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피해 컸던 국내 기업들 수요 회복 기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일각서 제기
  • 중국과의 사드 합의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얼어붙었던 한중 산업계도 다시 활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드 배치 보복으로 현대차, 롯데,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지만, 이번 합의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31일 오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한중 간 협의 결과 발표에서 "양측은 한중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기업들이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분명히 긍정적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환영을 뜻을 전했다.
    ◇ 車업계, 예전 수준 회복 기대
    국내 자동차업계는 한국과 중국 정부의 사드 협의 결과에 반색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큰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이번 발표가 변곡점이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사드 사태가 해결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예전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감지된다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사드 때문에 상당히 어려웠다"며 "이를 계기로 정상 궤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건 업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국 시장에서 예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의 최대 피해자인 현대차 역시 이번 합의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욱 차별화 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판매 회복을 언급하기는 다소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가 정책에 있어 일개 제조사가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매우 조심스럽다"며 "지금 단계에서 판매 회복을 논하기는 다소 이르며, 우리는 중국 소비자들에 맞춰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시장에서 판매 급감을 경험했다. 현대차의 중국 내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는 30만대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줄었다. 지난해까지 5위였던 현지 판매 순위 역시 현재 15위까지 떨어졌다.
    이에 현대차는 중국 현지 전략 차종인 위에동과 KX7을 출시하는 등 판매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100여명 규모의 '중국 시장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도 가동했다.
    ◇ 롯데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라도 정상화 기대”
    현대차뿐 아니라 유통업계 맏형인 롯데도 중국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었기에 이번 합의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롯데 측은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손실과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개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면서 "이번 협의로 롯데를 포함한 기업들의 활발한 활동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정상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달 롯데마트 매각 등 중국 시장 철수 결정을 내렸다. 지난 달 기준 중국마트 총 99점 중 사드영향으로 영업정지된 곳은 74점, 임시휴업 중인 곳은 13점이다. 
    이번 합의로 롯데의 중국 마트 매각 재검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롯데 측은 일축했다. 롯데 관계자는 "기존 롯데마트 매각 건은 이미 진전돼 온 사항으로 변동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마트의 3분기 매출은 1조945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6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은 소폭 흑자를 냈지만,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점포의 역신장 폭이 확대되며 1010억의 적자를 낸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의 해외 기존점 매출도 43.1% 대폭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92.3% 역신장하며 낙폭이 컸다.
    ◇ 항공업계, 중국 단체 관광객 수요 회복에 기대감 높아
    사드배치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가 급감했던 항공업계도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없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번 한중 교류 정상화 합의에 대해서는 환영하며, 한중간 교류가 조속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국내 항공업계는 사드보복 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올해 1~8월 누적 기준 국내 입국한 중국인수는 302만25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4만3294명의 52.6% 수준에 머물렀다.
    이렇다보니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항공사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해 중국 노선 매출 비중 19.5%를 차지했던 아시아나항공은 본격적인 사드보복 여파를 받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양국간 교류 정상화 합의가 도출된 것에 대해 환영하며, 양국 관계가 조속히 복원돼 교류 활성화를 통한 항공수요 회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현재 중국 현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며, 한중간 항공수요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노선에서 매출 13%를 냈던 대한항공 역시 올 2분기 해당 노선 매출이 전년 대비 26% 줄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중 노선의 수요 감소로 공급을 일부 축소 운영했으나, 한한령 해제 시 중국발 수요증가 예상되는 만큼 공급 운영 정상화로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중국 노선 매출이 많지 않았던 만큼 일본 및 동남아 노선 대체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지난해 기준 LCC들의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이스타항공 11%, 에어부산 10%, 제주항공 5.4%, 진에어 5% 순이었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다시 한중 관계가 회복되면 국내 기업들도 접근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시장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현지 차별화 전략 등 중국 눈높이에 맞는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