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일 오전 7시20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D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손자인 이재찬(46)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은 투신 현장 모습.
    ▲ 18일 오전 7시20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D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손자인 이재찬(46)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은 투신 현장 모습.

    18일 오전 7시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고 이재찬씨는 고 이창희 새한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재계에서 촉망받는 3세 기업인으로 각광 받아왔다.
     
    미국 디트로이트대 경영학과를 졸업, 97년 새한미디어 사장 자리에 오른 이씨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 선희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새한그룹이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경영난에 봉착하며 2000년 새한건설과 (주)새한이 합병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새한미디어 사장과 새한건설 사장을 역임했던 이씨는 경영 일선에 물러나 그룹과 거리를 두고 지내왔다.

    당초 장인인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함께 서울 방배동 인근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이씨는 5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씨의 이혼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씨의 선친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남이다. 60년대 삼성이 인수한 새한제지(현 한솔제지)와 삼성물산의 이사를 역임하다 1966년 한비사건(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이후 이 전 회장은 한비사건 여파로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신임을 잃자 삼성그룹에서 빠져나와 1973년 설립한 마그네틱미디어코리아사와 특수세라믹사를 통합한 새한미디어를 창업하고 스스로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1991년 7월 미국에서 58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부터 새한그룹의 비극은 시작됐다.

  • ▲ 고 이재찬 새한미디어 전 사장
    ▲ 고 이재찬 새한미디어 전 사장

    1991년 이 전 회장의 사망 직후 부인 이영자 여사가 새한그룹 회장에, 장남 이재관 씨가 부회장에 각각 취임하며 그룹을 운영해 왔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 탓에 경영 위기에 봉착, 결국 2000년 새한그룹의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급기야 고 이재찬씨의 형인 이재관 새한그룹 부회장이 2003년 분식회계를 통한 1000억 원 대의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 경영권을 상실하면서 어머니 이영자 여사와 함께 가족 전체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는 비운을 맞게 된다.

    새한미디어는 현재까지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며 ㈜새한(옛 제일합섬)도 지난 2008년 웅진그룹에 매각되면서 웅진케미칼로 사명이 변경됐다.

    앞서 ㈜새한은 90년대 중반 1조원이 넘는 시설투자를 했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자금줄이 막히자 1999년 일본 도레이사에 섬유ㆍ필름 부분을 팔아 넘겼는데 당시 ㈜새한을 인수하며 회사 이름을 '도레이세한'으로 바꿨던 도레이사가 최근 사명을 '도레이첨단소재'로 개명한 사실이 전해져 '새한'이라는 이름은 공식 석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한편 이씨의 사망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이 사인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2005년 11월 이건희 삼성회장의 셋째딸 윤형씨가 뉴욕 유학중 자살로 유명을 달리한 사건에 주목, "5년 만에 삼성가에서 자살 사건이 재현됐다"며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일반인과는 다른 길을 걷는 재벌계 인사들이 겪고 있을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상당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