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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탁현민'으로 불리며 인사참사의 대상자로 지목됐던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제2의 탁현민'이라는 네이밍의 근거가 된 '1호'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언제 물러나느냐에 쏠리고 있다.
박기영 전 본부장은 지난 11일 사퇴한 뒤에도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페이스북 포스팅에 자신이 직접 단 댓글에서 박기영 전 본부장은 "나는 줄기세포를 대상으로 생명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국가적 관리방안에 대해 한 꼭지 참여해서 연구했다"며 "(노무현정권의)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서 관리와 지원 업무 및 모니터링을 했다"고 자신의 공(功)을 밝혔다.
그러면서 "실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황우석 전 교수로부터) 공저자로 넣기로 했다는 전화를 받고 대수롭지 않게 동의한 잘못이 있다"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처벌받고 처벌하는 것이 정의"라고 자신의 과(過)를 넘는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항변했다.
박기영 전 본부장의 사퇴의 합당성을 떠나서 그의 불만에도 일정 부분 이유는 있어보인다. 탁현민 행정관을 비롯해 공과(功過)가 더욱 과(過)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 물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박기영 본부장이 사퇴한 날인 11일 논평을 통해 "박기영 본부장이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혁신본부를 구상한 주역이라 공(功)이 인정된다고 하지만, 청와대도 당시 과기혁신본부 모델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며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구상으로 도대체 어떤 공을 세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반대로 박기영 본부장은 십수년 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자리를 이용해, 아무런 기여 없이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황우석 교수에게 수백억 원의 연구 예산 지원을 주도한 뒤 부적절하게 2억5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며 "박기영 본부장의 과(過)는 태산 같고 공(功)은 티끌만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논평에 따르면, 박기영 본부장은 그나마 티끌만한 공이라도 있는 셈이다.
탁현민 행정관은 나라를 위해 한 일이 대체 뭔가. 문재인 대통령이 사인(私人) 시절 네팔에 갈 때 같이 갔다는 것이 나라를 위한 공이 될 수는 없다.
티끌만한 공도 없으면서 과는 차고 넘친다.
2007년 저서인 〈남자 마음 설명서〉에는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는 등 여성성을 왜곡하며 여성을 비하하는 관점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
같은 해에 공저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첫 성경험, 좋아하는 애가 아니라서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친구가 '나 오늘 누구랑 했다' 그러면서 자랑을 하면, 다음 날 내가 그 여자애에게 가서 '왜 나랑은 안해주는 거냐?'고 해서 첫 경험을 했다. 그렇게 공유했던 여자"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어 거대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2012년 4·9 총선에 출마한 김용민 씨의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강간해서 죽이자"는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에는 트위터를 통해 김 씨를 두둔하고 나선 전력이 드러나기도 했다.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로 공고한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이런 전력이 있는 자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논란이 계속되자 탁현민 행정관은 지난달 18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전화 연결 형식으로 출연해 "그동안 일부 언론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자신의 사퇴를 요구해 그만두는 게 오히려 쉽지 않았다"며 "날짜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청와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인의 이 말을 믿고 그 '일부 언론'들도 사퇴 요구를 중단한지가 어느덧 한 달이 다 돼가는데, 국민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조만간'의 때는 언제쯤 찾아오는 것인지 기약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탁현민 행정관이 거취를 결정할 뜻을 내비친지 불과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제 국정과제 발표는 내용도 잘 준비됐지만 전달도 아주 산뜻한 방식으로 됐다"고 이례적으로 공개리에 추어올렸다.
원래 모두발언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굳이 기자단이 퇴장하기에 앞서 공개 칭찬을 한 것이다. 국정보고대회를 기획한 탁현민 행정관을 감싸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여반장(如反掌)처럼 바꿔 계속해서 자리에 눌러앉아 버티기로 결심한 것이라면 국민을 향해 식언(食言)을 한 것이다.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조차 욕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은 티끌만치도 없고 과는 태산을 넘어 천하를 뒤덮을만 한데 대체 언제 물러나나. 아무리 "가는 데에는 순서가 없다"지만, 나중에 문제됐던 '제2의 탁현민'이 먼저 물러나는 마당에 이미 거취 표명을 해놓고서도 버티고 있는 모습은 남사스럽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