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부작 드라마 2시간 반으로 압축, 12월 5일 충무아트센터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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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방영 다시 시청률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하며 '귀가시계'라는 별칭을 얻은 드라마 '모래시계'가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된다.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와 SBS가 공동 제작하는 뮤지컬 '모래시계'는 12월 5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된다.드라마 '모래시계'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태수(최민수)·혜린(고현정)·우석(박상원)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 엇길린 운명을 그린다.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각각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무대에서 만나는 '모래시계'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원작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의 작품 탄생을 예고한다. 조광화 연출은 30일 오전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역사란 현재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래시계'도 그런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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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의 뮤지컬화, 이번엔 성공할까'드라마컬'은 텔레비전용 드라마가 원작인 뮤지컬을 일컫는 말이다. 내용이 이미 다 알려져 있기 때문에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겨울연가', '대장금', '선덕여왕', '커피 프린스 1호점',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파리의 연인', '궁', '해를 품은 달' 등이 있다.그간 국내 드라마컬은 이야기를 구축하기보다는 드라마의 명장면을 재현하고 나열한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원작의 설정들을 변주하면서 새로운 재미가 있어야 하며, 드라마가 주는 이미지를 극복하고, 뮤지컬의 특성에 상응하는 예술적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뮤지컬 '모래시계'는 '그날들', '아랑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창작 뮤지컬 개발에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가 자신있게 선보이는 작품이다.24부작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2시간 30분으로 압축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클래식과 록을 넘나드는 웅장하고 서정적인 음악, 숨 가쁜 시대의 변화를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칠 예정이다.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이기도 한 조광화 연출은 원작의 내용을 무리하게 재현하려다 무대 연출에 어려움을 가졌던 기존의 드라마 뮤지컬과는 달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야기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그는 "24부작 드라마를 압축하는데 있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평소 제자들에게 영화, 만화, 소설 등을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도 있지만 드라마는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하게 돼 고생하고 있다. 미니시리즈의 큰 징검다리는 최대한 살리되 모아지지 않는 이야기는 생략했다. 세 주인공의 만나고 헤어지고 갈등하는데 초점을 두고 에피소드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이어 "당시 정부나 시대의 힘으로 젊은이들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 너무 구체화시키지는 않았다. '모래시계' 이전까지만 해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남성 위주의 힘 있는 이야기였다. 송지나 작가는 멜로 감성을 더해 여성 시청자들도 감동적으로 볼 수 있게 구조적으로 잘 짜놓았다. 저는 거기에 살짝 기대어 얹혀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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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수부터 이정재까지…원작의 캐릭터 뛰어넘을까'모래시계'는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키며 '태수', '우석', '혜린', '재희' 등 드라마 역사상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창조했다. 배우 최민수와 박상원을 비롯해 당시 신인이었던 고현정과 이정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뮤지컬 '모래시계'의 캐스팅 소식은 제작 초기부터 공연 관계자와 관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4월 진행된 오디션에는 약 1000여 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서류, 연기, 음악, 안무 심사를 거쳐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폭력조직 중간 보스에서 카지노 사업의 대부로 성장하는 '태수' 역에는 김우형·신성록·한지상이 캐스팅됐다. 카지노 대부 윤재용 회장의 외동딸이자 정식후계자 '혜린' 역은 조정은·김지현·장은아가 출연한다.태수의 절친이자 굳건한 신념을 가진 서울중앙지검 검사 '우석' 역은 박건형·강필석·최재웅이 맡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묵묵히 바라보며 지켜주는 경호원 '재희'는 김산호와 하이라이트의 손동운, 최근 인피니트를 탈퇴한 이호원이 이름을 올렸다.한지상은 "제가 어떻게 최민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자문하면서 정말 며칠 몇 밤을 고민하면서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추억을 되살리며 드라마를 봤을 때 태수의 고등학교 때 모습을 보고 결정하게 됐다. 