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전문가들 "문재인 정권 끝나고 고름 터질 것… 전기요금 3배 증가"
  • ▲ 한국전력은 7월 5일 여름철 재난대비를 위한 '대규모 정전대비 송배전 합동 비상대응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전력
    ▲ 한국전력은 7월 5일 여름철 재난대비를 위한 '대규모 정전대비 송배전 합동 비상대응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재무구조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4,4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2조1,752억원의 흑자와 비교하면 1년 사이에 2조6,179억원 상당의 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한전은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싼 석탄·천연가스(LNG)로 원료를 대체한 것이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전체 전기 발전량의 32.5%를 차지했던 원자력 발전 비중은 올해 29%로 줄었다. 전원별 발전원가는 2015년 기준으로 ㎾h당 △원자력 49.58원 △석탄 60.13원 △가스(LNG) 147.41원 △신재생/기타 221.28원 등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한전의 손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10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를 전제로 지금 나온 계산대로 하면 6개월에 2조6,000억원가량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고 5년이 지나면 약 25조원을 사실상 손해보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13년 한수원의 원전 납품 비리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3기의 원전을 3개월 정도 정지를 시켰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전력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상대적으로 비싼 전력을 대체 구입해 9,6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원전의 구매단가(1분기 기준)는 ㎾h당 50.8원인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162.8원) 등은 3배가량 비쌌다.

    정 교수는 “원전의 발전원가보다 4배가량 비싼 신재생에너지 비중까지 늘리게 되면 전력구매비가 높아져 전기료 인상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한전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전기료를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전이 공기업이기는 하지만 100% 정부 소유가 아닌 민간주주도 참여했기 때문에 적자를 계속 떠안고 갈 수는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처럼 2011년 탈원전을 선언한 후 6년 간 가정과 산업용 전기료가 각각 20%, 40%까지 오른 사례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싼 전원을 포기하고 비싼 전원을 사용하겠다고 하면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고 다만 많이 오른다와 적게 오른다에 대한 논쟁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한전이 6개월에 2조6,000억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매년 10% 전기요금 인상을 해야 한다”면서 “5년 뒤에는 지금보다 50%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2030년까지 원전비중을 현재 30%에서 18%로 낮추고 액화천연가스 비중을 20%에서 37%, 신재생을 5%에서 20%로 올리면 인상 폭은 현재보다 몇 배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20%로 증가하면 전기요금이 3.3배가 오른다”면서 “그 교수와 많은 얘기를 나눠봤지만 결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2025년이 되면 최소한으로 잡아도 현재보다 전기요금이 2배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20% 인상은 터무니없는 계산이고, 낙관적으로 본 수치”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8일 전력산업연구회와 대한전기학회에 따르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건설이 중단되고, 건설이 예정돼 있던 석탄화력 9기의 액화천연가스(LNG)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 하락을 감안했을 때 2030년 전력 구입 단가는 올해보다 17.3∼18.2% 오르게 된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전기요금이 상승되면 제품 원가가 상승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핀셋 증세가 논의되는 등 기업의 외부 환경에 큰 변화가 오면서 이런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가정용 전기요금에 비해서 산업용이 저렴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가격이 꾸준히 증가했다”면서 “반대로 미국은 셰일가스 이후로 에너지 가격이 저렴해져 단위당 생산비용이 우리나라보다 적게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효율성이 입증된 원전의 발전비중을 줄이게 되면 전기 요금이 불가피하게 인상되고 제품당 생산원가가 올라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면서 “이는 제조업의 매출 부진과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자동화 기계 등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산업인 자동차 업종이나 전기를 많이 쓰는 화학 산업 등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