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도 아니고 박정희 대통령도 아니고 웬 임태영이냐?”
    15일 광복절에 제막식을 통해 일반에 공개될 광화문 현판을 두고 시민단체 등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 임태영의 한문 광화문 현판 ⓒ 뉴데일리
    ▲ 임태영의 한문 광화문 현판 ⓒ 뉴데일리

    광복절에 맞춰 공개될 광화문 현판은 현재 무형문화재 106호 각자장(刻字匠) 오옥진씨가 한문으로 '광화문(光化門)' 석 자를 새기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단청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 문화재청은 “이달 초순에 광화문 문루에 새 현판을 설치하지만 천으로 가려뒀다가 제막식 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글 광화문 현판 ⓒ 자료사진
    ▲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글 광화문 현판 ⓒ 자료사진

    경복궁 남쪽 정문인 광화문은 1395년(태조 4년)에 창건돼 정도전에 의해 사정문으로 명명됐다가 1425년(세종 7년) 광화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탔다가 1864년(고종 1년) 대원군의 경복궁 재건으로 옛 모습을 되찾았으나 6·25전쟁 때 다시 불타 없어졌다.
    1968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복원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현판 글씨가 내걸렸다.

    지난 2005년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은 “광화문은 6.25전쟁 때 불탄 뒤 원래 위치에서 14.5m 뒤로 물러난 곳에 세워지는 등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판이라도 원래대로 한문 서체로 바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조선시대 최고 성군(聖君)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의 글을 집자하는 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새로 광화문에 걸리는 현판이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 이전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 아닌 임태영의 글씨라는 점이다.
    문화재청은 “복원된 현판의 글씨는 고종 당시 경복궁 중건 책임자였던 영건도감 제조 임태영(任泰瑛)의 글씨를 남아있는 광화문 유리 원판 사진을 토대로 복원했다”며 “이를 현판에 만들 목재에 붙여 새기는 작업까지 마쳤다”고 밝히고 있다.

    임태영은 누구인가?
    백과사전에는 그가 철종 때 평안도병마절도사-금위대장-어영대장 등을 역임했으며 좌포도대장 재임 중인 1859년(철종 10) 조정의 명령도 없이 우포도대장과 짜고 천주교도에 대한 탄압인 경신박해사건(庚申迫害事件)를 일으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1865년(고종 2)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훈련대장으로 공사 책임자인 영건도감제조(營建都監提調)를 겸하였는데, 그때 광화문의 현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해 새롭게 광화문에 걸겠다는 방침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한글학회와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등 한글단체는 지난달 5일 세종대왕 때의 훈민정음 글씨체로 만들어 한글로 달 것을 제안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한글은 경복궁 안에서 세종대왕이 만들었으며, 광화문이란 이름도 세종대왕이 지었다"며 "한글 현판은 광화문과 경복궁이 상징하듯 위대한 세종대왕과 훌륭한 한글창제 정신이 어린 곳을 보여주는 표시로서 천 마디 말보다 그 상징성과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글 운동가인 김영환 부경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자 현판은 원형이 될 수 있고 한글 현판은 원형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천박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등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문화부 앞에서 ‘박정희 대통령 현판 철거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제공
    ▲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등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문화부 앞에서 ‘박정희 대통령 현판 철거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제공

    다른 한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판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등 20여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1일 “2005년 광화문 현판 제거는 명백한 박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였다며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햇다.
    이들 단체들은 “40년 가까이 광화문에 걸려있던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한글 현판이 참여정부 시절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말 한마디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광화문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라는 구실을 붙였지만 이는 노무현 정권 내내 자행된 ‘박정희 대통령 흔적지우기’의 교활한 속셈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지도 면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훈련대장 임태영은 비교도 안 될 뿐더러 40년 가까이 걸려있던 박 대통령 현판을 내리고 이름도 생소한 훈련대장의 한문 글씨를 내걸겠다는 처사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