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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조희진(24‧가명)씨는 한 대기업의 입사지원서류를 최종제출하려다 깜짝 놀랐다. ‘자격사항’란의 각종 자격증 정보가 조씨가 전일 작성했던 내용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몰려 발생한 일시적 오류라 생각하고 ‘새고로침’ 버튼을 눌렀으나 누를 때 마다 다른 사람의 인사 정보가 줄줄 새나왔다.
김혁진(28‧가명)씨도 놀란 건 마찬가지다. 김 씨는 “다른 사람의 스펙. 어학점수, 외국어 능력, 컴퓨터, 한자, 워드 등 모든 자격사항을 다 봤다고 보면 된다”면서 “내 스펙을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섬뜩하고 기분이 나쁘다. 또 내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수정 당했을 지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그룹 채용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밤 채용홈페이지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약 3시간가량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 일부 지원자들은 홈페이지 접속이 어려워지자 1차는 서류전형이 아닌 ‘서버전형’이라는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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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롯데그룹은 13일 오전 마감시한을 이날 18시에서 24시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서비스 지연으로 입사지원이 원활하지 못했다”면서 “입사지원자 여러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원자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원자들은 최종제출한 서류가 자신이 작성한 서류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지원자는 “어제 마지막까지 자격증이 다른 사람으로 나와서 다시 저장했는데 자려고 누워서도 과연 제출한 스펙이 내 스펙으로 나와 있을지 걱정했다”면서 “연장 보다 중요한 게 최종제출 후 서류 확인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지원자도 “지난 새벽 그 난리가 난 줄도 모르고 제출해 버렸다”면서 “누구 정보가 입력 됐을지 모르겠다. 연장된다는 말만 공지로 뜨고 어제 정보유출 됐던 건 입을 싹 닦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실제로 이날 밤 서버 정상화는 새벽 3시에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새벽 자격사항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된 것이 맞다”면서도 “이름이나 학력은 노출되지 않아 누구의 자격증인지는 알 수 없어 개인정보 피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처음 오픈한 채용사이트에 예상보다 지원자들이 많이 몰리면서 화면상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지난 밤 서버 증설을 완료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입사지원자들의 서류는 개인이 작성한 것으로 최종 제출됐을 것”이라며 “지원자들이 원하는 지원 서류 확인 절차는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