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협조하라는 건 매우 오만한 태도" 靑, 김상조 보도 후 13간 만에 해명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위장전입 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위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가족이 2차례 위장전입했던 사실이 드러나 또 다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벌써 3번째 위장전입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대 비리(非理)를 강조하며 고위공직자 임용 원천 배제 공약을 제시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5대 비리는 부동산투기, 병역면탈, 세금탈루, 논문표절, 위장전입 문제다.

    이 상태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인준을 강행하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첫 단추부터 깨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과거 정권의 인사 문제를 수차례 비난했던 현 집권세력이다. 톡톡히 망신살을 사게 됐다.

    경향신문은 26일자 보도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55)와 가족이 2차례 위장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상조 후보자의 가족은 1994년 3월부터 경기 구리시 교문동의 동현아파트(현 구리두산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3년 뒤인 1997년 1월 김 후보자를 제외한 부인 조모씨와 아들은 길 건너편인 교문동 한가람아파트로 서류상 분가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2개월 앞둔 때였다. 주민등록법 37조 3항을 위반한 것이다.

    김상조 후보자 측은 "당시 중학교 교사였던 김 후보자 부인이 지방 전근 발령 난 상태에서 건너편 친척집에서 아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주소지를 옮겼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 친척집에 살지는 않고 2주 만에 서울 중랑구 신내동으로 이사 갔다.

    또한 김상조 후보자 가족은 1999년 2월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아파트로, 2002년에는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로 주소지를 변경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으로 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김상조 후보자는 가족과 함께 미국 예일대 연수를 가면서 2004년 8월부터 다시 7개월간 목동 현대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어 귀국한 2005년 2월 은마아파트로 주소지를 다시 변경했다. 중3 아들이 고교 진학을 앞둔 시기였다.

    김상조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해외연수 중 전세로 살던 은마아파트를 비워두고 우편물 등을 받아두기 위해 목동의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해 주소지만 잠시 옮겨놓았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목동과 대치동의 전세 계약서는 제시하지 못했다.

     

  • 김명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김명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자유한국당은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측으로부터 온갖 공격을 받던 과거와는 다르게 공수(攻守)가 교대된 모습이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26일 오후 논평에서 "벌써 세번째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위장전입을 포함한 5대 비리 관련자에 대해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던 원칙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사검증과정에서 위장전입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만큼 무능한 것인지, 아니면 위장전입 쯤은 경미한 일로 치부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나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는데, 스스로 세운 원칙에도 맞지 않은 인사를 내세우고는 무조건 협조를 하라는 것은 매우 오만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욱이 민주당은 과거 위장전입 등 각종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라도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야지 그렇지 않다면 위장전입 정권이라는 불명예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청와대는 김상조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보도를 통해 드러난지 13시간 만에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본인의 직접적인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임종석 실장은 "저희들은 마땅히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도 높은 도덕적 기준 갖고 검증하고 있지만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선거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저희들로서는 관련 사실의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시점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자가 가진 자질 능력들이 관련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서 현저히 크다고 판단될 때는 관련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현실적 제약 안에서 인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좀 더 상식적이고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국회 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 구한다. 앞으로 스스로 겸비하는 마음으로 좋은 인재 널리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에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그럼 지난 정권은 현실적인 제약이 없었다는 말인가? 과거에 그렇게 욕을 하더니, 문재인 정권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후보자들의 비리 문제가 줄줄이 드러나고 있는데 무엇이 상식적이라는 것인지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해야 할 문제인데 왜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청문위원들에게 넓은 이해를 구할 문제가 아니라 비리 후보자들이 자진사퇴를 하면 될 일인데 문재인 정권이 대체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