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13 지방선거 '선거연대'까지 결부… '분위기 험악'

국민의당 전대 '安 대 非安'의 싸움… 대립 지점은?

천정배·정동영 '정부여당 개혁 견인' 안철수 '그러다 민주당에 흡수'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8.07 15: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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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원 기자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에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의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의 구도가 급격히 '안(안철수) 대 비안(非안철수)'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7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오는 27일 치러질 전당대회의 세부 방안을 확정했다. 8·27 전당대회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2명의 후보를 놓고 31일 ARS 방식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해 내달 1일 당대표를 최종 선출하게 된다.

이른바 '결선투표제'가 도입된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 불리한 방식이지만, 안철수 전 대표 본인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던만큼 반대할 명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대표가 공직선거에서 결선투표 도입을 주장해온 만큼, 명분상 당에도 도입하는 게 맞다"면서도 "정동영·천정배 두 분이 단합하면 안철수 전 대표에게 불리한 게 아니냐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은 27일 전당대회에서 바로 과반을 넘겨 결선투표 없이 당대표를 확정짓겠다는 복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지난 4월 실시된 대선후보 지명대회 결과에 근거한다. 당시 안철수 전 대표는 과반을 넘어 전체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5% 득표로 압승을 거뒀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됨에 따라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복잡하게 '단일화'를 놓고 테이블에 앉을 필요도 없이, 1차 결과에 따라 자연스레 단일화를 이루게 됐다.

이제 각개약진만 남은 것이다. 서로가 열심히 득표활동을 하는 게 결국 안철수 전 대표의 '1차 과반득표'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천정배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고향 목포와 같은 생활권이기도 한 전남 무안을 찾아, 안철수 전 대표를 "몰상식하다"고 지칭하며 호남 민심에 기대 거센 공격을 이어갔다.

전남 무안에서 열린 전남도당 여성위원회 참석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천정배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대표가 사퇴해 그 자리를 메우려고 새 대표를 뽑는데 (대표보다)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후보로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몰상식한 행위를 하는 당대표를 가진 정당에 국민이 표를 주겠느냐"고 성토했다.


정동영 의원도 이날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전북에 인접한 공주·아산·당진·서산 등 충남의 지역위원회를 잇달아 방문해 간담회를 여는 등 당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안철수 전 대표와 천정배·정동영 의원 사이의 나날이 험악해지는 분위기에는 이번 전당대회가 통상적인 당권 경쟁을 넘어, 노선 차이와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싼 근본적 대립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념적으로 보면 천정배·정동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보다도 더 왼쪽이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민주당보다는 오른쪽, 자유한국당보다는 왼쪽에 있는 정치적 중도를 점유하고 있다.

개인적인 성향도 그렇지만 호남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정치인인 천정배·정동영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급진개혁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호남 민심을 고려할 때, 문재인정부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으로 선명성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주장한) 극중주의(極中主義)는 듣도보도 못한 구호"라며 "극중주의가 당의 보수화를 말하는 것이라면 촛불민심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재의 정치지형 속에서 국민의당은 '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당대표가 되면 개혁입법과제를 최우선에 놓고 바른정당·정의당 등 다른 야당과 공조해 정부여당을 견인하겠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전 대표 또한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개혁정당·선도정당'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천정배 전 대표는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법안 등을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 5월 대선을 직접 치러본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은 다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이에서 '정치적 중원'을 장악하려 했으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일부 이슈에서 국민정서와는 다르게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호남 민심에 발목이 잡혀 명쾌하게 우회전을 하지 못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전날 혁신비전간담회에서 "국민의당에 대해 국민들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정치는 개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도, 지난 대선에서 뚜렷하게 '안보는 보수'라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던 후회의 심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노선 갈등은 내년 6·13 지방선거 전략과 향후 당의 진로로까지 맥이 닿아 있다.


국민의당의 새 대표가 정부·여당과 함께 소위 '개혁'을 견인한다고 하면, 문재인정부 2년차에 치러질 6·13 지방선거는 이른바 '개혁세력 대 반(反)개혁세력'의 구도가 돼버린다.

개혁에 힘을 싣기 위해 호남에서는 경쟁하되, 수도권 등 비(非)호남 권역에서는 선거연대를 한다는 '철지난 유행가'가 또 들려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창당 직후 치렀던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논쟁이 또 반복되는 셈이다.

당시 안철수 전 대표와 당의 공동대표였던 천정배 전 대표는 그 때도 "비호남에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천정배 전 대표는 막판에서야 이런 입장에서 물러섰다.

지난 2015년 4·29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52%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돼 정치일선에 화려하게 부활한 천정배 전 대표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호남에서는 그간 일당(一黨) 체제가 너무 오래됐으므로 '정치적 선택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되, 호남외 권역은 유연하게 연대에 임한다는 것이다.

이는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4·13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방향이다.

국민의당에 가담한 세력을 보면 호남에서는 원래 '민주당'에서 정치를 해오다가 구 새정치민주연합 분당(分黨) 사태 때 합류한 사람들이 많은 반면, 호남외(外)의 수도권 원외에는 안철수 전 대표가 '새정치'를 주장하던 때부터 함께 했던 이른바 '안철수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지방선거 공천을 챙기지 못하면 대권주자로서의 위상과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 만일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로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난 뒤, 정계개편 논의라도 촉발된다면 국민의당의 향후 진로까지도 어찌될지 알 수 없다.

"많은 분들이 보약을 먹으며 추후 대선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당이 소멸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한대로, 이미 스스로도 다음 대선에 다시 도전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마당에 당이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되면 정치적 기반이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4일 송기석·오세정·신용현 의원 등과의 오찬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결국 당대표 출마 결단의 핵심적인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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