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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일 하시는데요?”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었다.
해오름도 아직 많이 남은 새벽, 대학생이 분명한 차림에 청와대로 행선지를 잡으니 택시 기사가 궁금할 것은 당연했다.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 그래요?”
백미러 너머로 택시 기사는 다시 한 번 정 모양을 살펴봤다.
“저기 4대강 살리기 말인데요...”
잠시 망설이던 택시 기사가 말을 건네 왔다.
“제가 고향이 전라도 시골인데요, 겪어봐서 하는 말이지만 물 부족도 시골선 큰 문제이고 그래서 4대강 살리기가 중대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그러세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거기서 일 하시면 가끔 대통령님 뵐 기회가 있지요?”
정 양은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청와대 대학생 인턴이 어찌 ‘가끔’ 대통령님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가끔’은커녕 가까운 거리를 두고도 그림자도 못 본 대통령님이었다.
“저는 대통령님을 못 봬요. 전 청와대 대학생 인턴이거든요.”
하지만 기사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분명히 대통령님 만나실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러면 제 얘기 좀 꼭 전해주세요.”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양은 일단 무슨 얘기인지나 알고 싶었다.“
“무슨 얘기신데요?”
"야당이나 일부에서 4대강 살리기를 반대하지만 민심은 안 그래요. 제가 전라도 사람인데 내가 아는 사람들은 전부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해요. 대통령님께 꼭 성공적으로 4대강 살리기를 완성해 달라고 전해주세요."
기사는 정 양이 택시에서 내릴 때까지 대여섯 번이나 같은 당부를 반복했다.
“누가 반대를 하더라도 현지 주민들은 간절하게 4대강 사업을 원하고 있다”는 택시 기사의 얘기는 그만큼 간절했다.
‘어떻게 대통령님께 전하지?’ 기사의 간절한 음성은 같은 무게로 정 양의 가슴을 무겁게 눌러왔다.아주 가끔은 바라던 일이 기적같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기적은 사건 이틀 뒤에 정 양에게 일어났다.
지난 23일,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비서동을 찾았다. 새로 임명된 비서진들과 얘기도 나누고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이 기회를 놓칠새라 정 양은 대통령에게 이틀 전의 택시 기사의 얘기를 전했다. ‘숙제 끝’이었다.
정 양의 말을 전해들은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더욱이 4대강 사업을 꼭 신경 써서 해야겠네."
대통령은 또 정 양에게 "대통령이 잘하겠다고 답하더라고 택시기사에 말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마침 기사의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었던 정 양은 “그러겠다”고 대답했다.정 양의 택시 기사에 대한 ‘임무 완료’ 보고는 이틀 뒤인 25일 이뤄졌다. 기쁜 마음에 다음날인 24일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25일 통화에서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정 양에게 택시 기사는 말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전화를 마친 정 양은 한참 뒤에 의문이 생겼다.
“너무 감사합니다.”는 누구에게 한 말일까? 나? 아니면 대통령?
하지만 대학생답게 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두 사람 다에게 하신 말씀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