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를 벌써? 한국인은 불나방!

국민에게 "아니오" 외칠 정치인은 언제 나오나

조광동 | 최종편집 2010.09.04 10: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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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손님' 되기 어려운 한국인 

미국에서 여러 인종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보면 인종에 따른 문화적 특성이나 성격을 확연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도 한 때 장사를 하면서 그런 것을 경험했습니다만, 한인 사업인들의 공통된 의견은 한인 고객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것입니다. 타인종에 비해 한인들은 까다롭고, 값을 잘 깎고, 오해를 잘합니다. 꾸준하게 단골손님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한인들과 비교해 "미국인"들은 한인들에 비해 단골손님으로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세탁소를 오래 한 분들 말로는 몇 십 년 단골손님이 많고, 다른 가게에서 값을 싸게 해도 그 집으로 가지 않고 계속 찾아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식당을 찾는 미국 고객도 한번 인연을 맺으면 아주 오래 찾는 단골손님이 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미국인"들이라고 하는 것은 유럽계 백인 문화권 사람들을 말하고,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된 중산층 이상을 뜻합니다. 인종의 문화와 소득에 따라 겉으로 표현되는 행동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인종적 편견이 될 수도 있고, 계층에 대한 차별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에 나타나는 현상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옆집에 세탁소가 개업해서 가격을 덤핑할 경우, 그 쪽으로 몰리는 고객도 많지만, 생활이 안정되고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었거나, 자존심이 있는 사람들은 옛 단골집을 꾸준히 찾아 준다고 합니다. 이들은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단골집을 찾으면서 자신을 인정해 주는 서비스를 받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고, 옆집에서 싸게 하지만 나는 값이 조금 싸다고 해서 세탁소를 바꿀 만큼 가볍지 않은 사람이라는 자존심을 스스로 가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김연아, 얼마나 오래갈까 했더니

저는 요즘 한국에서 김연아 논란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단골 고객이 많은데 한인들은 단골손님이 되기 어렵다는 미국 동포들의 말을 생각했습니다. 김연아가 몬트리얼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은 국민적 흥분을 일으켰고, 한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었습니다. 저도 제 아이들이 피겨 스케이팅을 했던 사람으로 김연아의 쾌거가 얼마나 장하고 자랑스런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김연아의 금메달에 한국인들이 도를 넘게 흥분하고 열광했었습니다.

금메달을 받자 언론과 여론은 김연아를 민망스러울 정도로 비행기를 태우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연아가 출연하는 광고가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저런 현상이 얼마나 오래 갈까 하고 고개를 갸웃 둥 했었습니다. 생각보다 오래가지를 못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오서 코치와의 결별로 김연아의 인기가 흔들리고 열광이 식어지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가벼운 광고주들

더욱 심란한 것은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유치 하기위해 기를 썼던 대기업들이 김연아의 인기가 흔들리자 광고 출연을 재고하기 시작하고, 어떤 회사는 이미 찍어 놓은 광고도 내 보내야 할지로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의 격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연아가 오서 코치와 헤어진 과정이나 모습이 아름답지는 않았으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 문제가 김연아의 인기를 흔들고, 찍어 놓은 광고까지 고려할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김연아를 무슨 인격의 화신이나 국민적 우상으로 착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코치와 헤어지면서 불거진 말싸움이나 감정싸움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것을 침소봉대해서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진중치 못하고 변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집단화 되면 국민적 변덕이 됩니다.

타이거 우즈의 섹스 스캔들

한국인들의 인심은 인기가 상승하는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에게 열광하다가 뭔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 그랬더냐 싶게 냉정하게 얼굴을 돌립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이런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인들이 유독 심한 것 같습니다. 골프의 명장 타이거 우즈가 생각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섹스 스캔들의 함정에 빠졌을 때 과연 우즈가 재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심사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즈의 행동을 용서하기 어려웠지만, 미국인들은 의외로 그의 행동에 너그러웠습니다. 그의 도덕성을 질타하면서도  그를 매몰시키지 않았습니다. 그가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골프를 잘 치는 한 그의 인기는 계속 유지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미국인들의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으나 한편으로 인간에 대해 갖는 관용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연예인들의 자살 소동

한국만큼 연속극이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나라도 없고, 드라마와 연예인의 부침이 극심한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뜨고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것이 한국의 연예계입니다. 생각의 비약이기도 하지만 한국 연예인들의 자살이 많은 것은 국민적 변덕스러움과도 연관이 있을지 모릅니다. 인기의 열광을 한 몸에 받았다가 인기가 낙엽처럼 밟힐 때 느끼는 고독감과 허탈감은 비할 데가 없을 것입니다. 너무 빨리 부상하고 급히 추락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기복과 좌절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인기의 부침이 날카로울수록 그 충격과 영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변덕스런 국민들의 비위를 맞추어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이런 풍토에서는 큰 연예인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들의 비판과 조소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갈 수 있는 연예인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본인은 그러고 싶어도 설 땅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연예인은 인기에 춤추고 인기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기의 불나방이 되고 맙니다.

