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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일 오후 3시 30분 선전매체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야당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청와대는 여전히 대화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제사회는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 내용이 포함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늘 또 다시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백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국제 평화·안전에 매우 심각한 도전으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통해 정권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은 하루속히 핵미사일 개발 계획 중단을 선언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예고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북한 정권수립 69주년 기념일인 오는 9일(9·9절)이나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핵실험 같은 도발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미 양자간 대화를 주장해온 북한이 남한 미국에 추가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북한은 지난 8월 25일과 29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 25일 우리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고 300mm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을 제시, 의미를 축소하면서 대화를 주장하자 보란듯 일본 상공을 가로 지르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IRBM)을 발사했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 동안 추가도발을 하지 않으면 대화 국면으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에는 러시아에서 열릴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 일본, 몽골 등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3일, 북한은 김정은의 핵무기 연구소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이 새로 제작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폭탄을 살펴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곧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제안할 때마다 북한이 도발을 선택하자 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곧바로 긴급 지도부 회의를 소집,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긴급 안보 당정회의를 정부에 제안한다"며 "한미동맹에 기반해 국제 사회와의 대북 제재 공조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대표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은 새로운 위기 국면에 진입한 것"이라며 "정치권은 하나된 목소리로 새롭게 조성된 한반도 정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 아니냐는 반응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비슷한 시기에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그토록 우려하고 경고했던 충격적이고 가공할 사태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났다"며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모든 압박과 핵폐기 요구를 조롱하는 것으로 우리 당은 최고 수위의 분노를 담아서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일찍 제시한 전술핵 배치 문제가 조속히, 실질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우리 정부도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SNS를 통해 "지난 8월 31일 본 회의 5분 자유 발언에서 우려했던 외교·안보 상황"이라며 "김정은은 자신의 야욕을 핵과 미사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역할도 못한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간의 평가도 야당과 비슷하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주도하는 '운전자'를 자임했지만, 실제로는 '렉카차에 견인되는 고장난 차의 운전자'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과 조롱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