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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장녀의 한국 국적 회복’을 다짐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약속이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4개월째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지난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장녀의 한국국적을 회복했는가’라고 질의한 데 대해 “장관 자녀의 경우 ‘국적법’ 제9조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강 장관의 장녀는 현재 한국 국적을 회복하기 위한 서류를 구비 중”이라면서 “해당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 가운데 미국 정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외국국적 취득 증명서류, 해외범죄 경력증명서 등을 발급받는데 시일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국적회복 절차상, 국적회복 요건 심사절차 및 심사결정 등은 출입국관리사무소 및 법무부 소관의 절차로서 소요 시간을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시일을 특정해 말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의 이러한 답변은 4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특히 지난 8월에야 미국 정부에 범죄경력증명서 등의 발급을 신청했다는 점은 강경화 장관의 딸이 한국 국적 회복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추측의 빌미가 되고 있다.
한국국적 회복은 신청 및 접수(구비서류 출입국사무소에 접수)→ 국적회복 요건심사(출입국관리사무소 심사)→ 심사 결정(법무부, 범죄 경력조회, 신원조회, 병적조회 등 거쳐 최종 심사)→ 고시 및 통보(법무부, 관보고시 및 본인통지)→ 외국국적 포기→ 주민등록 등의 절차를 거친다.
국적 회복을 위해 필요한 가족관계 증명서 등 국내서류 대부분은 즉시 발급이 가능하며,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해외범죄 경력증명서와 같은 외국정부 발급서류도 일반적으로 1~3주면 충분히 받을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강경화 외교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대사 자녀의 한국 국적 취득 의무화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 때문이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교부 인사 지침에 따르면, 외교관 자녀가 외국 국적을 가진 경우에는 재외공관 대사직 보임을 제한하고 있으며, 외교관 자녀가 한국 국적을 회복해야만 대사직으로 임명하도록 돼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월 7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규정과 관련해 “자녀의 국적 문제로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장관이 되면 개정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05년 국무위원의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자인 사람이 청문회를 통과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부인과 아들이 미국 영주권을, 딸은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때문에 결국 장관이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