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의 각 분야에서 공익(公益)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들이 권력집단화 하고 있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2017 NPO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 NPO 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흐름과 변화를 짚고, 변화를 주도해나가는 해외 사례를 살피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미국 시민단체인 데모크라시 어스 설립자인 산티아고 시리, 녹색연합 윤정숙 대표, 스튜디오 엘 대표 야마자키 료, 녹색연합 배제선 팀장,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위대한 1인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사회"라며 "지난 겨울 광화문에서 우리는 극적으로 그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21세기 민주주의'의 기조연사로 나선 윤정숙 녹색연합 대표는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이 일어난지 30주년을 맞았다"며 "당시 민주화를 이뤄내고 한 세대가 지난 올해, 시민들이 촛불혁명으로 합법적 정권을 창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정숙 녹색연합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이끌어온 '아름다운 재단'의 상임이사 출신으로,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인권', '성평등' 관련 활동을 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환경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윤정숙 대표는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의 자리로 귀환하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70년대 말 독재정권시절 대학을 다녔는데,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시위하다 끌려가 고문당하고 학교서 쫓겨나는 등 독재정권에 저항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박정희 정권을 비난했다.
해당 행사를 주관한 '서울 NPO 지원센터'는 서울시 민간위탁기관으로 2013년 설립된 공공단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국장, '사단법인 시민' 이사 출신인 정선애 씨가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서울시는 "비영리단체들은 민주주의, 시민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경제위기 등으로 시민참여 저하 등을 겪으며 이전만큼 사회변화에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울시의 설명과는 달리,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비영리단체들이 오히려 하나의 '권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돈 없고 힘 없는 시민단체'라는 이미지는 옛말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NPO지원센터 경우만 보더라도, 이들은 2013년부터 각종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와 비영리단체들을 이어주는 중간기관 개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권력과 맞닿은 일부 시민단체들이 순수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 한 관계자는 1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소위 말하는 촛불청구서가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본래 역할과 목적에 충실하지 않고 이익집단으로 변모해 여러가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과의 야합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특정정당을 비판하긴 그렇지만 일부 정당은 입법부인지 시민단체인지 구분이 안가는 행태들을 많이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인선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 정부는 공적인 영역에서 중심을 잡고 '촛불청구서'를 들이대는 시민단체들이 법치주의를 흔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촛불청구서를 정부에 들이미는 일부 시민단체의 과격하고 무책임한 요구는 정부의 실패를 가져오고 시장경제를 퇴행시킨다는 '시민실패'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민실패(Citizen Failure)란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무책임하고 과격한 주장으로 정부와 시장의 기능이 왜곡-퇴행되어 국가적인 실패를 초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의회 정치와 국회, 입법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