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정치판’, 보고만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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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竹 / 時事論評家

      “... 1차 대전이 종식된 후 독일과 일본, 이태리 3국은 이 다음의 전쟁 준비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란서는 마지노선(Maginot Line)이 난공불락(難攻不落)임을 과신하고는, 영국은 자기들 함대(艦隊)의 우세(優勢)에 안심하고는, 다른 나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은 국토방위를 위해 국민들을 동원·조직·무장할 생각을 하는 대신에 하찮은 논쟁과 의회에서 머리 빠개지는 토론만 하면서 허송세월 했다. 그들의 적국이 전면전을 개시할 준비가 다 되었는데도, 그들은 당면한 문제를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무식하여, 오직 충돌을 피하려고 온갖 종류의 유화정책(宥和政策)에 매달렸다...”

      다소 길게 인용했다. 이 나라 건국 대통령이신 이승만 박사의 ‘일본 내막기’[일본의 가면을 벗긴다, JAPAN INSIDE OUT]에 나오는 대목이다. 80년여 전의 국제정세가 작금의 이 나라 현실과 어쩜 그렇게 판박이일까. 그 분의 통찰·예지력에 놀라기보다, 걱정과 한숨과 서글픔이 앞선다.

  • ▲ 이승만이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예언한 영문 저서 [Japan Inside-Out]-번역판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 표지(비봉출판사 발행)
    ▲ 이승만이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예언한 영문 저서 [Japan Inside-Out]-번역판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 표지(비봉출판사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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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태평양 상에서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말 그대로(literally) 받아들여야 한다...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제 침략군기지들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타격권 안에 넣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서울을 번개같이 타고 앉아 남반부 전역을 평정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예로부터 ‘매를 번다’는 말이 있어왔다. 북녘에서 짖어대는 소리다.

      ②“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완성하기까지 수개월밖에 안 남았다. 미국의 정책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목적을 달성하기 직전인 것처럼 간주하고 행동해야 한다... 김정은이 갑자기 사라지더라도 CIA의 역사를 고려할 때 나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권좌를 유지하고, 매일 아침 자신의 침상에서 일어나는 데에 매우 관심 있는 사람이다...”
      먼 바다 건너 동맹국인 양키나라의 정보기관 수장(首長)이 밝혔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가 그 나라 국민들에게서 나오기 시작했단다.
      “그냥 한국에서 손 떼버려.. 미군 철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
    북한이 한국 침략해도 미국에는 절대 도움 요청하지 마라...” 
      이 나라 촛불세력의 극렬한 반미시위 덕분(?)이라고...

      ③“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  공산당이 통치하는 이웃 나라의 ‘시(習) 따거’가 공언했다.

      ④“나의 시급한 임무는 북한에 대처하는 것이다... 강한 외교를 할 것이며, 국민들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외교에 있어 나의 명령권을 실행하고 싶다...”
      선거에서 이긴 왜국(倭國)의 총리대신은 자신감에 차 있다.

      위와 같은 험악한 목소리들이 높아가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이 나라 최대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개’(犬 또는 狗)다. 애완견, 도사견, 살인 견, 유기 견, 개 병원, 개 호텔, 개 카페, 개 목줄, 개 산책, 개 공원, 개주인...

  • ▲ 지난해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연합뉴스
    ▲ 지난해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연합뉴스

      그런데 유독 이 나라에서 수 십 년 넘게 화두가 줄곧 ‘개’인 곳이 있다.
    허나 막상 “정치가 개판이다”라고 떠벌리면, 최근 삶의 질과 격(格)이 크게 향상된 ‘견공’(犬公)들이 길길이 날뛸 게 틀림없다. 물론 개 주인들도 공분(公憤)을 느낄 테고, 많은 국민들은 ‘개’ 편을 들것이다.

      최근 정치판의 여러 무리들이 엮어나가는 꼬라지들을 보노라면,
    이미 그 무리들이 이름을 지을 때부터 익히 예측했던바 그대로다.
    어쩜 그렇게 이름과 반대쪽으로만 향하는지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북악(北岳) 산장’ 세입자들과 한통속인 ‘그 당’은 “보수우익과는 ‘더불어’ 살 수 없다”고
    강짜를 부리고 있다. ‘적폐 청산’(積弊 淸算)의 핵심과 본질이 이것이지 않나.
      한편으로는 “더불어 [다 같이] 못 살아보자. 더불어 망하자”며 그 길을 우기고 있다.
    ‘그 당’ 가오마담이 ‘토지 국유화’를 선창했다. 이어서 더불어서 ‘경제 민주화’를 제창하는 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탈원전’이라는 것도 그렇다. 원전을 고집하는 ‘더불어 살 수 없는 보수우익’들이야 ‘탈원전’으로 대정전(大停電) 같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그 당’과 그를 따르는 주민들이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 전등(電燈)만 고집하겠나, 그 흔한 ‘촛불’이 있는데....

      그러한 바탕 위에서 북녘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고도의 방책이 바로 ‘탈원전’일 거라고
    추측하는 주민들도 꽤 여럿이란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탈원전’을 통해 이 나라 비핵화의 모범을 보이면서, 그 도덕적 우위를 내세워 북녘을 설득하여 ‘평화적’으로 핵무장 포기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아! 나앙만에 대하여어∼

      ‘국민’을 내걸었지만, 결코 ‘국민’의 당(黨)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정치판에서 결코 철수 안할 깡통’과 ‘슨상님’의 제자들만 뒤엉켜 있는 데가 그곳이지 않은가.
    요즘 그 ‘깡통’께서 그 무슨 ‘중도 보수’를 강조하고 계시다고 한다.
    아마 ‘중도(重盜) 보스(Boss)’를 하시고 싶은가 보다.

