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정치적 입장 따라, 편향성 띤 작품 지정될 수 있어
  • ▲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종로구가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공공기념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개정한 '도시공간예술조례'(이하 조례)가 反민주적 절차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핵심은 구청장이 공공조형물 지정을 심의하는 위원의 대다수를 단독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조례는 공공조형물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공조형물 지정을 위한 심의 및 의결은 종로구 도시공간예술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맡는다.

    공공조형물로 지정이 되면, 구 차원에서 해당 미술품을 관리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위원회 구성 및 임명에 관한 절차를 규정한 제27조다.

    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포함 25명 안팎으로 구성되며, 구의원, 관계공무원, 건축·도시계획·조경·조형예술·색채·조명 등의 분야에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중에서 구청장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결국 위원회 구성 권한을 구청장이 사실상 단독으로 행사하는 셈이다. 구의회의 동의 절차도 생략돼, 견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구청장의 정치적 색채에 따라 이념 편향적인 작품이 공공조형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받는 조형물이 지정되는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조례가 국론분열과 사회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례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민들도 해당 조례에 대해 '反민주적', '反헌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소속 박건형 씨(익명, 남)는 "소녀상을 관리한다는 목적이야 좋지만, 헌법재판관이 대통령, 여당, 야당의 추천으로 구성되는 것과 같이, 정치성을 내포한 작품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할 때는 균형 잡힌 심의가 반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원회는 그 구성원에 의해 정당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반대 측의 의견수렴 없이 구청장 홀로 위원회 인사 대부분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종복 종로구의회 의원은 "몇몇 시민들이 우려한 것처럼 조례 개정을 심의하고 있었는데 위원회의 역할이 혼합되어 있다 보니 놓친 부분이 있다"며 "이번 조례 개정에서는 심도 있는 검토가 이루어졌지만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면 심의를 더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홍 종로구위원은 “기초자치단체 위원회는 주로 구청장이 위촉을 한다”며, “기초단체의 맹점이며 문제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유양순 종로구의원은 "구 행정과 관련한 의사결정의 책임자는 구청장"이라며, "(위원회) 임명은 구청장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김정태 서울시의원은 "공공지정물 지정이 시민들로 하여금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한다"며, "위원회는 임명이 아니라 위촉이 맞지만 각계전문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공공조형물 지정에 대한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