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서울에 부시·오바마 시절의 무역협정 재협상 요구"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 소식을 1일자 10면에서 사진과 함께 다룬 워싱턴포스트. ⓒ워싱턴DC(미국)=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 소식을 1일자 10면에서 사진과 함께 다룬 워싱턴포스트. ⓒ워싱턴DC(미국)=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3박 5일 순방에 대해 이렇다할 관심을 보이지 않던 미국 현지 언론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를 계기로 이를 다뤘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등 현지 매체들은 대체로 철강과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 시장의 추가 개방의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발표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논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자 10면(국제면)에서 6단 기사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전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있었던 공동언론발표 소식을 다뤘다.

    기사 제목은 "트럼프와 남한 대통령이 평양의 핵 야망을 규탄하다(Trump, South Korean President condemn Pyongyang's nuclear ambitions)"였지만, 내용은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목요일 실무만찬(working dinner)에 이어 금요일 정상회담을 하면서 따뜻한 개인적 관계를 쌓았다"면서도 "트럼프는 2011년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마바가 체결한 쌍무무역협정의 재협상(renegotiation of a bilateral trade deal)을 포함해 서울에 요구할 바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우리는 전날밤과 오늘, 자동차와 철강 등 몇몇 까다로운 통상 문제(some tough trade issues like autos and steel)를 논의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근로자와 기업, 특히 자동차 회사를 위해 평등한 경쟁의 장(level playing field)을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에 고무됐다"는 발표를 직접 인용하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업계의 시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남한을 압박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뉴욕타임즈도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에서의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압박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뉴욕타임즈는 같은날 8면(국제면) 하단에 "트럼프가 아시아의 동맹국과 적국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Trump Adopts a More Aggressive Stance With U.S. Allies and Adversaries in Asia)"는 제목의 6단 기사로 사진없이 내용을 다뤘다.

    이 기사에서 뉴욕타임즈는 "금요일,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에 한국 시장이 더 개방돼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5년된 남한과의 자유무역협정(five-year-old Free Trade Agreement)은 '전혀 좋은 거래가 아니었다'고 조롱(derided)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의 정경은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압박으로 점철된 것으로 묘사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상 압박을 했다는 소식을 1일자 8면에서 다룬 뉴욕타임즈. ⓒ워싱턴DC(미국)=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상 압박을 했다는 소식을 1일자 8면에서 다룬 뉴욕타임즈. ⓒ워싱턴DC(미국)=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뉴욕타임즈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불러들여 불만사항이 적힌 리스트를 읊게 했다(recite a list of grievances)"며 "로스 장관은 남한에서 팔릴 수 있는 미국 자동차의 숫자를 깎는 (비관세)장벽에 대해 나열하고, 또한 남한이 중국산 덤핑 철강을 사들여 송유관으로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불평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있었던 공동언론발표와 관련해,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곁에 서 있는 가운데 "그렇게 돼야만 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미국 근로자들에게 공정하지 않기(not fair) 때문"이라며 "그리고 그렇게 될 것(and they will be)"이라고 강조한 단락을 직접 인용했다.

    반면 뉴욕타임즈는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통상 의제에 대해서는 (공동언론발표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다른 외국 정상들처럼(Like other foreign leaders)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천연가스 250억 달러 구매를 포함한 비즈니스 거래로 무장하고 왔다(armed with business deals)"고 우리 정부의 의도를 짚어냈다.

    우리 정부가 회담의 큰 성과로 내세운 통일·외교·안보 문제에 현지 매체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확보됐다고 설명한 것과는 달리, 현지 매체는 반대로 분석하며 이것이 한미 정상 간의 갈등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는 "우리는 제재(sanctions)와 대화(dialogue)를 병행해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해야만 한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한미 양국의 확고한 약속(firm commitment)을 과소평가(underestimate)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발표를 직접 인용했다.

    그러면서 "두 대통령 모두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거래는 제안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장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남한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희망(hope for engagement with the North)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인내심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며, 전문가를 인용해 "일각에서는(something analysts) 두 정상 사이의 장래의 갈등 요소(a future source of friction)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에 대한 무관심을 묘사하는 보도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취재진은 이벤트(공동언론발표)가 시작될 때까지 1시간이 넘게 기다리느라 화씨 84도(29℃)의 태양 아래에서 구워져 버렸다(baked)"며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발표할 때와는 달리, 연휴를 앞둔 금요일의 로즈가든은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고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