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발렌타인 데이'부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와 '닥터지바고'까지…공연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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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군대와 눈 덮인 황량한 시베리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러시아는 19세기 역사의 피바람에도 문학, 예술, 사상 등 모든 분야에서 문화의 꽃을 피워냈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은 인간 내면에 대한 심오하고 섬세한 묘사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이반 븨릐파예프의 '발렌타인 데이'부터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까지. 러시아 문화예술의 깊이와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무대 위에서 고루 만날 수 있는 2018년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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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강렬한 러시아 연극 언어 '발렌타인 데이'지난달 23일 개막한 연극 '발렌타인 데이'는 러시아에서 배우, 영화감독, 프로듀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이반 븨릐파예프가 2009년에 발표한 대표작이다.븨릐파예프가 2009년 독일 햄니츠 시극단의 의뢰로 창작했다. '21세기 러시아 연극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는 평을 받는 그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발렌타인 데이'는 한 집에서 생활하는 두 여인 발렌티나와 까쨔가 동시에 사랑했던 한 남자 발렌틴에 관해 풀어내는 독특한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연출과 밀도 있는 연기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러시아 연극은 주로 19세기에서 20세기에 활동한 체호프, 푸시킨, 고골리, 고리키 등의 작가 작품에 편중돼 있었다. 소비에트 시대의 근현대 러시아 희곡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발렌타인 데이'는 기존의 고전 연극 작품들과는 색다른 구성과 연극 언어를 선보인다.번역과 연출을 맡은 김종원(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은 원작에 담긴 정치적인 상징을 최소화하고 원시적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사랑을 중심으로 과거에 집착하는 현실의 모습, 그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끊임없이 싸우며 생을 마감하는, 혹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밝혔다.배우 정재은과 이명행이 각각 '발렌티나', '발렌틴' 역으로 출연하며, 이봉련이 발렌티나와 발렌틴 사이에서 고통받는 '까쟈' 역을 연기한다. 1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관람료 1만5000~5만5000원. 문의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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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창작뮤지컬 2편으로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유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두 편이 초연한다."첫 계단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계단까지 밟아보아야 한다"라는 카라마조프가의 셋째 아들 알렉세이(알료사)의 공식처럼,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고통과 욕망과 열정의 극한까지 추구하며 인간의 깊숙한 내부에 숨겨진 무의식을 드러낸다.19세기 러시아의 한 소도시 지주인 표도르에게 20년 만에 세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가 찾아오고, 드미트리는 아버지가 점 찍어둔 여자에게 반해 버린다. 깊어가는 갈등 속에 표도르는 살해된 채 발견되고, 이후 표도르 가문은 갈등과 부조리에서 벗어나 알렉세이에 의해 그리스도적인 사랑을 찾게 된다.먼저 오는 3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방대한 원작의 내용 중 아버지의 존속 살해 재판에 대한 부분을 가져와 현대에 맞게 재구성했다.등장인물들이 누가 범인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현재와 과거 재현을 수시로 오가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모두가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이 있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제를 긴장감 있게 그려내며, 원작과 달라진 인물 설정과 풍성한 음악이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줄 예정이다.이정수(표도르 카라마조프 役), 조태일(드미트리 役), 이준혁·이해준(이반 役), 신현묵(알렉세이 役), 김바다(스메르 役), 박란주(카챠 役), 김히어라(그루샤 役), 최요한(조시마 役) 등이 출연한다. 관람료 5만5000~6만6000원. 문의 02-6339-1232.2월 10일 수현재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2016년 수현재 작가데뷔 프로그램 '통통통 시즌1'을 통해 발굴, 수현재컴퍼니와 김경주 작가, 이진욱 작곡가, 오세혁 연출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작품은 다양한 인물 군상과 무수한 에피소드를 담은 방대한 원작을 영리하게 집약했다. 아버지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네 형제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인간 내면에 숨겨진 모순과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김주호·심재영(표도르 役), 조풍래·김보강(드미트리 役), 안재영·강정우(이반 役), 김지철·김대현(알료사 役), 이휘종·박준휘(스메르쟈코프 役) 등이 캐스팅됐다. 4월 15일까지 공연된다. 전석 6만원. 문의 02-744-7661.◇ 톨스토이 사상과 고민이 집결된 걸작 '안나 카레니나'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가 뮤지컬로 오는 10일부터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안나 카레니나'는 1880년대 사랑 없는 결혼을 택한 귀부인 안나와 젊은 백작 브론스키의 뜨겁지만 비극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19세기 후반 역사적 과도기에 놓인 러시아 사회의 풍속과 내면 생활을 150명이 넘는 등장인물과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표현했다.소설은 1878년 처음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 영화와 TV 드라마, 발레,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여러 예술 장르로 재탄생하면서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계속 입증되고 있다. 동시대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뮤지컬은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덕션인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의 세 번째 흥행작이다. '안나'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낸다.러시아 4대 음유 시인인 율리 킴만의 철학적인 가사와 서사로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이자 공연 연출가로 활약하고 있는 박칼린이 '안나 카레니나' 초연 예술감독으로 참여한다.무대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LED 스크린을 통해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를 구현하며, 2.5M에 달하는 기차 세트, 고풍스럽고 우아한 200여 벌의 의상과 실제 스케이트장을 방불케 하는 무대 연출을 선보인다. 클래식, 록, 팝, 크로스오버 등 40여 곡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드라마를 부각시키며 깊은 감동을 전한다.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옥주현·정선아(안나 役), 이지훈·민우혁(브론스키 役), 서범석(카레닌 役), 최수형·기세중(레빈 役), 이지혜·강지혜(키티 役), 지혜근·이창용(스티바 役) 등이 캐스팅됐다. 관람료 6만~14만원. 문의 02-541-6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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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혁명 속 피어난 운명적인 사랑 '닥터지바고'러시아의 광활한 설원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의 서사시를 담은 뮤지컬 '닥터지바고'가 6년 만에 돌아온다.'닥터지바고'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당시 정치적 상황으로 작가가 수상을 거부한다)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가 1957년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다. 1965년 데이비드 린이 감독하고 오마 샤리프가 주연한 동명영화로 유명하며, 미국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수상했다.러시아 10월 혁명의 격변기를 살아간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유리 지바고와 당돌하고 매력적인 여성 라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지바고가 남긴 유고시들은 작곡가 루시 사이먼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나 사랑 노래로 탈바꿈한다.2012년 국내 초연 당시 조승우, 홍광호, 김지우, 전미도, 최현주, 강필석, 서영주 등이 출연했으며, 조승우는 이 작품으로 '제 6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2018년 공연은 초연과는 다른 새 프로덕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초연에서 기하학적 무늬의 패턴과 경사진 무대 등 시대가 갖는 무거움을 표현했다면, 이번 재연은 지바고와 그의 연인 라라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췄다.뮤지컬 '닥터지바고'는 2월 말부터 5월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사진=예술의전당, 아츠온,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오디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