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신문은 아직도 하루에 두번 朝夕刊(조석간)을 발행한다. 朝刊 40페이지중 5페이지의 下段(하단)은 冊광고이다. 冊광고면은 1면에서 시작하여 5면까지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비싼 1면 광고를 책으로, 그것도 딱딱한 전문서적 광고로 메우는 게 거의 모든 일본 신문의 오랜 전통이다.
     
     독자들이 아침 신문을 펴들 때 처음 대하는 광고가 冊이다. 진지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세계에서 여론형성에 신문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나라는 일본뿐일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인의 漢字(한자)실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초등학생의 漢字실력은 한국 대학생보다 훨씬 뛰어나다. 한국의 학생들은 慶州(경주)의 유적지 설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데 수학여행을 온 일본의 초등학생은 설명문에 漢字가 섞인 걸 읽고서 대충 짐작한다.
     
     1945년 일본을 점령통치하기 시작한 맥아더 사령부는 한때 일본인들의 군사적 전통을 말살하기 위하여 학교에서 검도 등 武道(무도) 교육을 금지시켰다. 漢字를 폐기하고 알파벳을 쓰도록 하려는 정책을 검토하다가 포기한 적도 있다.
     
     동아시아에서 漢字폐지 운동은 개혁가들과 공산주의자들이 처음 시작하였는데, 한국의 경우엔 보수적인 사람들까지 이에 편승, 韓國語를 반신불수로 만들고 말았다. 母國語를 지키지 못하는 保守(보수)는 체제를 지킬 수 없다.
     
     일본의 언론 출판인들은 일본어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다. 한국의 언론 출판인들은 한글專用으로 母國語를 훼손하고 더럽히고 (한자)文盲率을 높이는 데 앞장을 섰다. 고급讀書가 불가능해진 나라에서 엘리트가 나올 리 없다. 한국의 언론, 출판인들은 결국 자신들의 무덤을 판 셈이다. 한국과 일본의 수준 차이는 母國語를 아끼는 언론인과 母國語를 망치는 언론인의 차이이기도 하다. 國語는 祖國이다.
    <조갑제 /조갑제닷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