태수만의 순수함과 그만의 방황, 고독의 모습들이 와닿았다. 원작의 캐릭터와 별개로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와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고, 단지 잘 섞어야겠죠"라고 말했다.지난 8월 종영한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최민수와 연기 호흡을 맞춘 신성록은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면서 선배님을 보면 옆에 '모래시계'라고 써 있는 것 같았다"며 "작품 제안을 받고 최민수의 잔상이 여전한데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햇더니 '그냥 너로 해'라고 한 마디 하셨다. 최민수 선배를 흉내낸들 그보다 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조정은은 "원작이 너무 훌륭해서 원망스러울 정도로 드라마를 어떻게 무대화 시킬 수 있을까, 그 부담감을 제가 안고 가야 할까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창작 작업이라는 것과 조광화 연출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치열하게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지난 9월 인피니트 탈퇴 후 첫 행보로 뮤지컬을 선택한 이호원은 "가수 활동을 할 때는 늘 3~4분 정도 되는 노래를 불렀고, 연기도 카메라 앞에서는 길어야 몇 분 정도였다. 무대에서 긴 호흡으로 배우들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와서 도전하게 됐다.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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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옥같은 대사의 재현, 그리고 메인 테마곡 '백학'뮤지컬 '모래시계'는 국내 최정상의 제작진이 참여해 드라마, 음악, 안무, 의상 등 무대 언어에 맞게 재탄생된다. 장상용 총괄프로듀서를 필두로 최경화 책임프로듀서, 조광화 연출(가사·각색), 김문정 음악감독, 오상준 작곡가, 신선호 안무감독,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 등이 '모래시계'를 책임진다. 여기에 '아이다', '타잔' 등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폴 보게이브가 편곡자로 합류해 완성도를 높인다."나 떨고 있냐" 등 원작의 주옥같은 대사들을 뮤지컬 대사와 노래 가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19인조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전하는 넘버 역시 주목할 만하다. 현대적인 록부터 고전적인 클래식까지 웅장하고 서정적인 음악은 작품에 독특한 색깔을 입힌다 특히 "우우우우우"로 대변되는 요시프 코브존의 '백학'은 '모래시계' 메인 테마곡으로, 대중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김문정 음악감독은 "향수를 자극하고,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음악이 '백학'이고, 드라마의 인기에 크게 일조했다. 근데 원작자가 따로 있기에 그 멜로디가 주축이 될 수는 없다. 새 작곡자가 새로운 형태로 편곡한다. 다만, 드라마에 대한 기억이나 향수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극 중간중간 흘러나온다. 오상준 작곡가의 굵고 깊이 있는 음악들이 관객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기대했다.제작진은 지난 8월 16일 배우·스태프가 모두 참여한 독해 워크숍을 개최해 작품의 완성도를 다졌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실력파 배우들의 리딩 공연을 시작으로, 극본과 음악을 점검하고 작품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창작진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조 연출은 "워크숍에서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라는 대사를 했는데 모두가 빵 터졌다. 명대사를 많이 자제하고, 노래에서는 많이 뺐다. 대신 송지나 작가의 감성적인 대사들을 많이 넣으려고 한다. 캐릭터로 예를 들면, 태수가 우직하고 말수가 많지 않고 표현이 단순하다. 그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하면 뮤지컬 무대에서는 심심하다. 무대는 감성을 드러내 표현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보다 좀 더 감성적이고 부드러워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세대를 뛰어넘어 현 시대 관통할까'모래시계'는 유신정권 철폐 학생 운동, 노동자 인권, 광주민주화운동,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삼청교육대 등 굵직한 현대사의 실제 사건들은 작품의 이야기에 드라마틱함을 더하는 주요한 시대 배경이 된다.무엇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처음으로 다룬 드라마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실제 필름을 드라마 방영 중간에 삽입해 현실감을 더했다. 처절하고 살벌하게 묘사된 80년 5월 '그날의 광주'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함께 분노했다.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을 공권력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YH 사건', 신군부가 실시했던 '삼청교육대' 인권 유린의 실상, 불법 슬롯머신과 조직폭력배 사건 등 실제로 발생한 사실을 드라마의 소재로 삼아 극의 진실성과 생동감을 부여했다.조 연출은 "지금 시대와 당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송지나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힘으로 잡았다고 한다. 저는 잘못된 힘의 시대가 청년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당시는 정치적으로 힘들었다면 지금은 경제적으로 힘들다. 세상이 변해도 잘못된 힘의 싸움을 하느라 여전히 청년들은 깨지고 배려해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쓰러졌지만 누군가는 싸웠고, 누군가는 살아남아 조금은 세상을 바꿔놓았다. 요즘 세대들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사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