파수 배정의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야당 측 추천 위원들이 극렬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태영호 공사는 북한주민들이 외부사정을 알 수 있도록 한국사회가 방송을 통해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배가하여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정은이 재일교포 고영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북한주민들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 북한의 경제가 한국보다 우월하던 1970년대까지 북한정권은 적극적 심리전을 펼쳤다.
휴전선 연선에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대남방송을 펼쳤다.
남북한 경제력이 역전되고, 북한의 전력부족이 심각해지자, 과거와 같은 심리전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4년 6월 4일 남북 장성급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불신과 오해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들을 제거하기로 하였다.
북한군 병사들은 한국 측 전광판의 일기예보를 보고 빨래를 할지 여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젊은 병사들의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북한이 2015년 8월 4일 목함지뢰 만행을 저지르자 한국정부와 국민은 전쟁도 불사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휴전선 연변의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였다.
당황한 북한의 요구로 김관진·홍용표-황병서·최룡해의 2+2 고위급회담을 8월 22일 시작하여 무박 4일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8월 25일 북한의 유감표명을 받아내는 합의를 이루었다.
당시 중단되었던 대북확성기 방송은 2017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다시 재개하였다.

이민복, 박상학과 같은 탈북인권운동가들이 대북 심리전 풍선을 보내려하면, 북한은 고사총 위협을 하여 야당과 현지주민들의 반대를 유도하였다.

몇 발의 지뢰나 폭탄보다 북한정권이 더 무서워하는 것은 주민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대남적화통일 정책을 노동당 규약 전문에 명시하고 있다.

“조선노동당의 당면목표는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하며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

이러한 적화통일이라는 기본목표를 버리지 않는 북한정권은 온갖 수단을 써서 대남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포용성을 악용하여 한국사회의 친북세력들이 북한의 심리전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하여 한국 측이 국제법상으로도 용인된 심리전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옛날 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의 양공(襄公)은 양보심이 너무 많은 제후였다.
부하들이 강을 건너는 적군을 공격하자는 건의를 물리치고 적군이 강을 건너 진용을 갖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국은 싸움에 패하여 나라까지 잃어버렸다.
그 어리석은 양보심을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 하여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 대북방송을 억제하려는 행위는 바로 송양지인에 비견할만하다.
그 내면에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폭압통치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들어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현병철 위원장 당시)가 2010년 12월 6일 북한주민의 알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한 정부기관이 노력할 것을 권고한 이후에도 이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문제 삼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김 석 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 (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 前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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