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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새벽에 들은 라디오에 성신여자대학의 지리학과 교수 양보경 박사가 나와서 조선조 후기의 지리학자 겸 지도 제작자 김정호와 그가 만든 <대동여지도>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어 여간 고맙지 않았습니다.
<한글>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자랑하는 것이지만, 우리 역사 뿐 아니라 세계사적 입장에서 봐도 자랑할 만한 탁월한 지리학자가 있어서 그가 우리나라 지도 그리기에서 발휘한 뛰어난 솜씨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감탄하고도 남음이 있는 자랑거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김정호는 서민의 아들로 태어나 보잘것없는 문벌·가문 때문에 출세의 길이 막혀 있었지만 당대의 세도가 중 한 사람인 최기영 등과 친교를 맺고 그런 큰일을 해낼 수 있었답니다. 20대에 이미 김정호는 그 재능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1862년에 제작된 <대동여지도>의 뛰어난 과학성과 합리성은 전 세계의 지리학자들을 감탄케 하였다는 것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회마을,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세계가 가장 원하는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들만의 자랑거리를 되도록 많이 되도록 넓게 찾아내어, 우리가 문화민족임을 전 세계에 알려주고 싶습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