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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탁도가...” “준설 때문에”
한 야당의원, 앞뒤 안 맞는 주장 버젓이4대강 사업의 보 건설 공정이 50%를 훌쩍 넘고, 준설 등 전체 공정률도 30%수준으로 진척됐다. 집중호우기간이 끝나 건기(乾期)에 접어들면서 보와 소수력발전소 공사준비도 한창이다. 그만큼 또 지난 6월 겪었던 준설 흙탕물 소동이 일지 않을까 현장에선 바짝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환경부에가 4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4대강 공사중에 발생하는 흙탕물 등의 수질 오염에 대해, 주요 공사구간 인근에 방제센터를 설치하는 등 집중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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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7월 강원 남부지역의 식수원인 삼척시 하장면 광동댐 상류 골지천. 장마로 불어난 물이 흙탕이되어 보아래로 넘쳐 흐르고 있다.ⓒ
준설이나 보 공사에선 불가피하게 흙탕물이 생긴다. 흙탕물은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취수장에 문제는 없을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취수장은 200여 곳이다. 이 가운데 4대강 전체 준설량의 80%를 차지하는 낙동강 수계에 있는 취수장만 100곳이 넘는다.
지난 봄 한 신문은 “낙동강 본류에서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취수장은 29곳으로, 준설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또 “부산의 식수원인 매리취수장의 경우 취수장에서 374m 떨어진 곳에서 준설공사를 할 경우 탁도가 평상시보다 8배 정도 높아진다. 원동신취수장은 유입 탁도가 연평균보다 무려 15배 높아진다.”는 내용은 짐짓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야당의원 “집중호우기간 탁도 높아졌다” 주장하면서도 “준설 탓”
지난 7월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 땐 경남 김해 삼계정수장 취수 원수 탁도가 10배 높아졌다는 소동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 최철국 의원(김해을)이 김해 삼계정수장으로부터 제출받은 집중호우 기간(7월16일~18일) 수질 관리일지를 근거로 발표한 자료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16일 취수 원수 탁도는 오전 24.9NTU, 오후 27.3NTU였고........
집중호우 마지막날인 18일 오전 359NTU에서 오후 9시경 380NTU로......“결국 10배 이상 탁도가 치솟았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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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호우때 한강물. 국지적으로 이뤄지는 준설과 달리, 홍수 흙탕물은 며칠씩 강을 벌겋게 물들이기도 한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그동안 환경부, 국토해양부는 4대강 준설공사로 인해 흙탕물이 발생해도 오탁방지막이 설치돼 있어 탁도 증가요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밝혀왔는데 집중 호우 기간 김해 삼계저수장의 취수 원수 수질조사 결과는 지금까지의 정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당시 "삼계정수장 취수 원수 오염원인은 14, 15공구 준설공사 현장에서 흘러나온 준설토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준설공사를 탁도 증가의 원인으로 단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최의원의 발언 내용 중에도 “준설 탁도와 준설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16일에는 24.9였지만, 집중호우 마지막 날에는 380....”
결국 계속된 ‘집중호우’가 원인이라는 말이다.
집중호우 기간 준설은 당연히 중단됐는데도 그런 것이다.준설이 흙탕물의 주범으로 억울하게 지목되는 사례가 또 있다.
9월 집중호우 팔당댐의 상황을 보자. 사진에서 보듯 완전한 흙탕물이며 구정물에 가까울 정도의 장면이다. 그러나 수돗물 공급을 못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준설공사의 수질기준은 탁도 40이지만, 홍수시 탁도는 300~1000으로 수십배나 탁하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준설 공사에서 흙탕물이 전혀 안 생길수를 없지만, 과거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홍수에도 수돗물 생산은 차질을 빚은 적이 없었다.”고 밝히고 “강바닥 토사에 포함되어있는 일부 중금속은 주변 논밭 등의 토양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흙탕물보다, 수량이 적은 하천이 더 나빠
수질은 준설 흙탕물보다 도리어 하천유지수량과 관련이 더 깊다는 사례가 있다.