변덕스런 여론에 비위 맞추기

이런 현상이 연예계나 스포츠계만 국한한 것이 아니고 정치에도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한국 정치에 큰 나무, 큰 그릇이 나오질 않습니다. 정치 기술자와 모사꾼들이 득실거리는 정치판에서 비전과 철학과 인격을 가진 지도자가 뿌리내리기는 연목구어(緣木求魚)처럼 힘들 수 있습니다.

변덕스런 국민들의 비위를 맞추는 정치인은 큰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을 향해 "아닙니다!"하고 소리칠 수 있고, 인기를 초연하면서 국리민복을 위해 묵묵히 갈 수 있는 지도자가 한국의 정치에서는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변덕스런 심리와 함께 나보다 잘난 사람, 능력 있는 사람들을 매질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심리도 곳곳에 있습니다. 인기인을 선망하면서도 인기인을 질시하는 심리가 있고, 때로는 가학심리까지 있습니다.

곤장치기 청문회...썩은 자들의 대결

청문회란 것도 지도자를 곤장 치는 대표적 마당이 되었습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망신을 당할 만큼 신변 관리를 하지 못한 지도자들에게 있지만 한국이란 사회가 공동으로 썩은 마당에 망신당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듭니다. 청렴결백하고 법을 추상같이 집행해야할 검사와 판사들조차 위장 전입이나 성향등이 나올 정도의 풍토로 썩었습니다. 국무총리 지명자와 장관 지명자들이 맥없이 쓰러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도덕성의 풍토를 말하는 것입니다.

청문회를 하면서 신랄하게 약점을 파헤치는 그 국회의원들이라는 사람들 대부분이 더 부패하고 썩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썩은 물과 썩은 공기를 같이 마시면서 살아 온 동시대 사람들 의식 속에 청결하고 순결한 도덕성과 인격성을 갖춘 청백리를 찾는 것은 지난한 일입니다.
청문회에서 인재들의 먼지만 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도덕과 윤리의 부활을 위한 국민적 운동이나 각성을 통해 함께 더렵혀진 것을 고백하고 뉘우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먼지 터는 청문회를 할 것입니까?

장관-총리는 왜 그리 자주 바꾸나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청렴한 인재가 없는 나라에서 장관과 총리는 왜 그리 자주 바뀌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장관이 한번 되면 거의가 대통령과 수명을 같이합니다. 장관이 조금 실수를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장관을 바꾸지 않습니다. 총리와 장관을 바꿀 때마다 국정은 공백이 생기고 청문회 소동은 나라를 피곤하게 합니다. 정치를 소모품으로 만들고 공연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개각을 무슨 정치 돌파구나 국면 전환용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발상이나 국민적 심리가 잘못된 것입니다. 이런 풍토에서 인재가 자랄 수 없습니다. 장관이나 총리를 1년 2년 하면서 국정을 어떻게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가 너무 변덕스럽고, 거기서 사람이 자랄 수 없습니다.

영웅 아닌 '1회용품'

결국은 국민들의 집단적 변덕스러움과 맥이 이어집니다. 일단 지도자로 선출하고, 공복으로 일을 맡겼으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아량과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영웅으로 만드는 것도 신중해야 하고, 영웅을 끌어 내리는 것도 신중해야 합니다.

월드컵에 출연한 선수가 실수를 했다고 집단적 매도를 하고,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집단적으로 인격을 모독하는 풍토에서 큰 나무가 자랄 수 있겠습니까? 김연아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으면 국민적 자존심을 위해서도 김연아를 오랫동안 영웅으로 지켜야 할 것입니다.
물론 김연아도 국민적 기대와 신뢰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몸가짐과 언행에 신중해야 할 것이지만, 김연아보다 더 잘못된 것이 국민들의 변덕입니다. 이번 경우는 김연아의 잘못보다 잘못된 여론의 책임이 더 큽니다. 코치와 우아하게 결별하지 못했다고 해서 등을 돌리는 것은 너무 편협한 국민감정입니다.

변덕이 죽 끓는 변덕문화

감정이 냄비 물 끓듯 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풍토를 고치려는 국민적 성찰이 모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 발전에 버금가는 국가와 국민의 품격으로 선진화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에 비해 한국인이 단골손님 되기가 어렵고, 미국인 보다 한인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것이 힘들다는 미국 동포들의 푸념 속에는 코리안의 변덕스런 심성의 뿌리가 깊이 숨어 있습니다. 변덕스런 심성에 인격과 덕성이 자리 잡을 수 없습니다. 변덕이 집단화되고, 그것이 국민적 변덕으로 변덕스런 문화가 되면 국민의 격이 떨어집니다.

국격은 진중하고 관용이 있는 풍토에서 깊어질 수 있습니다.
단골손님이 많아야 사업의 뿌리가 튼튼해 질 수 있습니다. "단골"의 풍토에는 한결같은 마음과 인간의 신뢰와 성숙과 품격이 스며있습니다. 인간을 키워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런 의식 문화가 조성될수록 국격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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