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話> 주한 미군 無力化 합의후, 김정일 "어쩐지 잘 통한다 했더니"
  • 주한미군 無力化에 합의해놓고 좋아한 김대중과 김정일  
     
     대한민국 대통령이, 韓美동맹을 사실상 해체하려는, 敵將의 주한미군 중립화-무력화 제안에 감동하여 '탁월한 식견'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지난번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임동원 특사로부터 김 위원장의 주한미군에 대한 견해를 전해 듣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민족문제에 그처럼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계실 줄 몰랐거든요."  
     
     2002년 통일연구원 보고서
     
     2002년 7월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가 있다. '남북한 실질적 통합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 연구'란 책(허문영, 조민, 홍관희, 김수암)이다. 여기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관련한 이런 記述(기술)이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을 對南 적화전략목표 달성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 즉, 북한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한반도의 공산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韓‧美동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기본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미동맹이 기능을 발휘하는 한 북한은 자신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을 도저히 이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이 우리를 제외하고 미국하고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한‧미동맹의 억지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즉,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힘을 중립화시킨 후 우리와 마지막 대결을 감행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휴전 이래 남북한에서 “모든 외국군의 철수”를 주장하면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 주장은 ’90년대 들어 약간의 전술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90~’92년「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남북 군비감축 진전에 따라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을 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발언도 간헐적으로 제기해왔다.
     
     예컨대, ’92년 6월「평화군축연구소」이삼로는 “주한미군은 주둔하되 남북의 통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하였고, ’96년 4월「아태평화위」이종혁은 “미‧북 양측이 평화조약을 모색하는 동안 미군이 한반도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96년 5월「북한군판문점대표부」이찬복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對北억제로부터 한반도 전체의 안정자와 균형자로 변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북한이 이처럼 공식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일관되게 요구하면서도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을 거론하고 있는 이유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궁극적 목표로 하되, 그 중간 단계로서 미군을 ‘평화유지군’등으로 역할 변경시킴으로써 주한미군의 지위와 성격을 변경시켜 궁극적으로 韓‧美동맹체제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주한 미군의 역할변경
     
     이 보고서는, 북한정권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한 전술의 하나로 개발한 용어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며 그 내용은 '對北억지력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안정자와 균형자 역할을 위한 평화유지군으로의 전환'임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평화유지군' '한반도의 안정자와 균형자 역할'이란 용어들이 궁극적으로 韓美동맹을 약화시키려는 북한측의 發想(발상)이라고 규정하였다. 이 보고서가 나온 것이 2002년이고, 김정일과 김대중이 만나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합의한 뒤이다. 國策(국책)연구소가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을 韓美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주한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 한반도에 주둔한다는 발상은 일방적인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이 문제를 놓고 협의해본 적이 없다. 미국이 그런 방식의 주둔에 동의할 리가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동맹국인 미국에 물어보지도 않고 敵(적)의 수괴와 만나 주한美軍의 역할 변경에 합의하는 것은 동맹정신을 깨는 것이고, 韓美동맹에 안보를 의지하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해치고 敵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을 김대중이 저질렀다.

    국정원장 "북측은 북침위협에 시달려"
     
     國情院長(국정원장)이던 임동원씨는 2000년 6월4일 비밀방북하여 김정일을 만났을 때 '남측은 북측의 적화통일과 남침위협에, 그리고 북측은 흡수통일과 북침 위협에 서로 시달리고 있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하여 이런 제안을 하였다고 회고록에서 공개하였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주한미군의 위상에 대해서도 북측이 전향적으로 사고해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균형자와 안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주한미군이 현재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다."
     