지난 1997년 6월 하순 낙동강에 남조류가 증가하고 탁도가 높아져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그 해 6월 30일 연합뉴스의 기사를 보자.“낙동강 상류로 확산되면서 상수원을 크게 위협했던 남조류가 최근 내린 비로 농도가 약해지는 등 낙동강원수 수질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 ①
釜山시상수도사업본부는 최근 이상고온 등으로 100ppb를 웃돌던 낙동강 남조류 농도가 29일에는 물금취수장 16ppb, 매리취수장 28ppb로 대폭 줄어드는 등 낙동강 원수 수질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또 최근 내린 비로 강 상류의 토사와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떠 내려와 지난 27일 300도와 610도에 이르던 물금과 매리취수장의 탁도도 29일에는 각각 170도로 낮아졌다.”②이 기록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①번 내용은 하천 물이 적은데 이상고온으로 수온이 높아졌고, 조류발생이 가속화해 탁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또 비가 내리자 조류 농도가 낮아져 낙동강 수질이 정상을 찾았다는 것이다.
또한 ②번 내용은 비로 상류의 오염물질이 내려와 탁도가 610도에 이르던 취수장 탁도가 이틀만에 170도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비, 홍수에 의한 흙탕물로도 탁도는 높아지지만, 시간이 가면 쓸려 내려가고 가라앉아 정상을 찾는다. 그러나 물이 없으면 수온이 올라가고 조류가 생긴다. 그래서 탁도가 높아지고 상수원 취수에 비상이 걸리는 것이다.국토해양부가 최근 수년간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대구, 합천 밀양의 합계강수량과 김해 매리 취수장 탁도는 다음과 같았다.
강우 시기 합계강수량 김해 매리취수장 탁도(NTU)
2006.7.9~10 671mm 564
2006.7.16~18 470mm 337
2007.9.2~4 181mm 258
2010.7.15~17 433mm 310보통 수질의 탁도는 NTU(Nepthelometric Turbidity Unit)로 표시한다. 탁도계(Nephelometer)를 사용하여 탁도를 측정하는 단위를 말하는데, 음용수 기준은 1NTU이다. 수치를 보면 강수량과 탁도는 같은 비례로 늘어남을 알 수 있다.
◆물고기 폐사론도 억지
역시 흙탕물로 물고기가 떼죽음당하지 않을까? 이 역시 터무니없는 주장에 가깝다.
지난 봄 흙탕물 때문에 여주 강천보 건설현장 준설 과정에서 물고기 1000여 마리가 떼죽음 당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물론 물빼기 작업에서 구조가 늦어져 죽은 3,40마리에 불과했지만, 언론과 환경단체는 죽은 고기를 가까이 찍은 사진을 싣고 환경위기론을 부추겼다. 이 역시 공사과정의 예기치 않은 사고일뿐 본질과 거리가 멀다.
하천의 물이 줄어 오염농도가 높아져 물고기가 죽은 사례는 많지만, 홍수때 흙탕물로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는 보도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전문가들도 흙탕물과 물고기의 죽음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양대 자연과학대학의 모 교수는 “장마, 홍수는 대표적인 자연계의 교란이다. 준설은 소규모의 교란 정도이다. 물고기는 교란과정을 견디고 살아간다”고 말했다.결국 준설 탁도보다는, 준설을 안해 하천 유량이 적어지는 게 물고기와 환경에 훨씬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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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미시시피 강의 수중준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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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준설 기준이 미국보다 세다
4대강 반대자들은 항상 선진국 사례라며 4대강을 반대한다. 준설에 관한 선진국 기준은 어떨까. 준설에 관한한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강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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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수중준설은 호스로 뽑아내 하천밖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먼저 흡입식 준설. 한국은 수심이 깊을 경우 호스로 강바닥에 대고 빨아내는 흡입식 준설을 하도록 돼 있지만, 미국 공병단 준설기준에는 흡입식이 명시돼 있지 않다.
부유물질 탁도도,
한국은 40mg/L 이하
미국은 100m 이내 700mg/L, 300m 이내 100mg/L, 1마일 이후 24mg/L로 정해졌다.수중준설 방법도 차이난다.
한국은 흡입준설한 후 오탁방지막을 설치한 가운데 하천 밖으로 빼내지만, 미국 미시시피 강의 사진에서 보듯, 준설토만 거르고 흙탕물은 그냥 하천에 방류한다. 물론 미국의 다른 강이나 지역에선 이보다 더 세밀한 처리를 할 수도 있겠을 수 있드나, 적어도 준설 흙탕물이 환경에 그다지 큰 영향을 안준다는 반증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