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사업장·월 190만원 미만 노동자에 13만원 지원…"유례 없는 정책"
  • ▲ 지난 2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일자리 안정자금' 포스터. ⓒ서울시 제공
    ▲ 지난 2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일자리 안정자금' 포스터. ⓒ서울시 제공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 소득을 개선, 내수와 투자, 성장의 선순환을 창출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구현하는 길이다.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 성공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일자리 안정자금'은 정부가 작년대비 16.4% 상승한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 인상분에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사업주에게 현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대상은 30인 미만 사업주 중 월 190만원 미만 노동자를 1개월 이상 고용한 사업주다. 이 경우, 고용주는 직원 1명 당 최대 월 13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국고 3조원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러한 '일자리 안정자금'이 고용주들의 인건비 부담 완화·고용위축 방지로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을 뒷받침하고 경영 어려움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의 기준이 모호하고 앞으로 얼만큼 예산이 불어날지 모르는 사업"이라며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도달'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8년 기준 연평균 15.2%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2019년 최저임금을 8670원으로 가정하면 15.1%, 이 금액에서 2020년 1만원이 되려면 15.3%를 인상해야 한다. 2011년부터 최저임금 인상률은 6~7% 수준이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지원 사업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민간 부문에 직접적으로 임금을 지원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 실장은 "EITC(근로장려세제)와 같이 저소득 가구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 등을 실효성 있게 보완하는 방안이 있음에도, 전 국민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부담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30명 미만 사업장·월 190만원 미만'이라는 사업의 기준 뿐만 아니라 '시급 1만원'이라는 정부의 목표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왜 최저임금이 꼭 1만원이어야 하느냐에 대해 의문이 있다. 예컨대 타국과 비교해서 (우리 임금이) 그렇게 낮은가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한국은 주휴수당·식비가 최저임금 범위에서 빠져 있기 떄문에 실제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그렇게 낮지 않다. 30명이라는 기준도, 만약 27~28명 사업장에서 굳이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31~32인 사업장에서도 조금만 인원을 감축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까진 벌어지지 않더라도, 사업을 진행하며 의도치 못한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다른 경제 전문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기존 최저임금 근로자들에게는 조금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편의점·PC방 등 최저임금 시장 자체로 진입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임금은 생산성과 같이 가야하는데 지금같은 방식이면 고용주 입장에서 높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이 상황에 따라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도, 추후 임금 상승분에 따른 예산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을 편성하며 해당 사업에 어느 정도 수요를 예측했냐는 질문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수요 예측을 해서 3조원 예산을 편성한 건데 지금 상황에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최소 2월 중순은 돼야 1월분 자금이 집행되고 어느 정도 감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업의 지속성이나 차후 최저임금이 더욱 높아졌을 때 지원폭에 대한 질문에는 "(김동연) 부총리께서도 기본적으로는 올해 한시적이라고 했지만,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액이나 이런저런 사정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임금이 높아지면 지원 금액도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