     대한민국의 안보 책임자가 '북측은 흡수통일과 북침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김정일에게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북한정권이 내부통제용으로 선전하는 '북침위협'을 임동원씨는 사실로 인정한 셈이다. 韓美동맹군이 北侵(북침)을 꾀한 사실이 있는가? 임동원씨의 말대로라면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게 된다. 南도 北도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양쪽의 위기감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안보 책임자가 구경꾼의 입장에 선다는 것 자체가 背任(배임)이다. 김대중이 임동원을 통하여 김정일에게 제안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균형자와 안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주한미군'은 현재의 주한미군이 아니고 對北억지력을 포기한 평화유지군이다. 남북한 사이의 중립군이다. 껍데기 군대이다.

    김정일의 화답
     
     위의 통일연구원 보고서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런 제의를 김대중이 했다는 것은 그 전의 북한측 요구사항을 전폭 수용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임동원 회고록에 의하면 김정일은 이렇게 和答(화답)하였다.
     
     "김 대통령께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통일 후에도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데, 사실 제 생각에도 미군주둔이 나쁠 건 없습니다. 다만 미군의 지위와 역할이 변경돼야 한다는 겁니다. 주한미군은 공화국에 대한 적대적 군대가 아니라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서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중략). 미국과 관계정상화가 된다면 미국이 우려하는 모든 안보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겁니다."
     
     김정일, 김대중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본 셈이다. 2000년 6월14일 두 사람이 평양에서 만났을 때도 이런 의견의 일치는 재확인된다.

    北 김용순이 미국특사로
     
     임동원 회고록에 의하면 김정일은 이렇게 말하였다.
     "1992년 초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남과 북이 싸움 안하기로 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댔습니다. 김 대통령께서는 '통일이 되어도 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제 생각과도 일치합니다.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 것이 남조선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 부담이 많겠으나 결국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임동원씨는 (김정일이) 미국측에 전한 말은 "미군의 지위와 역할을 변경하여 북한에 적대적인 군대가 아니라 평화유지군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였다고 썼다.
     
     김대중 대통령은 제 정신을 가진 이라면 駐韓미군의 無力化(무력화)를 요구한 김정일의 말을 듣고 화를 내든지 이렇게 말하였어야 했다.
     
     "그런 평화유지군은 1개 대대로 족한데, 1개 대대로 어떻게 남북한 사이 전쟁을 막습니까? 미국 정부가 미쳤다고 그런 제안을 받습니까? 주한미군은 6·25 남침과 같은 재도발을 막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고, 이 문제는 남북간에 논의할 성질이 아니고 한미간에 결정할 문제니까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맙시다"

    DJ "그처럼 탁월한 식견을 가지셨다니"
      
     그런데 임동원씨에 따르면 김대중은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한다.
     
     "지난번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임동원 특사로부터 김 위원장의 주한미군에 대한 견해를 전해 듣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민족문제에 그처럼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계실 줄 몰랐거든요. 그렇습니다. 미군이 있음으로써 세력균형을 유지하게 되면 우리 민족에게도 안정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韓美동맹을 사실상 해체하려는, 敵將의 주한미군 중립화-무력화 제안에 감동하여 '탁월한 식견'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기고만장한 김정일은 "대통령과 제가 본은 다르지만 종씨라서 그런가, 어쩐지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한 것입니다"고 했다. 김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본관이 어디냐'고 묻자 김정일은 '전주 김씨'라고 대답하였다. 김 대통령은 "전주요? 아, 그럼 김 위원장이야말로 진짜 전라도 사람 아니오! 나는 김해 김씨요. 원래 경상도 사람인 셈이지요"라고 했다.
     
     김대중, 김정일은 주한미군을 중립화, 無力化시키는 데 합의해놓고 서로 추켜주면서 좋아하고 있다. 김대중은 이로써, 동맹군에게 알리지도 않고 敵前(적전) 동맹군을 無力化시키는 합의를 敵將(적장)과 몰래 한 我軍(아군)의 사령관이 된 것이다. 주한미군 無力化 합의는, 대한민국의 생명줄인 韓美동맹을 사실상 해체하자는 것이다. 국군통수권자를 겸하고 있는 대통령에 의한 이보다 더한 반역은 人類(인류)역사상 없을 것이다.
    <조갑제 / 조갑제닷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