      시장에서 파는 진짜 정말 ‘참’기름 중에는 가짜이거나 뛔국의 깨로 만든 게 훨씬 많다는 건 상식이다. ‘바른’을 쓴다고 정말 ‘바른’가는 국민의 판단에 맡기자. ‘탄핵 놀음’의 부역자(附逆者) 딱지를 떼려고 안달이 났는지, ‘달구벌의 오렌지 아이돌’은 그 무슨 ‘개혁 보수’를 내 걸었단다.
    ‘개 가죽[革]’을 손질한다[補修]고 양피(羊皮)가 될 수 없는 건 이 나라 정치의 경험 법칙이다. 
      ‘중도(重盜) 보스(Boss)’와 합체(合體)를 모색한다니, 어떤 괴물이 탄생하게 될까 그것도 궁금하다.

      이름은 이 나라 이름인데, 영 이 나라 무리들 같지가 않다.
    맞상대는 이 나라 정체(正體)를 바꿀 심산인지 ‘혁명’과 ‘적폐 청산’을 내뱉으며 행동에 옮기고 있건만, ‘한국’이라는 이름만 걸어 놨다. 반공,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한미동맹을 뭉개는 짓거리들에 대해 거의 속수무책이다. 절실하지도 치열하지도 않다.
    간혹 그 두목이라는 분이 ‘깐죽’으로 대응하는 수준이다.
    마땅히 ‘적폐(積弊) 청산’에는 ‘적폐(赤弊) 청산’으로 다부지게 맞받아쳐야 하지 않겠나.

      더군다나 ‘혁신’을 말하면서, 기껏 ‘박(朴)자’ 타령이 전부인 듯하다.
    “최소한의 정치 도의·의리도 없다”는 평이 국민들 간에 무성하지만,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한다.
      그간 가죽[革]을 수없이 벗기고 새[新] 것을 입혀왔지만, 늘 그게 그거다.
    아직도 벗길 가죽이 있는지 조차 궁금하다. 바르지 않은 ‘부역자’ 부류와 섞네 마네 하는 입씨름만이 널렸다. 결국 ‘박(朴)자’ 타령의 연장이지만...

      이런 부산한 움직임 가운데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무리들 간의 이리저리 흘레붙기를 위한 눈치·샅바싸움이고, 그 모냥 또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그 당’에서는 기껏 더불어 살아보자고, 소속이 ‘국민’이라는 ‘슨상님’ 제자 분들에게 추파를 던지나 보다. “원래 한 뿌리”를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야 그렇다 치고...

      정말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광경은 ‘쪼다’ 보수들과 ‘가짜’ 보수들의 흘레붙기다.
    이미 국민들은 학습을 여러 차례 한 까닭에 ‘덩덕개’가 되기를 거부한다.
    여차하면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을 태세인데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이른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키지도 않은(?) ‘정당(政黨) 지지도’ 여론조사를
    했다는데... 무당파(無黨派)가 37.2%에 달했다고 한다. ‘가짜’ 보수와 ‘쪼다’ 보수 무리들은
    뭐 느끼는 게 없을까?
      <# 덩덕개 : 다른 개가 교미(交尾 : 흘레)를 하고 있을 때 그 언저리를 겅정겅정 뛰어다니면서 덩달아 좋아서 날뛰는 개를 말한다>
      
      이 나라 존망의 위기가 문턱을 버얼써 넘었다지만, ‘개’들조차도 비교되길 싫어하는 정치판은
    변함없이 그저 ‘막장’을 헤맨다고 할 만하다. 개들이 짖어도 기차는 가야할 텐데, 기차는 큰 고장이 나서 레일 위에 덩그마니 서 있고 개들은 열심히 짖어 대기만 한다.

  • ▲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항모 레이건.ⓒ연합뉴스
    ▲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항모 레이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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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천리강산 우리 대한은 삼천만 백성을 싣고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 위에 표류하고 있는 배와 같다. 우리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얼마나 위급한 지경에 처했는지는 어린 아이들까지 모두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 불이 났는데 남들이 와서 끄지 않는다고 우리도 끄지 않고
    앉아만 있겠는가... 나라를 해치는 자만이 나의 원수가 아니라 나라를 구할 수 없다고 포기한 자 또한 나의 원수이다. 내 마음속에 나라를 구하는 것을 기피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내 마음 또한 나의 원수이다. 마찬가지로 나라에 해가 되는 일이 일어나도 막지 못하여 나라가
    어려움에 빠졌고, 나라의 어려움이 나에게 해를 미치고 있으니 나를 해롭게 하는 마음이 어찌
    나의 원수가 아니겠는가...”

      이승만 박사가 1904년, 당시 29살의 나이에 한성(漢城)감옥에서 쓴 ‘독립정신’의 앞부분이다. 그 분의 ‘공과’(功過)가 어쩌니 저쩌니 하고 짖어대는 이 나라 정치판에, 스물아홉은 고사하고
    그 두 곱이 안 된 ‘개’도 흔치 않을 게다.
      이름값을 못하면 나이 값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아무리 ‘개’라 할지라도...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