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여주 농민들 “그만 떠들어, 작년 폭락 몰라?”“진짜 4대강 때문이면 우린 돈 벌었어”고추는 곯고, 호박은 넝쿨만...팔 게 없는데
  • 경기 용인에서 3000여 평 밭을 나눠 호박, 열무, 고추를 키우는 고 모씨(49)는 요즘 속이 쓰리다. 마트에서 한때500백 원 하던 애호박이 4000원이나 값이 나가고, 풋고추도 몇배씩 올랐다는데 시장에 팔 채소가 없기 때문이다. 밭 한켠에 심었던  배추도 잦은 비로 속도 안찬데다 진딧물로 구멍이 숭숭 뚫렸고, 고추는 줄기에 달린 채 곯아버린 것이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호박은 날씨까지 더운데다 나중엔 잦은 비로 꽃가루받이도 안돼 애호박이 하나도 안 달린 덩굴이 많다. 그는 “진작에 어린 잎이나 따서 호박잎으로나 시장에 내 놓을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그런데 뉴스에서 국정감사 국회의원들이 ‘배추값’ 이야기한 소식이 나올 때마다 더 속이 뒤틀린다.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 4대강 때문에 채소값이 올랐다면 4대강 아닌곳 농민들은 돈을 벌 수도 있었을텐데 고 씨와 그의 이웃들을 보면 그게 아니었다. 강원도에 있는 지인 비슷하다고 했다. 68세인 안 모씨 밭 호박덩굴도, 고춧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기 여주에서 22년째 이장을 보고 있는 변 모씨는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자꾸 배추값 얘기하는데, 작년에 배추값이 폭락해 올해 배추 농사를 포기한 농가가 많다”며 “배추값이 오르고 내리는 게 4대강 때문이라는 게 말도 안된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고씨는 “4대강에 멀리 떨어져 있어 난 관심도 없다. 지금 무 배추만 오른 게 아니라 고추 호박 모두 올랐는데 무슨 한가한 4대강 타령이냐. 요즘 국회의원들 '배추국회의원이냐. 매일 4대강 배추 타령인데, 그렇게 할일이 없냐”며 “진짜 4대강 때문이라면 그곳 농민은 힘들겠지만 우리는 채소값 비싸 돈 벌었을 거다. 지금 우리 밭 여름농사도 망쳐 내다 팔 것이 없는데 4대강 떠드는 사람들 진짜 농민 속 뒤집어지게 하고 싶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강원도에서 나오는 배추 무값이 오른 것을 4대강 탓으로 한다면, 지금 귤 한 상자 4만원하는 것도, 배값, 사과값 오른 것이나, 우리 밭 호박 안 달린 것도 4대강탓이냐”고 꼬집었다. 지금 농민들 죽어나는데 엉뚱한 소리하면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