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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생활지도 권한 축소가 학교폭력 예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일부 내용을 개정해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면서 이러한 의견에 점차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여중생 A(14)양과 B(14)양은 지난달 1일 오후 9시쯤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 골목길에서 피해 학생(14)을 1시간 40분가량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00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중생은 뒷머리 3곳과 입안 2곳이 찢어져 피를 다량 흘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6월 8일 A군(2학년)이 주먹으로 B군의 복부 등을 때리는 사건이 터졌다. 피해학생은 비장이 손상돼 한 달간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광주에서는 A군(중학생)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모텔, 놀이터 등에서 동창인 B군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가해자들은 나체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를 했다. 또 라이터로 머리카락을 태우거나 욕실에 가둔 채 찬물을 뿌리는 등 방법으로 수시로 괴롭혔다.
지난달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이후 학교폭력 적발 및 조치결과'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6만3,429명에 달했다.
앞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라도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학생인권조례안은 2010년 9월 16일 경기도의회에서 처음으로 통과됐다. 다른 진보성향 교육감들도 도입해 인권조례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후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 사이의 갈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 강화가 곧 교권의 추락으로 연결되면서 학교폭력 예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학생인권 조례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학생인권 침해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예를 들어 교사들이 학생 두발과 치마 길이 등을 단속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활지도를 못하게 되면 교사가 수업과 관련된 것에만 집중하고 그 외에 대해서는 소홀히 관리하는 잘못된 풍토가 학교 현장에 팽배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발 단속 등이 학교폭력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권이 약화되면서 폭력 문제를 방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은 "과거에는 교육활동, 생활지도, 진로지도, 특별활동지도 등으로 나뉘었고 이 중에서 교과지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게 생활지도였다"면서 "그때는 가정방문 등 학생들한테 훈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도 "90년대 체벌 금지를 비롯해 학교민주화, 사회민주화로 인해 교사들의 권위가 위축됐다"면서 "이어 2010년도에 학교인권조례도 제정되면서 학교생활지도 및 교육활동이 마치 학생 인권을 탄압하는 쪽으로 대립각이 세워진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며 꼬집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지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불법 행위나 삐뚫어지는 사고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지도권이 확고하게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 생활지도 등 권한이 축소되면 교육활동에 대한 포기 또는 방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 모(29) 기간제 교사는 "학생을 위한 조례가 오히려 학생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학생이 잘못을 해도 바로잡을 만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학교 체벌을 원천 차단하게 되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학생을 훈육 및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을 잃을 수 있다"며 "학습 심리학에서는 처벌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체벌을 넘어 폭력을 휘두를 수 없도록 방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처벌 수위를 높이면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는 징계기록 등 학생의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상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폭력뿐만 아니라 정학, 근신만 받아도 다 기록이 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명문대 진학이 어려워 진다"며 "이런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는데, 심하게 말하면 현재 인권조례는 학교 폭력을 조장하는 측면마저 느껴진다"고 날센 비판을 했다.
이 교수는 "폭력 가해자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망가지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며 "가해자의 인권만 생각하게 되면 폭력에 벌벌 떨어서 등교거부까지 하는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학생생활기록부는 교과 외에도 학생의 학교 생활도 기록하는 소중한 문서"라며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당연히 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어린 나이에 한 번의 실수로 대학 입시나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 사항도 함께 적어주면 그런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어려움에 처한 학우들을 도와주는 등 개선의 의지가 관찰되면 학생부에 병기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조례가 전국 처음으로 도입된 해인 2010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 교원 4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조례 제정에 반대했다. 반면 '찬성한다' 응답률은 17.4%에 불과했고 '모르겠다'는 6.3%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92.3%는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되면 '학생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봤고 79%는 '조례가 학생인권을 증진하고 학생이 자유와 책임을 경험하고 훈련하는 새로운 학교질서를 구축할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교폭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했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과거 발언도 주목된다.
김상곤 장관은 2009년 11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학생을 교육 문제의 객체가 아닌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일으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12년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학교 폭력에 응징과 처벌이라는 단순 대응은 절대로 정답이 아니라 평화와 사랑의 힘"이라고 말했다.
김상곤 장관처럼 학생을 바라보는 온정주의적 시각이 '폭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중학생들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사회에 대한 반항심이 커지고 무비판적으로 각종 폭력물을 보면서 그대로 현실에 따라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좌파교육감들이 학생들이 어리고 미숙하다는 이유로 과잉보호 정책이 오히려 학교 폭력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초등학교에서 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면서 "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런 문제가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권위가 하루빨리 회복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교사들에 욕설을 하고 대드는 경우도 있다"며 "학생을 감싸기만 하는 좌파교육으로는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