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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변국을 절대 믿지 말라”는 내용의 교육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조선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하면서, 주변국들을 절대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지난 19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노동당 중앙에서 주민들에게 강연을 진행했는데, 주변국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12월 초 일제히 동계훈련을 시작한 북한군 각 부대와 민방위 대원에게도 같은 방침이 하달됐다”면서 “모든 노동당, 북한군, 주민이 만단의 전쟁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지시는 여러 번 있었지만 주변국을 절대 믿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이 “믿지 말라”로 말한 주변국이 중국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언제든지 전쟁에 돌입할 준비를 하라는 지시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 뻔한 선동”이라며 “그런데 최근 북한과 중국 관계가 안 좋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혈맹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을 절대 믿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도 노동당 중앙이 지적한 ‘주변국’이 중국임을 잘 알고 있다”며 “주민 생활 전반을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노동당 중앙이 중국을 믿지 못할 대상으로 규정하자 주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북한 주민들은 “70년을 다져온 혈맹도 못 믿으면 독불장군이 되겠다는 말이냐”며 개탄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또한 “우리가 먹고 살 ‘자강력’도 없는데 중국까지 배척하면 장차 북한이 얼마나 더 버티겠느냐”며 한탄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은 “요즘 노동당 중앙에서는 정세 긴장을 강조할 때마다 남조선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당에서는 ‘남조선이 겉으로는 평화통일을 외치고 대화와 화해를 강조하고 있지만 근본은 북한의 체제를 와해하려는 술수’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외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남조선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대결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고 현지의 사상 교육 내용을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의 이야기는 북핵 문제의 대화 해결을 강조하며, 김정은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인 문재인 정부조차도 절대 믿지 말라는 뜻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당은 “주변국이 우리식 체제를 도와주리라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노동당이 전쟁 가능성을 운운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주민들에게 중국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며 전면전에 대비하라고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소식통들의 공통된 의견도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이 전한 북한 노동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피해망상증’에 가까운 태도다. 북한 당국이 “중국을 믿지 말라”고 떠드는 속내가 따로 있다고 해도 북한 노동당 중앙, 즉 김정은의 정신 상태가 비정상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현재 한국 정부나 미국, 일본 정부의 대북 제안은 사실상 무의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