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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말에는 일본어투가 많이 스며들었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각종 외래어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왔습니다. 학계와 언론계의 노력으로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일본어투 어휘들과 외래어의 홍수 속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순화하여 쓰기를 권장하는 어휘들을 소개합니다. [도움 =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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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번 있잖아. 한 곡 해봐." "자네 십팔번이 뭔가?"
우리는 흔히 각자 자기가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나 잘 하는 장기를 '십팔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십팔번'이란 용어의 유래를 알게되면 쓰기가 좀 쑥스러워질 것입니다. 이 말은 일본 전통기예인 가부키(歌舞伎)에서 유래된 용어라고 합니다. 일본에는 가부키로 유명한 이치가와(市川) 가문이 있습니다. 이 집안에 전해내려오는 가부키의 교겐(狂言)중에서 가장 히트한 열여덟가지를 가려뽑아 '주하치반(十八番: じゅうはちばん)'이라 하였습니다. '오하코(御箱-소중한 상자)라 부르기도하여 '비장(秘藏)의 기예'를 뜻하였던 주하치반은 그 후 '잘 하는 기예'로 일반화하여 사용되었고, 이 주하치반(十八番)이 우리 한자음 '십팔번'으로 읽힌 것입니다. 어느새 우리말같이 사용되고 있는 '십팔번'은 '애창곡' 등으로 바꿔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이치카와 가문의 시조격인 이치카와 단주로(市川團十郞) 1세는 무대 위에서 자객에 의해 살해되는 비참한 말로를 겪었다. 그 가문서 유래된 '십팔번'은 일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말이므로 '애창곡' '장기' 등으로 반드시 고쳐 써야할 것"이라고 (주)어문조선 장진한 대표는 강조했습니다.국립국어원은 '십팔번'을 '단골 노래''단골 장기'로 순화해놓았습니다.